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낙원은 창세기를 작화한 내용이다. 천국에서 쫓겨난 사탄 무리가 복수를 계획하며 에덴 정원에서 해맑게 살고 있던 아담과 하와를 꾀어내 선악과를 먹게 하였다. 이후로 인간들도 원죄를 짓고 후손들이 비참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을 미카엘을 통해 보게 된다. 절망한 가운데 미카엘은 절제하는 삶을 살면 선처는 해줄 것이니 순응하고 착하게 살아라, 희망과 사랑을 통해 마음속의 낙원을 되찾을 수는 있다는 내용이다.
독을 품은 보물이 있을 곳으로 지옥만 한 곳이 없으니, 지옥에 이런 부가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의아해해서는 안 된다. 47.
절망에 빠져 있다가 자기가 원했던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이런 자리에 올랐건만,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서 더 높은 자리에 오르고자 하는 열망에 붙들려서, 천국과의 헛된 전쟁을 포기하고자 하지 않는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오만한 생각들은 그가 경험을 통해서 배우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55.
오 인간들아, 부끄러운 줄을 알아라. 저주받아 지옥에 던져진 악한 영들도 이렇게 서로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보이건만, 이성을 부여받은 피조물들 중에서 오직 인간들만은 얼마든지 하늘의 은총을 받을 기회가 주어져 있는데도 서로 불화하고,... 75.
치명적인 증오를 품고 도도히 흐르는 혐오의 강 스틱스, 검고 깊은 애수가 서려 있는 비탄의 강 아케론, 그 물줄기가 애처롭게 흐르며 통곡소리를 내는 뎃 명명된 강 코키투스, 불의 물줄기들이 격류를 형성하여 노한 불길이 되어 흐르는 거센 불의 강 플레게톤. 79.
이 네 줄기 강들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천천히 고요하게 흐르는 망각의 강 레테는 꾸불꾸불 물의 미로를 이루어 흐르는데, 그 물을 마시는 자마다 그 즉시 자기가 전생에 어떤 사람이었고 무엇을 했는지를 다 잊어버리고, 거기에서 겪었던 희로애락도 다 잊어버린다. 79.
이 황량한 심연, 그러니까 바다도 아니고 육지도 아니며, 대기도 아니고 불도 아니며, 이 모든 것들이 그들을 잉태하고 있는 인자들의 상태로 온통 뒤죽박죽 뒤섞여서, 전능한 조물주가 더 많은 세계들을 창조하는 데 그들을 자신의 암흑 물질로 사용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계속해서 싸우고 있을 자연의 모태, 아니 자연의 무덤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이 황량한 심연 속을, 조심성 많고 신중한 사탄은 지옥의 끝자락에 서서 한동안 들여다보며 자신의 여정을 구상하고 있었다. 95.
한편, 사탄은 둥근 공 모양의 이 세계에서 가장 먼 가장자리의 볼록면에 안착해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사람들과 사물들이 어딘가로 날아 올라가는 것을 보고서는, 가장 먼저 천국과 지옥 사이에 있는 림보(변방)라 불리는 곳을 발견하고 거기로부터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가서 천국의 문들과 창공을 감도는 윗물에 이른 후에, 둥근 구형의 태양으로 건너가서, 거기에서 태양의 통치자 우리엘을 만나게 된다. 105.
이 선동을 일삼는 천사야, 우리에게서 도망쳤다가 네게 합당한 벌을 받으러 돌아와서, 나의 이 오른손의 뜨거운 맛을 가장 먼저 보기 위해 이렇게 나서 주니, 지금 이 시간은 네게는 재앙이겠지만, 내게는 복수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니, 내가 먼저 바라단 바다. 244.
모든 자들보다 뛰어나고 가장 고귀한 이가 다른 모든 자들을 다스리는 것은 하나님과 순리가 동일하게 명하는 것이고, 너의 무리가 너를 섬기듯, 지혜롭지 못한 우매한 자, 또는 자신보다 더 고귀한 이를 거슬러 반역한 자를 섬기는 것이 바로 굴종이다. 245.
악을 생겨나게 한 원흉아, 너는 반란을 일으킬 때까지는 하늘에서 알려져 있지도 않고 이름도 없는 자이더니, 결국 네가 보고 있는 것처럼, 이런 엄청난 분란을 일으키고야 말았구나. 이 일은 의당 네 자신과 너의 졸개들에게 가장 끔찍한 악몽이 되겠지만, 다른 모든 이들에게도 악몽일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250.
가장 먼저 기어 나온 것은 미래를 대비할 줄 아는 지혜를 지닌 검소한 개미였는데, 작은 몸집에 큰 마음을 지닌 이 곤충은 아마도 나중에 여러 종족들이 서로 공평하고 평등하게 결합되어 하나의 나라를 이루고 살고자 할 때 모범이 될 만한 것이었고, 그다음으로 무리를 지어 나타난 것은 암컷 벌이었는데, 자신의 남편인 수컷 벌을 맛있는 것으로 먹이며, 벌집을 지어 꿀을 저장하는 그런 곤충이었지. 303.
