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짧은 한 마디
독학은 진짜 독해야 해 먹어
평일 오전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배움터에서 어르신들께 영어를 가르쳐 드리고 오후에는 온라인 관리 교사로 초등 4학년 친구들을 만나고 있다. 오전에 하는 배움터 수업은 대학교 2학년이 되던 해 1월부터 25년째 해오고 있는 일이고 오후 온라인 학습 관리 교사는 이제 3년 차이다. 어른들 수업과 아이들 수업은 그 농도가 많이 다르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쓸 기회가 또 있을 것 같다.
주말에는 오전부터 오후까지 마트 안 제빵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중 토요일 오후에는 느린 학습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하고 있다.
주말 오전 아르바이트 이야기는 지난번에 주욱 한 번 썼다시피 몸은 힘들지만 나름 즐기고 있는 일이다. 평일에는 어르신들과 대면 수업을 하고 아이들과는 비대면 수업을 하고 있어서 비교적 많은 사람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하는 주말 일은 나름의 활기를 준다.
미디어 수업은 나 스스로의 역량에 대해서도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남기는 시간이다.
이번 주 많이 덥던 오전 영어 수업 시간
여느 때처럼 학구열에 불타는 우리 학생분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며 수업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길에 보이는 간판은 죄다 영어로 쓰여있고, 문 손잡이에도 당기시오 미시오 보다 PUSH PULL이 붙어있는 데가 더 많다. 자식내미들이 옷 한 벌을 사다 줘도 사이즈나 색깔 좀 바꿀라치면 그놈의 간판 찾기가 영 어렵다. 그러다 보니 영어 읽기도 배우고 싶고 타국에 사는 손주들이랑 화상 전화할 때 영어로 인사 한 마디 건네며 할미 할비 영어 배운다 자랑도 하고 싶은 맘이다. 그런데 이건 뭐 영 느는 것 같지가 않아 속이 타시는 모양이다.
"선생님은 애써 가르쳐 주는데 이렇게 못해서 어떻게 해."
"언제쯤이면 줄줄 읽을까?"
"지난번에 집에 영어로 숫자 읽는 거 1~12까지 붙여놨더니 우리 손주가 할머니는 이것밖에 몰라요? 하고 물었어."
이야기가 빠지기 시작하니 헤어날 줄 모른다.
"에구, 한 번 배우고 다 기억하고 다 이해되면 집에서 혼자 하셔도 된다니까요. 아니니까 배우러 오시죠. 하다 보면 가랑비가 옷 젖듯 는다니까요. 한 번 배운 거 다 기억나고 이해하실 수 있으면 집에서 유튜브 보고 혼자 하셔도 돼요~" 하고 위로 겸 격려 말씀을 드려본다.
그때 앞자리 한 쪽에서 날아든 한 마디
"독학은 진짜 독해야 해 먹어!"
ㅎㅎ 상황에 딱 맞는 절묘한 말씀에 다들 빵 터지셨다. 진짜 그렇지 않은가. 혼자서 목표를 정하고 공부하고 해나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가 말이다. 한참을 함께 웃다가 이렇게 다짐하며 공부를 이어간다.
"우리 독하게 살지 말고 순하게 함께 공부해요."
우리 배움터에는 다들 순하디 순한 순둥이들만 모여있다. 그중 내가 제일 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