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씨디킴 Nov 10. 2022

2001. 1

자료실인가 숙직실인가

아침에 출근해서

자료실 문을 열면 디자이너들이 냉동실 속 고등어처럼 쏟아져내렸다. 

그땐 일하는 시간보다 데이터 올리는 시간이 더 걸렸다. 

디자이너들은 새벽에 잠깐 자고, 일어나 멍한 상태로 일하다가 

다시 밤을 맞이했다. 


퇴근 시각은 애초에 없었다. 

첫 출근날 태인 카피와 정시 퇴근을 한 것이

30개월간 그곳을 다니며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기억할 정도다. 


퇴근 후 먹었던 어묵 맛이 아직도 떠오른다. 


자료실엔 늘 군용 모포가 깔려 있었다. 

책장엔 언제 놓아둔지도 모를 커피가 곰팡이를 머금고 부유했다. 


나도 언젠가부터 냉동 고등어 대열에 합류했다. 

아주 자연스럽게. 


자료실 구석. 

태인이가 내 머리 위에서 잠을 잔다. 

아무렇지 않게 나도 잔다. 


피곤했으니까. 


#광고회사 

작가의 이전글 MZ, 그들이 떠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