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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디킴 May 10. 2023

[광고회사] 리터칭 지옥

조금만 손봐야 더 예쁘다. 

모델 촬영이 끝나면, 리터칭을 한다. 소속사 입김이 거세다. OK컷 선별부터 꼼꼼하게 체크하고 모델 컨펌까지 끝나야 비로소 사용할 수 있다.     


마음 바쁜 디지털 팀에서 광고주 컨펌이 떨어지자마자 온라인에 게시하고 말았다. 소속사는 크게 화를 낸다. 광고회사와 배우 소속사의 소통을 담당하는 모델 에이전시는 당황한다. OK컷 파일 넘버가 뒤섞인다. 모델 이미지만큼은 모델이 갑이다. 이미 유통한 이미지는 급하게 회수한다. 광고주에게 전화하여 싹싹 빈다. 주말에 전화벨이 울린다. 모델 에이전시다. 경위서 쓸 판이란다. 또 광고주를 설득하여 컷을 바꾸고, 문 닫은 디자인 업체를 대신할 CD급 디자이너를 호출한다. 50여 시간 잠을 못 잤다는 C아트의 피로가 스마폰에서 쏟아진다.     

패닉이다. 그렇게 꾸역꾸역 수정한 파일을 밤 11시 넘어서 겨우 광고주에게 보냈다.      

단톡방에는 감정 없는 글들이 넘친다. 수정할 이미지 파일명이 암호처럼 사건의 지평선을 넘는다. 블랙홀이다.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다.      

예뻐 보이고 싶은 모델과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나. 중간에서 눈치 보며 닦달하는 모델 에이전시가 싸운다.      

주름을 펴고, 팔다리를 늘린다. 보기는 좋다. 그런데 사람 같지는 않다. 그래도 소속사는 만족한다. 그러면 된 거다. 그러면 된 거다. 

다음엔 OK컷부터 소속사에서 고르라 하고, 리터칭도 직접 핸들링하라 해야겠다. 잘해주고 싶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마이크로 매니징에 빠져 괜히 힘들었다.      


이케아에서 본 글이 떠오른다.      

모든 일을 스스로 할 필요는 없어요. 



#광고회사 #대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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