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 시작

첫 걸음이 만사 형통

by bjh
97.jpg

[동티벳 차마고도 여행]


그렇다.

오랜 시간이었다.


2000년 12월 사회에 발을 내디뎠다.

공식적으로.


2002년 6월 방랑을 시작했다.

터키, 그리스, 불가리아, 루마니아, 헝가리, 체코,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 그리고 미국.


2003년 2월 다시 출근하기 시작했다.

2004년 6월 다시 방황.


2004년 9월 태평양을 건너고 2005년 1월 담배를 팔았다.

2007년 9월 커피를 팔고 2009년 9월 만세를 불렀다.


그사이 2007년 5월 새로운 일터에 발을 디뎠고

이제 2016년 8월. 장장 9년 3개월을 한 일터에서.


그 마무리가 다가온다.

직장인들이 그렇듯 하루에도 몇 번씩 안주머니를 살핀다.


시베리아 벌판이 두렵고 입 벌리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상식이 통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열두번.


그렇게 살아가는데 더이상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천천히 끓는 물에 있다가는 여럿 같이 멸하겠다 싶다.


그래서 결심한지 3일이다.

솔직히 불안하고 두렵다.


사람들은 어디로 가냐고 또는 뭘 할거냐고 묻는다.

딱히 정해진 것도 그렇다고 자신감이 넘쳐나지도 않는다.


다만, 해야만 되는.

하고 싶은 것을 즐기며 아이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일단은 쉬고 싶다.

얼마가 될런지 모르겠지만.


머리 속에 가득찬 똥부터 치워버려야 새 것을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 위로하고 토닥여주고 그렇게 좀 풀어놓아야겠다.


그렇다고 세상이 버리지는 않을 테니까.

혹여 비극이라해도 스스로의 결정으로 이어가는 生이니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뭐, 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