너희 영원한 문들아, 열릴지어다. 하늘들이여, 너희 생명의 문들을 열어, 엿새 동안 한 세계를 창조하는 위대한 일을 하시고 돌아오시는 크신 창조주를 맞이하라. 306.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크거나 밝은 것이 더 우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316.
아담아, 내가 보니 너는 뭔가 독특하고 묘한 행복을 바라고 너의 배필을 고르고 있어서, 이미 홀로 즐거움 가운데 있으면서도 즐거움을 모르는 것 같구나. 그렇다면 너는 나에 대해서, 곧 지금의 나의 상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내게는 나와 대등한 자는 말할 것도 없고, 나보다 조금 못한 자도 없어서, 내가 직접 만든 자들, 곧 너의 경우와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나보다 무한히 열등한 자들 외에는 교제할 자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영원 전부터 혼자였는데, 네가 보기에 그런 내가 충분히 행복해 보이느냐? 그렇지 않느냐? 328.
오, 땅이여, 너는 하늘과 너무 닮았구나. 천국보다 더 낫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미 존재하는 천국을 참조하고 더 숙고하여 개량해서 지은 것이라 신들이 살기에 더 나은 곳이구나. 347.
그런데 인간은 결국 타락하는 쪽을 선택했기 때문에,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인간의 범죄에 대해 죽음을 선고하는 일밖에 남아 있지 않다. 그가 범죄 한 바로 그날에 그에게는 죽음이 선언되기는 했지만, 그가 두려워했던 죽음이 그에게 즉각적으로 가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죽음에 대한 나의 경고가 단지 말뿐이었고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날이 다 끝나기 전에 곧 인간은 내가 죽음의 효력이 늦게 나타나게 한 것이 그의 죄를 눈감아 준 것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정의는 은혜처럼 경멸받고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404.
이렇게 불법과 광란은 생명 없는 것들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죽음은 처음에 이성 없는 것들의 서로 간의 독한 반감을 통해 죄의 딸인 불화를 끌어들였다. 이제 짐승과 짐승, 새와 새, 물고기와 물고기가 서루 불화하고 싸우기 시작했다. 모든 생물들이 풀을 뜯어먹고사는 것을 그만두고, 이제는 서로를 잡아먹었다. 434.
오, 행복 끝에 불행이라더니, 이것이 정령 이 영광스러운 새로운 세계의 끝이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신세계가 지닌 영광 중에서 최고의 영광이었던 나의 끝인 것인가. 그토록 복죈 자였던 내가 이제는 저주받은 자가 되어, 전에는 바라보기만 해도 내게 최고의 행복을 가져다주었던 하나님의 얼굴을 이제는 피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구나. 435.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음성이 이제는 듣기만 해도 죽을 것 같은 말이 되어 버렸구나. 내가 생육하고 번성할수록, 늘어나는 것은 오직 내 머리 위로 돌아오는 저주들뿐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태어날 모든 세대들 중에서 나로 인해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해악을 느낄 때마다, 나의 머리를 저주하면서, 우리가 운 나쁘게도 못된 조상을 만나 이런 일을 당하는 것이니 아담에게 감사해야 하겠지라고 자조 섞인 말을 하며 나를 욕하지 않을 자가 누가 있겠는가. 435.
조물주여, 언제 내가 흙으로 나를 빚어 인간으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으며, 어둠으로부터 나를 이끌어서 여기 이 즐거운 동산에 데려다주시라고 간청했습니까. 내가 사람이 되어 살아가고 싶어서 당신께 나를 사람으로 만들어 존재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으니, 나를 다시 흙이 되게 해 주시는 것이 합당하고 옳을 것입니다. 또한 당신은 내가 스스로 원해서 지키겠다고 약속하지도 않은 선을 내게 지키라고 너무나 가혹한 조건을 내거셨으나, 나로서는 그런 조건을 따라 살아갈 수 없으니, 나는 당신이 내게 주신 모든 것을 반납하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내가 저지른 죄에 대한 형벌로는 충분할 것 같은데, 무슨 이유로 이렇게 내게 끝없는 비탄과 괴로움을 더하시는 것입니까. 당신이 말하는 정의라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가 불가능해 보입니다. 436.
우리에게 가장 괴로운 일들 중의 하나가 우리 자손들에 대한 염려, 곧 이 비탄과 재앙의 세계 속으로 태어나서 고통스럽게 살아가다가 결국에는 죽음에게 삼켜지는 것이라면, 우리 자신이 우리가 낳은 자손들의 불행의 원인이 되는 것은 참으로 비참한 일이니, 우리의 허리에서 이 저주받은 세계 속으로 태어난 비탄의 족속이 참담한 삶을 살고 나서는 결국 저 추악하기 짝이 없는 괴물의 밥이 되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으면 해요..... 444.
