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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어공 Mar 07. 2023

협치, 유행인가요?

공공서비스와 협치

몇 년 전 서울시를 중심으로 정책 영역에서 협치라는 키워드가 바람처럼 불고, 전국적으로 유행처럼 번져나간 적이 있다. 현재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오고, 새로운 정책 기조로 협치라는 키워드는 다소 축소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협치, 즉 협력적 거버넌스는 다양한 정책 영역에서 여전히 크고 작은 협력으로 일어나고 있다. 더불어 저출생 고령화, 기후위기 등 더 이상 뒤로 미루기 힘든 메가톤급 사회문제는 다양한 영역의 다양한 주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협치라는 단어는 다소 생소하고 어려운 느낌이 든다. 협치의 사전적 정의는 '무언가를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즉, 무언가를 결정할 때, 정책영역에서는 어떤 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할 때 다양한 주체와 함께 논의하고 결정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특히 공공영역에서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공감대를 조성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공감대 조성의 가장 쉽고 단순한 형태 중 하나로 공청회를 들 수 있겠다. 우리는 옛날부터 공청회라는 이름으로 지역주민들에게 의견을 물어본다. 하지만 모두 알고 있듯이 공청회는 매우 형식적으로 진행이 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 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 또한 없다.      


그렇다면 협치는 이런 의견수렴과 무엇이 다를까? 쉽게 생각하면 공감대 조성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소수를 대상으로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좀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공감대를 조성하는 것이 협치라는 키워드와 조금 더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

협치의 종류는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기업지배구조 안에서의 협치이다. 기업은 크게 해당 기업에 투자한 주주와 해당 기업에서 일을 하는 경영자, 노동자로 구분할 수 있다. 이 두 그룹의 주체가 다양한 의사결정과정에서 협업을 하며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두 번째는 우리가 흔히 매스컴에서 접할 수 있는 정치권에서의 협치이다. 서로 다른 정당들 사이의 연합, 협력 등을 협치라고 부른다. 최근 선거 기간에도 공동정부나 연합정치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정치권에서의 협치도 사실 쉽지 않다. 동일한 사회문제나 정책 이슈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의 정책 기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 협치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협치는 원래 쉬운 것이 아니다. 쉽지 않기 때문에 협치가 이루어졌을 때 더욱 큰 성원과 보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가 앞으로 이야기할 공공서비스 관점에서의 협치, 즉 시민과 정부의 협치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정책을 집행하는 이유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무수히 많은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그 정책들이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다면 시민 삶의 질 또한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의 사회문제들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워서 정책으로 해결하기도 만만치 않다. 그렇기에 다양한 주체와 머리를 맞대 정책, 공공서비스를 디자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래 재미있는 그림이 하나 있다. 자판기 앞에 사람이 있는 그림이다. 전통적으로 시민들은 정부를 자판기로 인식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자판기와 관련한 우리의 경험을 한 번 떠올려보자. 자판기로 가서 동전을 넣고 음료수를 받아서 갈증을 해소한다라는 것이 바람직한 그림이다. 하지만 가끔 자판기에 동전을 넣었는데 음료수가 나오지 않는 경우를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동전을 먹은 것이다. 나의 피같은 동전을 먹고 음료수를 주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맞이하면 당신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대부분 처음에는 자판기를 잘 살펴본다. 뭔가 느린가? 나와야 하는데.... 왜 안나오지..... 그 다음으로 약간 세심한 사람이라면 고장신고접수 전화번호를 찾는다. 그리고 전화를 한다. 하지만 아무도 받지 않는다. 이 정도 단계가 되면 슬슬 열이 받는다. 결국 자판기를 발로 한 대 차고 욕하면서 돌아간다. 그리고 그 후에는 자판기를 쳐다보지 않는다. 어떠한가? 당신도 이런 경험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 그림에서 자판기는 바로 정부이고, 동전은 세금이다. 시민들은 정부(자판기)에게 세금(동전)을 내고, 필요한 것(공공서비스)을 받으려고 한다. 동전을 넣었으면 음료수가 나와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듯 정부에게 세금을 냈다면 내가 필요한 공공서비스(정책)가 나와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잘 수행되지 않는다면 시민들은 화가 난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자판기도 힘든 것 같다. 일단 자판기 메뉴판이 너무 적다. 아니, 손님들이 원하는 메뉴가 너무 많다. 손님이 원하는 메뉴의 종류는 100가지인데 자판기 메뉴판은 10가지가 최선이다. 또한 고장신고에 응대할 인력도 부족하다. 원하는 메뉴도 너무 많고(다양성), 적극적으로 반응할 여력도 없는데(공무원 한계) 찾아오는 손님(시민)은 줄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협치, 협력적 거버넌스, 시민참여를 이야기한다. 욕구(needs)가 다양해지면 솔루션도 다양해야하고, 다양한 솔루션이 나오려면 작게 쪼개서 세밀한 문제정의를 해야한다. 그리고 최적의 솔루션을 적용해야 한다. 다만 이런 일을 하려면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 한 마디로 손이 많이 간다. 이것을 공공영역(행정력)에서 모두 해결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주체와 협력하며 함께 가야하는 것이다.      


더 이상 동전을 잃어버리면 안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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