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흰머리 염색은 딸아이 손을 빌리자
일요일 제빵소 알바를 마치고 한낮의 땡볕을 지나 집으로 향했다. 이야~ 역시 집이 좋구나!
일찍 일하러 나갈 거라던 우리 서방은 아직 집에 계시고 큰 녀석은 공부하러 나가고 작은 아이는 노트북을 들고 뭔가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가 알은체를 한다.
어젯밤 엄마의 닭살 행각에 기암을 했던지라 오늘은 장난치지 않고 얌전히 다녀왔어~ 인사를 한다.
아, 어젯밤
모처럼 사무실에 나가지 않고 집에 있던 서방에게 농을 건네었다. 살짝 애교 섞인 콧소리로
"자기야~ 하늘에 별이 떴어?"
"음, 아니? 없는 거 같은데?"
"아이~ 나 주려고 자기가 다 따왔구나! ^^"
"엄마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으흐흐~
역쉬 우리 딸 반응이 재미지군 했더랬다.
오늘은 담백하게 다녀왔어요~ 응, 자기 다녀왔어요? 하고 들어와 슬쩍 새치 염색약을 꺼내다 식탁 위에 놓고 앉아 쉐킷쉐킷 섞고 흰머리 염색 준비를 해본다. 어차피 샤워도 해야 하고 흰머리 염색도 해야 하니 아예 염색약을 바르고 잠시 쉬었다 씻으려는 거다.
혼자 바르기 시작하려다 지난번에 혼자 염색하고 며칠 어깨가 아팠던 기억이 나서 딸아이를 불렀다.
"00아~ 엄마 뒷머리 염색약 좀 발라주세요~"
"저를 믿으시나요?"
"그럼 우리 딸 믿지~."
"뒷머리만 바르면 되나요?"
"네~."라고 대답은 했지만 팔을 들어 올리고 발라야 하는 정수리까지 다 맡길 속셈이다.
뒷머리 아래를 들추고 바르기 시작하더니
"어? 제비초리가 있으시네요?"
그렇다. 내 뒷머리엔 제비초리가 세 개 있다. 양옆은 살짝 짧게, 가운데는 길게 있어서 커트나 단발을 짧게 할라치면 꼭 바리깡을 대야 한다. 어릴 땐 머리를 길러 틀어올리거나 할 때 존재감을 내뿜는 제비초리가 약간의 컴플레스이기도 했다. 지금은 뭐 별 신경 안 쓰는 부위(?)이다.
이쪽 저쪽 어설픈 손놀림으로 약을 바르더니
위로 올라가면서는 제법 익숙해졌는지 바르는 손도 빨라지고 바르는 폼도 그럴듯해 보인다.
나 혼자 발랐으면 1제와 2제 두 팩씩 섞었으면 끝났을 짧은 머리인데 네 팩씩 사용하긴 했지만 흰머리는 골고루 잘 덮였겠지 하고 고맙다 했다.
머리를 감아보고 나니 얼룩 없이 골고루 염색도 잘 되었다. 하하.
앞으로 딸랑구 손을 자주 빌리게 될 거 같다. 염색비는 만 원으로 하자, 따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