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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톢이 Jul 24. 2017

제주 기억 3

우도와 수국

선미언니는 제주 한동리 집에 올 적마다 우도를 들른다. 서빈백사 해변에 반짝이는 모래를 좋아하고 등대로 올라가는 지두청사 길이 예뻐서이다.

우도 매니아 선미 가이드님을 따라 배를 타고 섬으로 향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지두청사. 수린 언니는 아일랜드 느낌(비록 느낌상 1/16 크기)이 난다며 추억에 빠졌다.

나는 보아가 부른 아틀란티스 소녀가 떠올랐다. 마음까지 훤 하니 고독한 이곳 지두청사 소녀는 바로 나!  

물이 빠져야 들어갈 수 있는 동안경굴. 미역 모래를 헤집고 돌길을 살짝 건너면 굴 안에 쌓아놓은 돌멩이가 나를 맞이한다. 사진 속에 담기진 않았지만 굴 안에 귀여운 돌멩탑이 가득해서 돌로 된 난쟁이가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었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우도를 돌 계획이었으나 배가 고파져 식당이 밀집된 서빈백사 근처에 와버렸다. 선후식후식사! 우도 땅콩아이스크림으로 배를 채운 뒤 해물짬뽕과 톳소라짜장을 흡입했다.  

식사 후 서빈백사를 산책했다. 작은 해변에서 반짝이는 모래가 눈부시게 한다. 알고 보니 모래가 아니고 산호가 부서져 흰모래처럼 보였던 것. 예쁜 조개와 산호 조각이 굴러다니는 해변에 초록바다까지 일렁이니 발바닥을 찔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아 발꼬락이 까슬까슬하다.

그리고 많은 많은 많은 사람들이 아이스크림 쓰레기를 아무렇지 않게 바다나 인근에 투척하고 가더라. 빛나는 서빈백사는 곧 아이스크림 껍데기 해변이 될 것 같다.  

다행히 물이 차기 전 비양도를 들를 수 있었다. 밀려오는 파도와 소리를 들으며 저기서 수영하면 죽겠지란 생각도 하고 생각이 없어지다가 문뜩 이곳도 쓰레기가 많구나 싶었다.

비양도를 둘러보고 나오니 물이 가득 차 들어갈 수 없는 출입제한구역이 되었다.  

우도 마지막 코스 하고수동해수욕장. 서빈백사와 다르게 모래가 부드러워 걸을 때마다 푹신푹신해서 기분이 좋았다. 6월 중순이지만 뜨거웠던 날씨라 해수욕을 하는 아이들을 보니 물에 빠지고픈 충동도 들었다.

대신 우린 기념적 점프샷을 찍었다. 멋진 사진을 얻고 모래투성이 바지를 득템 했다.

우도는 정말 아름다운 섬이다. 마음까지 시원하게 하는 지두청사, 반짝이는 산호모래를 가진 서빈백사, 비양도에서 서늘하게 내려오는 파도. 그런데 그 모든 곳에 쓰레기가 가득이다. 아름다움보다 먼저 생각나는 쓰레기 어쩔 거야 ㅜ.ㅜ 흑흑  

복실복실 하트수국

우도를 나와 수국이 한창인 종달리 수국 길에 들렀다. 하지만 날씨가 애매한 탓인가 덜 핀 수국이 더 많았다. 언니들은 꽃을 너무 좋아해 감탄사를 연발했지만 무감정인 나는 그저 머리보다 큰 수국을 보며 푸들만 떠올렸다.

한동리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발견한 Hado 조각! 뒤쪽이 절벽이고 그 밑은 바다가 보이는 하도 조각상 위를 언니들은 겁 없이 올라갔다. 소시미한 나는 쭈구리처럼 밑에서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쫄깃한 흑돼지 삼겹살과 달달한 땅콩 막걸리로 저녁을 먹으며 셋째 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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