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동네 처녀 총각 이야기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 ~
1956 년도 노래라는데 도대체 이 노래를 내가 왜 아는지?
국민학교 다닐 때 가요무대가 나오는 월요일 밤이면 우리 집 채널은 항상 9번 KBS1 TV에 맞춰져 있었다.
신라의 달밤부터 시작해서 안개 낀 장충단공원 등등등
어르신들이 나와서 부르는 노래가 도통 재미도 없는데
하도 듣다 보니 귀에 박혀 있던 노래들이 있나 보다
배움터 안 마당에 앵두나무가 두 그루 있는데
오늘 보니 앵두가 제법 많이 달리고 빨갛게 익어가더라.
쉬는 시간에 계단참에 걸터앉아
학생분들과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다 눈에 담긴 앵두나무가 생각나서
다시 수업을 시작하려다 말고 앵두나무에 앵두가 제법 달렸어요~ 하고는 노래를 틀었다.
낯익은 멜로디에 다들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시다가, 2절로 넘어가니 슬그머니 귀를 기울이신다.
알고 있던 건 1절뿐이라며. 2절, 3절은 무슨 내용인지 몰랐다고.
가만히 노랫말을 들으니,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무엇을 꿈꾸고 무엇에 아파했는지가 보였다.
그냥 우스개 소리처럼 흘려들었던 가사 속에, 어쩌면 그 시절 사람들의 애환이 녹아 있었구나 싶다.
신붓감이 사라져버린 동네 총각들의 허탈함도, 먹고살 길 찾아 서울로 올라와 꽃을 팔던 처녀들의 애잔함도. 그 노랫말을 따라가다 보니, 머릿속에 장면 장면이 그려진다.
가끔은 이 노랫말이 뜬금없이 생각날 것 같다. 잊힌 줄 알았던 옛 노래, 익숙한 풍경, 그리고 앵두나무 아래서의 작은 이야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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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나무 처녀(1956) ㅡ 김정애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
물동이 호미자루 나도 몰라 내 던지고
말만 들은 서울로 누굴 찾아서
이쁜이도 금순이도 단봇짐을 쌌다네
석유등잔 사랑방에 동네 총각 맥 풀렸네
올 가을 풍년가에 장가 들려 하였건만
신붓감이 서울로 도망갔데니
복돌이도 삼용이도 단봇짐을 쌌다네
서울이란 요술쟁이 찾아갈 곳 못 되더라
새빨간 그 입술에 웃음 파는 에레나야
헛고생을 말고서 고향에 가자
달래주는 목소리에 이쁜이는 울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