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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예 Jul 14. 2021

그들의 삶

집엔 언제나 영혼 두 조각을 남겨놓는다

“언니 갔다 올게-”


  빵빵해진 가방을 매고 신발을 신으며 오늘도 대답을 들을 수 없는 한마디를 외친다. 물론 뒤를 돌아보면, 굳이 귀로 듣지 않아도 대답을 알 수 있다.

  

  가지마. 까만콩 6개는 날 그렇게 바라본다. 까만 눈망울로, 씰룩거리는 코로. 혼자 있는 것이 안쓰러워 서로 의지하고 있으라고 데려왔건만 이젠 3개던 까만콩이 6개가 되어 날 바라보는 결과만 낳았다. 그리도 내가 좋을까. 뭐 하나 이쁜게 있다고. 난 내가 싫은데. 머쓱해져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나오지만 항상 마음은 편치않다. 카페에 앉아 공부를 하다가도 글을 쓰다가도 딴짓을 하다가도 생각이 나 이내 멍하게 있는다. 잘 자고 있을까. 이런저런 걱정이 과몰입인 것 같아 머리를 털지만 잘 털어버릴 수 없다.

 

  처음엔 후회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존재였기에 금방 내 곁을 떠나버리면 형용할 수 없는 공허함이 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랑스러웠기에 후회스러웠다. 사랑스러웠기에 안쓰러웠고, 까만콩 3개가 더 늘어난 순간 아차 싶었다. 무슨 짓을 한거지. 낮에는 그들을 사랑했고 밤에는 자책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내 오른쪽 눈은 한없이 따듯한 눈빛이었고 왼쪽 눈은 그들의 죽음을 생각했다. 삶을 갈구하는 존재를 그렇게 바라보는 내가 혐오스러웠다. 시작하기 전에 결과부터 걱정하는 성격다웠다. 이런 성격으로 얼마나 많은 후회를 했던가.

그러기도 한동안. 절로 웃음이 나오는 적이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없다. 집에서 그들을 보기 전까진. 그들은 너무나도 유의미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건 사랑이었다. 내가 그토록 망설이는 그 사랑을 그들은 아무런 조건없이 내게 쏟아붓고 있었다. 세상에. 내가 또 이기적이었구나.


  매일 가방을 메고 나서는 내 뒷모습에 진득히 달라붙는 그들을 위해 내 영혼을 조각냈다. 조각낸다는 것은 별다른 고통을 동반하지 않았다. 자랑할만큼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들을 더 순수히 사랑하는 것일뿐. 까만콩 6개니 3개당 한 조각. 그저 그렇게만. 그저 조금만 더 그들을 생각하는 것. 그것뿐이다. 해리포터의 호크룩스처럼 내 영혼을 어디 가둬놓는 것도 아니고 그저 그들을 더욱더 꽉 안아주고 밖이어도 더 생각해주는 것. 그것 뿐이다.

 

  그들은 내 영혼 두 조각이다. 갇혀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어디 가지도 않는다. 그들은 내 영혼과 항상 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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