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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톢이 Aug 10. 2017

제주에 비 온다 6

비 오는 날은 숲으로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 러시아 부부 집. 숙소가 조용하고 좋았다. 평화로운 주방엔 주인이 직접 구운 블루베리 바나나 머핀이 있다. 블랙티와 함께 먹으며 비에 젖어 색이 짙어진 정원을 바라보았다. 몇 마리인지 알 수 없는 개와 고양이는 빗방울을 털에 묻힌 채 산책 중이다. 

아쉬운 집을 뒤로하니 비가 더 거세게 내렸고 우린 만장굴로 향했다.

만장굴은 허연 습기로 가득 찼다. 

용암으로 이루어진 굴속을 걷다 보니 내가 살아온 시간은 화산이 굳는 시간에 쨉에 쨉도 안되어 아무것도 아니구나 싶었다.

비를 더 느끼기 위해 비자림 숲을 걸었다. 녹음이 짙어지고 피톤치드 향은 더 강해졌다. 들리는 소리는 빗소리와 숲소리 그리고 흙을 밟는 소리뿐. 비옷 인척 하는 바람막이는 더 이상 방수 기능을 잃어 온몸이 젖었지만 감성도 함께 젖었다. 그리고 이것으로 제주 일정이 끝이 났다.

이륙 전 김밥을 늦은 점심으로 급하게 먹는데 천천히 먹으라며 물을 떠다 준 훈남 승무원. 그 이후 진에어를 사랑하기로 한 결심, 궂은 날씨로 충격적 하이잭도 격었지만 이마저도 (훈남 승무원으로) 좋은 기억 남았다. 마지막까지 훈훈했던 제주추억팔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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