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가 들어왔다

by 김통

의뢰가 들어왔다. 몇 년 만에 들어온 의뢰던가?

그동안 10년이라는 긴긴 시간 동안 얼마나 침묵 속에서 이 세상을 버텨왔던가. 그렇다고, 내가 했던 일이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이었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말하는 침묵이란, 인간답지 못하게 살며 제대로 된 발언권조차 없이 지냈다는 뜻이다.

아, 그리고 지난 10년 사이에 새 가족이 생겼다. 이 역시, 남처럼 단출하고도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알콩달콩 지냈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단지 고양이 한 마리를 식구로 들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말이 식구로 들인 거지 사실상 집안의 주인은 그녀이며 나는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불편하게 하지 않게 하는 심부름꾼이자 충실한 하인이 된 것이다.


자, 이제 들어온 일거리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할 방법 등을 도모할 시간이다. 마지막 의뢰를 받을 때만 해도 일이 끊임없이 들어왔던 시절이라 한 달에 한 번꼴로 일을 해야 했다. 한 달에 한 번 일거리를 받는 걸 끊임없이 들어왔다고 말하냐고 뭐라 할 독자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업종에서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하게 일한다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 난 그때까지만 해도 이 분야에서 잘나가는 에이급 프리랜서였다. 한 달에 한 번이라는 건 평균적인 수치일 뿐이고 바쁘게 몰아칠 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 해치워야 할 때도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평생, 이 일로 먹고살 수 있을지 알았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으나 10년 전에 마지막 일을 마치고 그 이후로 단 한 건의 의뢰도 들어온 적이 없었다. 처음 한두 달은 가끔 있는 일상의 여유겠거니 여겼고, 6개월이 지나서는 내 연락 수단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유별나게 점검하기까지 했다.

그러고 나서는, 이 나이에 프로필을 다시 돌려야 하나? 아니면 예전에 알고 지내던 지인들의 안부를 묻는 척하며 일이라도 구걸해야 하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다가 그들의 진짜 연락처조차 알 수 없다는 생각에 절망감이 들기도 했다. 우리는 일을 진행할 때는 익명으로 진행했고 일이 끝나면 서로의 연락처를 삭제하는 게 관습처럼 굳어져 있었다.

그렇게 5년이 지나자 이젠 강제 은퇴를 해야 한다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건 전혀 예정에도 없고 인생 계획에도 없던 일이기에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 울화가 치솟기도 했다. 어째서? 왜?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면서 나에 대한 평판이 왜 이리 무심해졌는지 혹은 나빠졌는지 되짚기 위해 처음 맡았던 일부터 하나하나 되돌아보기도 했다.

