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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에 아내랑 같이 갑니다

홍디 작가님의 수채화 원데이 클래스 후기

by 퉁퉁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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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에서 피어난 물감 한 방울의 인연]

얼마 전, 초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으로 붓에 물감을 묻혀 보았습니다.

낯설지만 설레는 순간이었습니다.

작은 우연의 연속으로 홍디작가님을 처음 뵙게 되었습니다.


[전시회, 그리고 방명록 한 줄]

저는 SNS를 하지 않습니다.
인스타그램이 어떤 구조인지도 잘 몰랐습니다.

그러던 중,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할 정보가 생겨 뜻하지 않게 계정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처음 들어갔을 때 뭔가가 막 움직이길래, 아, 이게 말로만 듣던 릴스라는 거구나 하고 처음 알게 되었죠.


그러다 제 브런치 글에 댓글을 남겨주신 몇몇 작가님들의 인스타그램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중 한 분이 바로 홍디 작가님이셨습니다.

마침 가장 최근 게시물이 전시회 소식이었고, 작가님도 두 점의 수채화를 출품하신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전시 장소가 제가 이미 예약해둔 식당에서 도보로 5분 거리였습니다.

마침 식사 전 시간이 비어 있던 터라 망설임 없이 전시장을 찾게 되었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홍디 작가님의 하늘 그림을 실제로 마주했습니다.

한 장 한 장 따뜻하게 감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방명록이 보여 조용히 한 줄 남기고 돌아왔습니다.

며칠 뒤, 작가님께서 전시 정리 중 우연히 제 방명록을 발견하셨다고 하더군요.
아마 그 방명록이 없었다면, 작가님과의 인연은 그저 스쳐 지나간 하루로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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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처음 보낸 인스타그램 DM]

얼마 후, 작가님께서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신다는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날짜도 저희 부부의 일정과 딱 맞아, 함께 신청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제 생애 처음으로 인스타그램 DM이라는 걸 보내게 되었죠.

팔로워도, 팔로우도 없는 계정이었기에 아마 작가님께서는 당황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데이 클래스는 후보였던 두 날짜 중 하루만 진행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이미 다른 날짜에 클래스가 잡혀 있었기에 예정대로라면 저는 수업에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 필명을 말씀드리자, 작가님께서는 너무도 흔쾌히 추가 수업을 열어주시겠다고 답해주셨습니다.

그저 전시회에서 남긴 작은 흔적이 이렇게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지다니 참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클래스를 시작하기 전]

클래스는 그림책을 발간하신 한 작가님께서 직접 운영하시는 카페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우연히도 같은 시간에 뒷자리에서는 드로잉 수업이 한창이었습니다.

카페 전체에 예술의 공기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수업 전, 작가님과 서로의 인연을 되새기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작가님께서도 이렇게 서프라이즈 클래스를 연 건 처음이라고 하셨죠.

마침 날씨도 예전에 남편분과 처음 소개팅했던 날과 비슷해, 마치 소개팅하듯 나왔다고 웃으셨습니다.

성인 남자 수강생은 제가 처음이라며, 남편분께서는 '도대체 누굴 만나러 가느냐'며 걱정도 하셨다더군요.

다행히 저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림도, 사람도 예쁜 시간]

원하는 그림을 고르고 클래스가 시작되었습니다.

물감도, 붓도, 물도 모두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작가님께서는 완전한 초보자의 눈높이에 맞춰 하나하나 정성껏 알려주셨습니다.
중간중간 꿀팁도 정말 많이 전해주셨고요.


그렇게 붓을 휘두른다기보다는 조심스럽게 꼼지락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신기해하고 감탄하며 계속 손을 움직였습니다.

그러다 어느새, 제 손끝에서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연습 시간에 그렸던 그림은 작가님의 손을 거쳐 아름다운 책갈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게다가, 이 시간은 단지 그림만 그리는 수업이 아니었어요.
클래스 내내 작가님과 나눈 이야기들 덕분에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몰입했던 순간들이었습니다.

수업이 끝난 후, 저와 아내는 입을 모아 이야기했습니다.

"정말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고요.

돌아오는 길 내내 그 이야기를 했던 걸 보면, 그 하루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홍디 작가님, 저희에게 이런 멋진 하루를 선물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작가님께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를, 마음 깊이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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