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인가 숙직실인가
아침에 출근해서
자료실 문을 열면 디자이너들이 냉동실 속 고등어처럼 쏟아져내렸다.
그땐 일하는 시간보다 데이터 올리는 시간이 더 걸렸다.
디자이너들은 새벽에 잠깐 자고, 일어나 멍한 상태로 일하다가
다시 밤을 맞이했다.
퇴근 시각은 애초에 없었다.
첫 출근날 태인 카피와 정시 퇴근을 한 것이
30개월간 그곳을 다니며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기억할 정도다.
퇴근 후 먹었던 어묵 맛이 아직도 떠오른다.
자료실엔 늘 군용 모포가 깔려 있었다.
책장엔 언제 놓아둔지도 모를 커피가 곰팡이를 머금고 부유했다.
나도 언젠가부터 냉동 고등어 대열에 합류했다.
아주 자연스럽게.
자료실 구석.
태인이가 내 머리 위에서 잠을 잔다.
아무렇지 않게 나도 잔다.
피곤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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