그렇게 되돌아보면서 내가 잘못한 점은 없는지, 실수한 건 없는지, 의뢰인의 마음을 상하게 한 건 없는지 곱씹고 또 곱씹어 보느냐, 일 년이 지났다. 그러자, 울화통도 사라지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채 하루를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 그 녀석, 내가 모시고 살아야 하는 고양이 '샬롯'께서 우리 집 문 앞에 거처를 정하기 시작했다. 고양이들은 자신이 부려야 할 집사들을 택한다더니, 딱 그 말이 괜한 소리는 아니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게다. 누가 그러던가? 고양이는 손 갈 일이 없다고? 천만의 말씀. 아침부터 얼마나 요구사항이 많은지 늦잠 자는 꼴을 절대 볼 수가 없고, 모래도 갈아줘야 하고… 아무튼 그렇게 충실한 집사로 살아보더니 또 일 년이 후딱 갔다. 그렇게 허송세월하고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경제적 문제가 슬슬 걱정되기 시작하였다. 여태껏 그동안 모아놨던 비상금으로 대충 버텼으나, 이젠 잔고의 바닥이 얼마 안 남았음이 눈에 훤히 보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평상시에 더 열심히 저축을 해놓는 건데, 너무 평생 일할 거라는 자만심에 흥청망청 젊은 시절을 유흥으로 탕진한 자신을 탓하고 싶었으나, 사실 유흥을 즐겨본 적도 없기에 뭘 탓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저 잠잘 때만큼은 좋은 야경을 보고 싶어서 무리한 대출로 강변에 집을 얻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집은, 팔리지도 않는다. 싼값에라도 매매해서 나가려 해도 급매로 내놨다는 소리만 들리면 동네 여인들이 눈을 죄다 치켜뜨고 얼마 이하로는 절대 내놓지 말라고 윽박지르니 기세에 눌려 제대로 집을 내놓지도 못했다. 그렇게 말 그대로 집 껴안고 죽을 신세가 되어서야 뭐라도 나가 돈을 벌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자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힘쓰는 건 잘하지!" 하며 나갔던 인력시장에서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 행동이 굼뜨다는 이유, 초보라는 이유로 거절당하기 일쑤였고, 막상 일을 시작해도 하루 만에 나가떨어졌다. 남들이 쉽게 일할 수 있다는 대형 인터넷 쇼핑몰 물류 창고에 가보니 거긴 그야말로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다. 휴대폰 반납은 필수이고, 여름에도 에어컨 가동은 불가하고, 상관은 말도 안 통하는 로봇이라니. 이거 참, 아무리 그래도 의뢰인과 의견도 조율하고 그래야 하는데, 로봇 의뢰인은 도저히 조율이 불가한 데다가 로봇 의뢰인님은 내가 무슨 무쇠 팔뚝에 달리기도 100미터를 10초대로 주파해야 하는 육상선수인 걸로 단단히 착각하고 있으니, 그의 지시 사항을 도저히 다 맞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이것도 저것도 다 나가떨어진 상태에서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다 똑같을 수는 없다며 우아한 죽음을 설계하던 중, 드디어 의뢰가 들어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쁨도 잠시, 도대체 의뢰인은 날 어떻게 알길래? 10년 동안 일도 못 해본 퇴물에게 일을 맡기나? 라는 생각으로 결례를 무릅쓰고 '왜 저한테 일을 맡기시는 겁니까?'라고 물어봤다. 예전 같으면 당연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질문이다. 왜냐고? 당연히 난 A급 중의 A였으니, 누구나 다 나한테 일을 맡기고 싶은 것 아닌가?

상대방은 대답이 없었다. 수화기 너머 대답 없는 침묵 속에 내가 뭘 잘못 물어봤나? 내가 무슨 실수라도 했나? 를 연신 되뇌던 중, 의뢰인의 짧은 대답이 이어졌다.

"십 년 전에도 잘 처리해 주셨으니까요."

전화를 끊자마자, 노트북 속 한동안 열지 않았던 폴더를 열었다. 그 안에는 내가 과거에 사용했던 도구들과 장소에 대한 기록이 있었다.

"이제 다시 일을 할 수 있겠군."

침대 밑에서 오래된 가방을 꺼냈다. 안에는 내 직업에 필요한 필수품들이 있었다. 최근 몇 년간 잊고 있었던 자신감이 되살아났다. 나는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였고,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한 시간 뒤, 나는 깔끔하게 차려입고 밖으로 나섰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내 기술이 녹슬지는 않았을 거라 확신했고, 일할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자, 이제 시작이군."

그러나 무심결에 스쳐 지나갔던 것들이 이젠 내 작업의 방해물로 덮쳐왔다. 예전에는 몇몇 중요한 장소에만 있던 CCTV가 이제는 마치 별자리처럼 도시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골목길 하나 건너기도 전에 적어도 세 대의 카메라가 나를 주시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 빛나는 렌즈들이 모두 나를 향하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예전에 종종 이용했던 골목길들이 보이질 않았다. 분명히 있어야 할 골목길 자리엔, 유리와 철골로 된 초현대식 건물들로 바뀌어 있었다. 예전에 자주 이용하던 골목길은 이제 완전히 사라지고 '파르나스타워'나 '트레이드 타워' 같은 새로운 고층 빌딩이 들어서 있었다.

"역삼동 골목이 없어…?"

내 기억 속 완벽한 도피 경로였던 좁은 골목은 온데간데 없어진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다음으로 향한 곳은 을지로였다. 예전 기억으로는, 오래된 공구상가들 사이에 완벽한 은신처가 몇 군데 있었다. 을지로역에서 내려 익숙한 골목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도 역시 달라져 있었다. '세운 옥상'이라 불렀던 은밀한 지하 공간은 이제 유명 맥주 브루어리의 매장이 되어 사람들로 북적였다. 예전의 어둠은 온데간데없었다. 나는 희망을 품고 익숙한 공구 가게를 찾아갔다. 놀랍게도 간판은 그대로였다. '대성공구 상회'. 입구에 들어서자, 내부는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공구 대신 화려한 장식품과 레트로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뭐 찾으세요?"

