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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예 Oct 10. 2020

수줍소녀의 호주 한 달 살기

#1. 호주 어학원을 가다

  작년 겨울, 코로나 19가 본격적으로 커지기 전, 우리 가족은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있는 오빠를 보기 위해였지만 한 달 동안 새로운 경험을 해보기 위함도 있었다. 호텔은 시드니 NSW 2000 George street에 있었고 어학원도 그 근처였다. 바로 앞은 시청이 있었고 트램과 지하철 역이 있었기에 하루 종일 북적였다.


  호텔서 5분 거리 어학원에서 내가 다닌 클래스에는 프랑스, 콜롬비아, 일본, 중국, 태국, 몽골 등 여러 외국인들이 많았다. 관광을 하며 많은 외국인들을 마주쳤지만 그렇게 가까이, 오래 지내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들은 검은 머리 한국인이 궁금한지 호기심 깃든 눈빛으로 바라봤다. 아니, 사실은 북한에 대해 궁금해했지만. 


  내성적인 성격 탓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끝낸 내게 호주인 선생님은 “너 첫날이니까 내 옆에 앉아. 적응해야 하잖아.”라며 말을 건넸다. 내가 너무 긴장했던 탓일까. 너무 불안했던 걸까. 살짝 눈물이 나더라. 날 빤히 바라보는 푸른색의 눈동자, 노란색의 눈동자, 갈색의 눈동자. 선생님은 모두의 눈을 피하며 입술만 잘근잘근 씹는 동양인 소녀가 가여워서였을 것이다.

 

 쭈뼛대며 선생님 옆자리에 앉은 후, 선생님은 모두를 조용히 시켰다. 내가 다시 소개를 하라는 의미였다. 



"I'm from Korea. And, "

"Which side? Are you from North?"



  아차, 싶었다. 한국은 Korea가 아닌 South Korea로 소개를 해야 한다는 것을 깜빡한 것이다. 북쪽에서 왔냐는 장난 섞인 선생님의 말에 조용히 있던 소녀가 손사래까지 치며 아니라고 하니 모두들 웃기 시작했다. 손으로 만든 총까지 꺼내는 시늉을 하니 나 역시 멋쩍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의 수업 방식은 독특했다. 한국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하던 것이었다. 주제가 던져지면 모두에게 그들의 나라에선 어떤지 물어보는 것이었다. 각자의 생각을 말하게 하기도 했다. 너무나 신기했고 새로웠다. 유창하게 말하는 그들을 멍하게 바라보던 내게 갑자기 선생님은 물었다.


“넌 어떻게 생각하니?”


 외국인만 보면 부끄러워 피하던 내게 순식간에 모든 시선이 집중됐고 난 그저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어... 어.... 난감하단 듯 우물쭈물하며 멋쩍게 웃는 동안 다행히 옆자리에 앉아있던 한국인이 대답을 대신해줬다. 이 아이가 부끄러워 그런다고. 난 강한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세 번이나 끄덕였고 선생님은 물론, 그 클래스의 모든 학생들에게 옅은 미소가 뗘졌다. 다행이었다.


  문득, 여긴 훨씬 더 마음을 편하게 먹어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공부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어디서 왔는지. 내 성격은 어떤지. 내 대학교는 어딘지. 그런 건 아무 상관없어 보였다. 그저 ‘나’를 그대로 보여주면 그들은 바로 받아들일 거라는 판단이 섰다.

 

  호텔로 돌아온 후, 한마디도 못한 나 자신이 짜증이나, 몇 번이나 머리를 감쌌는지 모른다. 여행일지를 쓰면서도 발을 동동거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다짐했다. 내일은 그리 바보같이 굴지 않으리라. 먼저 그들에게 말을 건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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