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나에게 찾아온 기회가 증발했다.

기회를 붙잡는 것도 실력이다

by 띄라

그 일이 있고 난 다음 날 대표님께서 갑자기 회의를 잡으셨고 마지막에 "최근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더 이상 회사,팀의 분위기를 헤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는 당부의 말씀을 끝으로 회의는 마무리가 됐다.

이 말씀을 하고 싶어서 일부러 회의를 잡으셨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담주에 갑자기 새로운 팀장님께서 오시게 되었는데!? (이것도 물론 팀원에게 전혀 언급도 없이)

급작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팀장님 자리가 공석인 것 보단 든든한 느낌이라 반갑게 맞이해드렸다.

확실히 팀장님이 오시니까 분위기가 달라졌다. 오시자마자 팀원들 개인면담을 하시게 되었는데

무슨 경력이 있고 어떤 일에 장단점이 있고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연봉,커리어,승진,워라밸 등)를 물으셨었는데 '나는 현재 시점에서 가장 바라는 건 승진에 가깝다' 라고 답했다. 그 이유는 현재 이 회사에서 직급이 대리인데 대표님께서 대리 직급에 맞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어왔기 때문에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프리랜서 생활을 오래 하다 간만에 회사생활을 하는 거였다 보니 업무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고 싶다고 덧붙여 말씀을 전해드렸다. 앞으로 어떤 걸 해보고 싶냐고 했을 때도 예시를 보여드리면서 이런 걸 추구한다, 반응이 좋을 때 오는 성취감에 하고 있다라고 전했으며 그리고 제일 자신 없는 것에는 후킹포인트 잡기가 힘들다, 기획이 아무래도 어렵다라고도 말씀을 드렸다.

이번에 오신 팀장님도 유능하신 분 같았다. 오시자마자 각 회의에 참석하시는 태도와 업무 보고 체계도 다시 잡아주시고 여러모로 일이 수월하게 진행될 것 같았다. '그래, 이런게 팀장님의 역할이자 모습이지!'라며 배울점이 많을 것 같은 분이라 생각했다. 전 팀장님은 이미 퇴사를 확정지으셔서 그런지 이러한 면모는 전혀 없으셨어서 업무에 적응하기도 사실 너무 어려웠었다. 마케팅쪽은 더군다나 처음이였어서 더 그랬지 말이다.

대리로서 팀장님께서 잘 적응하실 수 있도록 엄청 잘 챙겨드렸다. 조직도며, 보고며, 간식이며, 세세한 것들 모두 다! 그나마 내가 직급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중에 하나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며칠 뒤 팀 전체 회의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개인 면담에서 내가 바라시는 것을 기억해 들어주셨던 것일까? 리더를 나로 정하셔서 크리에이티브팀을 구성해주셨다! 어려운 기획, 대리로서의 면모가 부족한 점을 팀장님 옆에서 배울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 생각했다. 그렇게 속으로 엄청 기뻐하며 회의를 나왔는데 몇 분 뒤 갑자기 인사차장님께서 개인 면담을 요청하셨다. 순간 안 좋은 느낌이 확 느껴졌다. 아니다 다를까..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렇다. 계약이 종료되었다는 통보였다. 그러고나서 바로 대표님 면담으로 이어졌다.

대표님께 구체적인 얘기들을 더 들을 수 있었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면서,

사람은 참 좋은데.. 다른 대리들과 비교하며 대리로서 부족한 점들을 언급하셨다. 상품기획팀 O대리는 옆에 O주임이 일 끝날 때 까지 같이 기다렸다 퇴근한다, 이번에 온 팀장도 직급은 나랑 같은 대리다, 이런 식으로 대놓고 비교질을 당했다. 그래도 좋게 마무리 해야하니까 웃는 얼굴로 아쉽지만 그동안 감사했다는 말과 함께 눈물을 겨우 참고 방을 나왔다. 제일 먼저 친한 두 주임들께 이 사실을 알렸다. 처음엔 다들 장난인 줄 알고 안 믿는 눈치였지만 진짜라고 몇번 강조하니 그제서야 믿어주셨다. 곧이어 팀장님께도 이 사실을 알렸다. 갑자기 이렇게 되어서 당혹스러우셨다고 했다. 왜냐면 자기가 그린 그림이 완성되었는데 어긋나게 되어버려서 팀장님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 되시는 눈치셨다. 이러이러한 이유때문에 연장이 안되었다고 하니 팀장님이 "아무리 실력이 부족해도 인성이 좋으면 보통 연장을 하는데.." 이러시면서 의아해하셨다. 진짜 너무 아쉬웠다. 이 회사를 더이상 못 다니는 거에 대한 것이 아닌 팀장님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 게.. 이것이 너무너무 아쉬워서 미련이 남았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유능한 팀장님을 만나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았는데 말이다..