젊은 점원이 물었다.

"전에 여기…. 공구점 아니었나요?"

"아, 네! 저희 아버지가 하시던 가게예요. 7년 전에 제가 물려받아서 인테리어 소품 가게로 바꿨어요. 혹시 단골손님이셨어요?"

"네, 예전에 종종 왔었죠."

"아, 그러세요? 아버지가 은퇴하시면서 공구는 다 처분했어요. 공구 필요하시면 요즘은 다 온라인으로 주문하시더라고요."

"그렇군요…."

"실은 이 지역이 요즘 핫플레이스가 됐거든요. 옛날 공구상가 거리가 예술가들 공방으로 바뀌면서 관광객들도, 젊은 사람들도 많이 와요."

익숙했던 거리의 모든 것이 낯설게 변해 있었고, 그 변화는 돌이킬 수 없어 보였다. 과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이 새로운 환경 속에서 내 기술은 점점 쓸모없어지고 있었다.

"여기도 안 되겠군…."

당혹스러움과 절망감이 뒤섞인 감정으로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시계를 보니 벌써 저녁이었다. 중구에서 용산, 이태원까지 다 뒤졌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해가 저물자, 서울의 야경이 눈부시게 빛났다. 그 빛 속에 숨어 있는 무수한 감시의 눈들이 느껴졌다.

"이제 남은 건 한강뿐인가…."

마지막 희망을 걸고 한강 변으로 향했다. 옛날에는 한강 다리 밑이나 둔치의 어두운 구석들이 좋은 장소였었다. 그런데….한강공원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반포 달빛 무지개 분수'의 화려한 조명이 밤하늘을 수놓고 '세빛섬'의 현대적 건축물이 물 위에 떠 있었다. 예전에는 어두웠던 구석구석에 가로등이 추가로 설치되어 밤에도 훤히 밝았다. '여성 안심 귀갓길' 표지판과 함께 비상벨이 설치되어 있었다. '잠수교' 밑으로 가보았지만, 그곳에도 어두운 사각지대가 없었고 노숙인들 대신 러닝을 하는 시민들과 자전거 순찰대가 있었다. 더 이상 그늘이 없었다.

한때 은밀한 작업이 가능했던 공간은 이제 철저히 개방되고 밝아져 있었다. 강변을 천천히 걸으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제 정말 내 일을 할 수 있는 장소는 없는 것 같았다.

내가 서 있는 자리만 어둡게 느껴졌다. 절망감이 점점 커졌다. 위험할 것 없는 완벽히 안전한 도시. 내게는 지옥이었다.

마지막 희망을 품고, 서울을 벗어나보기로 했다. 감시의 눈길이 조금은 덜하리라는 절박한 기대가 있었지만, 그것마저 헛된 희망에 불과했다. 경기도 외곽, 어딜 가나, 거대한 베이커리 카페들로 즐비했고, 그곳의 불들은 꺼질 줄 몰랐다. 차를 세우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이전에는 아무도 몰랐을 나의 이동 경로가 이제는 고스란히 기록된다는 사실이 불편했다. 휴대폰의 GPS는 기본이고 통신사 기지국을 통한 위치 추적, 하이패스 이용 기록, 과속 카메라 번호판 인식…. 이 모든 디지털 흔적들이 나를 추적할 수 있는 증거가 된다.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었다.


사흘 내내 서울 곳곳을, 그리고 외곽까지 뒤지며 예전의 사각지대를 찾아 헤맸지만, 소득이 없었다. 모든 장소가 변했고 모든 기술이 발전했으며 모든 사람들의 생각마저 달라져 있었다. 안전과 편리함을 위해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기꺼이 내어주는 세상이 되어 있었다.

집에 돌아와 창밖을 바라보았다. 밤거리는 형형색색의 간판 불빛으로 화려했지만 내게는 그저 감시의 눈들이 번뜩이는 위험한 공간일 뿐이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 바깥세상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진정한 패배감을 느꼈다. 예전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해결책을 찾아냈다. 그것이 내 일의 핵심이자 자부심이었다. 하지만 이번만은…. 방법이 없었다.

