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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톢이 Jul 28. 2017

제주 기억 5

네코아츠메 제주도 편

미적거리다 지미봉에 오르고픈 마음에 종달리 해변에서 서성였다. 도착한 바다는 뻘은 아니지만 민머리 같은 바다가 있었다. 물 어디 갔니? 누가 마셨니? 휑하니? 성산일출은 대머리니?  

이동하기 덥기도 하고 쉬엄쉬엄 물 빠진 바다를 보며 커피 한잔,  책 한 권을 읽으며 여유를 부렸다. 이곳 카페에선 세그웨이도 대여해주는데 선선한 날에 제주를 간다면 꼭 한 번쯤 타보고 싶다. 하지만 저 날은 아니다. 바다에 물도 없고 햇살은 쨍쨍하니 뭔가 시원한 기분이 안 난다.

종달리 레고

결국 오름을 오르고픈 마음만 있는 나 + 채원이 체력이 더해서 낮 12시에 지미봉을 올랐다. 타이베이 샹산보다 힘들고 순천 용산전망대보단 덜 힘들고... 가... 아니고 산을 오르는 건 나와 맞지 않아! 얼굴이 빨개지고 숨이 터질뻔했다. 뜨거운 날씨도 한몫했다. 

정상에 오르니 뿌연 시야와 파라노마로 펼쳐진 동네가 눈에 들어왔다. 트인 풍경을 보니 숨도 트였다. 하지만 절대 오름에 오르고자 하는 마음도 먹지 말자고 결심했다. 

운동을 했으니 배를 채워야지! 전복죽으로 유명한 소라네 집. 뿔소라 찜과 특전복죽으로 지미봉에게 빼앗긴 양기를 보충했다. 

이젠 너무 유명한 세화리. 신기하게 카페 공작소 주위에만 사람이 많고 조금만 벗어나면 휑~하다. 한적한 곳으로 나와 부드러운 모래도 밟고 여전히 허벅지까지만 해수욕을 했다. 그리고 바다를 바라보며 한참을 멍 때렸다. 

김녕 미로공원인가 네코아츠메인가. 

미로공원은 사알짝 내키지 않았다. 타고난 방향치이기 때문에. 미로 안에서 어찌나 울렁증이 나던지. 그냥 김채원 뒤만 졸졸 따라다녔다. 그래도 출구를 금방 찾았고 미로를 탈출한 해방감에 너무 좋았다. 특히 널브러진 고양이가 많아서 더 좋았다.  

숙소 가기 전 치킨을 사러 김녕성세기해변에 나왔다. 치킨이 튀겨지길 기다리는데 사람들이 컵에 바닷물을 들고 간다. 뭐냐고 물어보니 보말이란다. 그래서 우리도 보말을 캤다. (=사실 난 안 했다.) 돌아와 보말 라면도 먹었다. (=내가 끓이진 않았다.) 국물이 진짜 시원해서 맥주 안주로 좋았다. (=먹기만 했다.) 

러시아 부부가 운영하는 한국 에어비앤비. 아이러니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마당엔 많은 개와 고양이가 지그들끼리 놀고 있다. 이 집에서 본 고양이만 5마리. 오늘 하루 많은 고양이를 만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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