너무 아쉬운 나머지, 감정이 주체가 안 되어버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져 버렸다.

팀장님도 너무 아쉬워 하셔서 나에게 '혹시 회사를 계속 다닐 의향이 있냐'고 물으셨고 나는 당연하다고 했다. 그러자 팀장님께서 대표님께 다시 한번 어필해보겠다고 말하셨다. 하지만 이미 결정이 난 사항이라 마음은 감사하지만 어쩔 수 없을 거 같다고 답했다. 들으시면서 다시 생각해보시더니 팀장님도 '자기도 입사한 지 얼마 안되어서 힘이 없다, 미안하다'고 하셨다. 그리고 "제가 프리랜서 생활을 오래하다가 다시 사회생활을 하려고 하니 너무 어렵다" 이런 고충도 같이 얘기했었는데 팀장님께서 "그래도 포기하지말고 계속 도전해봤으면 좋겠다"고 위로해주셨다. (순간 이 말에 너무 감동받아 눈물이 더 쏟아진 게 함정)

그 후에도 계속 눈물이 멈추질 않아 화장실에서 한 없이 울다 내 자리로 돌아왔다.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나머지 시간을 그저 눈물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 날 우리 팀 다같이 칼퇴를 했다. 금요일이였는데 팀장님은 금요일엔 무조건 야근 안 하는 주의시라 무조건 칼퇴하신다고. (이런 마인드도 너무 좋았지 말이다ㅠㅠ) 같이 퇴근하면서 '비록 회사는 그만두지만 이게 끝은 아니니까 퇴사 후에도 연락하고 지내자'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팀장님께 "쫌만 더 빨리 오시지, 왜 이제서야 오셨냐"며 귀여운 투정도 살짝 부렸다. 그랬더니 팀장님께서 "사실 네OO,쿠O도 붙었었다가 여기에 오게 된 거다" 라고 하셔서 그럼 왜 여기로 오셨는지 여쭤보니 페이를 맞춰줘서라고 말하셨다. 그렇다. 팀장님이 회사를 고르는 기준은 오로지 연봉이셨다. 그런데 의외였다. 이 동네회사가 네임드 회사보다 연봉을 더 줄 줄이야.. (난 희망연봉보다 300 깎였었는데ㅠㅠ) 한 주임이 자기 같으면 네임드 회사 들어갔을거라고 했는데 역시 사람마다 기준은 다른가보다.

집에 가면서 다시 구직활동 할 생각에 막막했다. 포트폴리오 정리도 아직이고 연말이라 채용도 많이 있을지도 걱정이였기 때문이다. 정말 뛰어난 인재가 아닌 이상 이직이 바로 되기란 쉽지 않은데.. 심지어 나는 나이도 꽤나 있기 때문이다. 집에 와서 동생에게 계약이 종료됐다고 전했다. 그랬더니 "누나가 애초에 처음부터 그만 둘 생각으로 2주동안 아무것도 안 한 게 컸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다. 맞다. 시작부터 그리 되어서 이 결과가 나온 거다. 동생이 다음 회사에선 절대 그러지 말라고, 뭐가 됐든 뭐하나 마음에 안 들어서 회사 그만 둘 생각부터 하지 말고 버텨서 정직원 될 생각부터 하라고 당부했다. 이렇게 되고 나니까 진짜 반성을 많이 하게 됐다. 거리도 가까웠고 분위기도 편했었고 직급도 대리여서 이직 시에 득이 되는 점들이 많았는데 왜 다닐 땐 이런 생각을 못하고 이제와서 뒤늦게 이런 걸까. 후회와 반성이 물 밀듯이 밀려온 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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