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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톢이 Jul 01. 2017

제주 기억 1

선미언니 웨딩촬영 겸사 여행

사실 내 제주 여행에 좋은 기운이 든 건 4번째 여행부터다. 첫 번째 20살 제주여행. 대학시절 특수 종교 친구와 친해졌고 함께 제주도를 가기로 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종교에서 주최하는 부흥회였던 것. 혼자 올라올걸 아무 일 없이 버팅기고 있던 나도 대단하다. 두 번짼 회사 창립기념 15주년 여행이었다. 4월 제주는 이상 날씨로 눈이 내렸고 회사에서 간 거니 좋을 리 없잖아! 세 번째는 가족과 함께한 겨울 제주. 다행히 부모님과 행복한 여행이었지만 동생이 동선을 빡빡하게 짜 삼일 동안 서쪽, 남쪽, 동쪽을 돌았다. 멀미에 취약한 동생은 내내 멀미로 고통받았고 결국 모두 일찍 집에 올라왔었다. 

이젠 제주가 싫을 법 한데 안 좋은 기억을 금세 잊어버렸는지 혼자 가는 첫 여행지로 제주를 택했다. 단순히 비행기가 타고 싶다는 이유로. 다행히 네 번째 제주에선 고즈넉한 바다와 숲을 왕창 느껴 매력에 쪼끔 빠지게 됐다. 그리고 다섯 번째 제주여행. 대학 선배인 선미언니 웨딩촬영을 도와주러 수린 언니와 겸사겸사 내려왔다.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한 일은 고기국수 먹기! 밤 10시인데도 줄이 길었던 고기 국숫집. 설렁탕과 비슷한 국물에 두툼한 면과 쫄깃한 고기 조합. 또 생각난다. 또 먹고 싶다.

파란날에 노랑러버덕

다음날 선미언니 웨딩촬영 드레스를 고른 뒤 근처 함덕 서우봉 해변 산책을 나갔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로 바다와 하늘이 너무 예뻤다. 하루 종일 보고 있어도 지겹지 않은 나의 바다. 지글지글 타는 피부와 풍경을 교환한다. 그리고 그렇게 깜스의 길을 걷는다. 도대체 어디까지 탈것인가~  

오기 전 제주도 카페 투어를 하고 싶어 이곳저곳 알아봤다. SNS나 책을 보며 겹치는 곳을 찾다 보니 유독 카페 세바가 많았다. 서우봉 해변과도 가까워 들른 곳. 제주 느낌도 물씬 시골 느낌도 가득. 많은 책과 재즈음악이 흐르던 세바 카페. 눈으로 봐도 분위기 있고 막 찍어도 사진이 예쁘다. 그리고 커피는 독하다. 나는 헤롱헤롱 커피에 취했다. 

제주시에 들러 김농부씨(언니 미래 남편) 턱시도를 고르고, 유명 빵집의(맛이 없던) 빵도 사고, 선미언니 이모가 하시던 외지인 1호 맛집 해맞이 쉼터에서 꽃게라면과 해물파전을 흡입했다. 위장을 채우고 나서야 커피에 취한 몸이 노곤노곤 풀렸다. 

이때 말렸어야 했다

그런데 최근 이사로 정신이 털린 수린 언니가 바다 바위에서 아무도 모르게 굴렀다! 허둥지둥 병원을 가던 길에 2차로 넘어진 언니... 읍내로 나가 진찰을 받았다.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그녀는 제주도 여행 내내 발목 고통과 함께했다.

한동리에 흔한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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