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백일홍아! 고마워!

가을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저 분홍 꽃이름이 뭐지?"
B씨가 운전을 하며 내게 물었다.
"아마도 백일홍? 백일홍일거야. 아니 백일홍이 확실해."
누군가에게 이 꽃이 백일홍이라고 들었던 기억을 더듬으며 나는 재빨리 대답을 했다.

"진짜야?"
B씨가 의심의 눈초리로 날 슬쩍 흘겨본다. 평소에도 날 덜렁이라며 놀려대는 B씨가 '백일홍이 확실해'라고 말했는데도나의 대답이 시원찮아 보였나보다.

"말했잖아. 백일홍이라고. 데샹보거리 소설에도 이 백일홍이 나오던데......백일홍 맞다니까."
내가 재차 힘주어 말했더니 B씨가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잇는다.

"백일홍은 백일 동안만 피고 지는거래. 백일홍이 지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찾아온대."
"정말? 처음듣는 이야기야. 그래서 이름이 백일홍이였구나. 한 편의 시 같네. 표현이 너무 아름다워."

나는 고속도로 주변에 핀 백일홍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왜 하필 그런 운명을 타고났을까. 백일동안만 피었다가 사라질 꽃이라면, 가을을 선물로 남기고 떠나는 꽃이라면 나는 더더욱 이 꽃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졌다.

'백일홍아! 고마워. 가을을 선물로 주고 떠나서......'

작가의 이전글 덕유산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