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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이는 참 좋겠다

순진이의 출산

<순진이는 참 좋겠다>

새끼 여섯 마리를 낳고서
우리 가족에게 일방적인 이쁨을 받고 있는
진돗개 순진이

활처럼 몸을 휘어감고서 여섯 마리 새끼를
다 품을 줄 아는 진짜 엄마가 된 순진이

하루종일 새끼에게 젖을 물리고
하루종일 혀로 핥으며
바깥일은 신경을 안쓰고 있는 줄 알았는데

밖에서 들려오는
참새소리
발자국 소리
바람소리
차 엔진소리에도

그녀의 귀는 어느때보다도 날카롭게 각을 세우고
이 모든 소리에
적군인지 아군인지를 예리하게 분별한다

화장실은 언제갈까
젖은 잘 나올까
춥지는 않을까
새끼들은 죽지않고 모두 잘 클까

새끼곁을 잘 지키고 있는 순진이를 보면서도
인간적인 몇 가지 호기심과 염려가 스친다

탯줄도 직접 끊었다나?
그 탯줄을 도로 삼켰다나?

믿을 수 없는 어른들의 말씀이었지만
뽀송뽀송한 흰 털뭉치 새끼들과
피 한방울 묻지않은 순진이네 깨끗한 집을 보며
그 말씀이 눈 앞에서 생생하게 이루어졌음을 보았다

한때 산모였던 나는
소고기 듬뿍 넣은 미역국을 그녀에게 바치고
순살 닭고기 찢어 넣은 맑은 국밥 한그릇 또 바치고
물 담은 그릇도 손수 가져다 바치고

한때 산모의 남편이었던 뱅구씨는
바람부는 어느 날
예배당 어느 구석에 있는 카페트 가져와
문없는 그녀의 대문을 절반이나 가려주고
그것도 모자라서
아들내미 안쓰는 담요가져다가
이중으로 가려준다

하나뿐인 내 아들은
순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엄마옆에서
앵무새처럼 엄마말만 따라한다

어휴 순진아!
새끼 낳느라 넘 고생했다
많이 힘들었지?

순진이는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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