"내가…. 이제 정말 끝인가…."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분노, 좌절, 체념이 뒤섞인 감정이 밀려왔다. 그동안 쌓아온 기술, 쌓아온 명성, 내가 걸어온 길—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의미해졌다. 시대가 변했고 나는 적응하지 못했다. 내가 알던 세상은 이제 없었다. 하지만 의뢰인은 여전히 나를 필요로 했다. 그가 나를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왜 10년이나 지난 시점에 다시 연락했을까? 그것이 함정이라 할지라도 내 직업에 관한 마지막 수수께끼를 풀고 싶었다.


의뢰인의 답변은 없었다. 일주일이 지난 아침, 우편함에 작은 봉투가 들어있었다. 봉투에는 발신인도 우표도 없었다. 주변을 살폈지만 누가 넣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봉투 안에는 USB 하나가 들어있었다. 순간 가슴이 뛰었다. 일종의 희망이었을까 아니면 위기감이었을까. 어쨌든 다시 활력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어제의 깊은 절망에서 벗어나 다시 문제를 해결하려는 본능이 되살아났다.

"함정이야? 아니면 진짜 의뢰?"

노트북을 부팅하고 오랜 습관처럼 와이파이를 끄고 VPN을 활성화했다. 최대한 보안을 설정한 뒤에야 USB를 연결했다. 그 안에는 파일 하나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킬러 씨'라는 제목의 문서였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손끝이 저렸다. 누가 어떻게 내 정체를….

문서를 열자 간결한 메시지가 나타났다.

'귀하의 이름과 과거 행적 지문 DNA 정보 얼굴 인식 데이터를 모두 확보했습니다. 이 정보는 모두 암호화되어 특정 서버에 저장되어 있으며 제가 확인 신호를 보내지 않으면 자동으로 경찰에 전송됩니다. 귀하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두 가지입니다. 1. 즉시 은퇴하고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가기, 2. 저희 조직에 합류하여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선택은 귀하의 몫입니다. 24시간 이내에 답변 바랍니다.'

그들이 가진 증거는 확실했고 선택지는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항상 대안을 찾아내는 사람이었다. 선택지가 두 개뿐이라고? 아니다. 언제나 세 번째 방법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노트북을 다시 열고 USB에 첨부된 연락처로 메시지를 보냈다.

'만남을 요청합니다. 이야기를 나눈 뒤 결정하고 싶습니다.'

답장이 즉시 도착했다.

'지금 집 앞입니다. 검은색 세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창밖을 내다보니 정말로 검은색 세단 한 대가 집 앞에 서 있었다. 그들은 내 위치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가방을 챙기고 방을 나서기 전, 샬롯의 먹이를 잔뜩 그녀의 밥그릇에 담아두었다. 집 앞에 주차된 둔탁한 느낌을 주는 검은 색 에쿠스에 올라탔다. 긴장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뒤로 물러설 것인가.

뒷좌석에는 노트북을 무릎에 올려놓은 젊은 여성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내게 고개를 끄덕였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마치 한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당신들은 누구입니까? 내게 무엇을 원하는 거죠?"

"우리는 '그림자 집단'이라고 합니다. 당신처럼 과거에 특수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이 디지털 시대에 맞춰 진화한 조직입니다."

"제가 어떻게 당신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건가요? 제 기술은 이제 쓸모없어졌습니다."

"아닙니다. 당신의 경험 판단력 인내심…. 그것들은 여전히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적용 방 식을 바꿀 필요가 있을 뿐이죠."

"당신은 물리적 세계의 그림자였습니다. 이제는 디지털 세계의 그림자가 될 차례입니다. 모 든 것이 감시되는 시대에 정말 필요한 건 그 감시망 자체를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이니까

요."

차는 도시의 불빛 사이로 미끄러지듯 달려갔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거리마다 깜빡이는 카메라 렌즈들이 마치 별처럼 빛났다. 감시의 별자리가 여전히 발동되고 있었다. 그들의 제안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내 마음 한구석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이것이 정말 올바른 선택일까? 어쩌면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디지털 세계의 그림자가 되는 것. 그것이 적응의 한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사각지대가 있기 마련이다.

"결정하셨나요?" 여성이 물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진정한 선택은 그들도 알지 못하는 나만의 것이었다. 그저 그렇게 새로운 장이 시작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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