하나님의 심판에 의해 우리에게 치르도록 정해진 고통은 우리에게서 떠나가지 않고, 우리는 그 모든 분량을 끝까지 감당해야 되리라는 것이오. 도리어 우리의 고집을 앞세운 그런 행위들은 지존자이 노여움을 불러일으켜서, 죽음이 우리 안에서 살아가게 하실 것이오. 446.
처음에 나는 인간을 창조하면서 행복과 영원불멸이라는 두 가지 좋은 선물을 수여했지만, 인간은 죄를 범하여 행복을 잃어버렸고, 영원불멸은 내가 선고한 죽음이 임할 때까지 인간의 고통과 비탄을 연장시키는 역할만을 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제 죽음은 인간의 마지막 치료제가 될 것이고, 아울러 현세에서 살아가는 날들에 혹독한 환난과 시련 속에서 연단을 받고 믿음과 믿음에 의한 행위들을 통해 정화된 자들은 장차 내세에서 의인들로 부활하여, 그들에게 주어질 새 하늘과 새 땅에서 두 번째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453.
오, 아들들아, 인간은 저 금지된 열매를 먹은 후로 선악을 아는 일에 우리 중 하나처럼 되긴 했지만, 그것은 선을 아는 지식은 상실하고 악을 아는 지식을 얻은 것이니, 차라리 선만을 알고 악은 아예 알지 못했던 그 시절로 만족했다면, 더 행복했을 것이다. 지금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슬퍼하며,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마음 아파하며 회개 기도를 하고 있지만, 그것은 그에게 회개의 영을 보냈기 때문이니,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은 참으로 변덕스럽고 허망해서, 혼자 남게 되면 틀림없이 그 회개는 얼마 가지 못할 것이고, 지금보다 더 대담해져서 생명나무의 열매를 따먹고 영원히 살고자 할 것이다. 454.
하와야, 너의 신세를 너무 슬퍼하며 한탄하지 말고, 네가 정당하게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서는 체념하고 순순히 받아들이거라. 이미 너의 것이 아니게 된 것들에 대해 마음을 두지도 말고 너무 연연하지도 말아라. 네가 혼자 가는 것이 아니고, 너의 남편도 너와 함께 갈 것이니, 외롭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남편을 따르는 것이 너의 도리가 아니더냐. 그러니 너의 남편이 살아가는 곳이 너의 본향이라고 생각하거라. 463.
미카엘은 아담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는 지금 인간에게 임한 죽음의 최초의 형태를 통해 죽음을 보았지만, 죽음의 형태는 많고, 죽음의 음산한 동굴로 들어가는 길들도 많다. 이 모든 것이 무섭지만, 죽음의 동굴의 내부보다는 거기로 들어가는 입구가 더 무섭게 느껴질 것이다. 네가 본 것처럼, 사람들은 폭력으로 죽기도 하고, 물과 불과 기근으로 죽기도 하며, 폭식과 폭음으로 죽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든 것들로 인해 땅에는 소름 끼치는 ㅈ리병들이 생겨날 것인데, 이제 네 눈으로 보게 될 자들은 바로 그 질병들로 인해 괴물 같이 변해버린 자들이다. 이것을 통해 너는 하와의 무절제가 인간에게 어떤 불행을 초래하게 되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471.
오, 비참한 인류여, 얼마나 심하게 타락하고 부패했기에 이 정도로 비참하고 참담한 처지가 되고 말았단 말인가. 이럴 거면 차라리 자녀를 낳지 않고 인간이 존재를 여기에서 끝내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이런 식으로 우리에게서 생명을 빼앗아가실 거면, 왜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단 말인가. 아니, 왜 이런 삶을 우리에게 강요하시는 것인가. 우리의 삶이 장차 어떠할 것인지를 안다면, 아예 생명을 받아 태어나지 않거나, 태어났다고 해도 곧 반납하고서 평안히 세상을 뜨는 것이 상책이지 않겠는가... 472.
.. 이 거추장스러운 짐은 어차피 정해진 날에 다시 돌려드릴 때까지는 보관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니, 지금부터는 죽음으로부터 도망치거나 나의 삶을 늘리려고 하지 않고, 오직 그날이 되었을 때에 어떻게 하면 가장 아름답고 편하게 벗어버릴 방법을 강구하며, 내가 해체되는 그날을 인내로써 조용히 기다리며 살아가겠습니다. 474.
... 그때 아담은 그의 모든 자손들의 종말, 이 땅에 그토록 많이 모여 살았던 사람들이 거의 멸절되다시피 한 너무나 서글픈 종말을 보고서 얼마나 상심하고 슬픔에 잠겼던가..... 오, 이런 불길한 환상을 미리 보다니요. 미래의 일들에 대해 차라리 모른 채로, 오직 내 몫의 재앙만을 하루하루 짊어지고 살아갔더라면, 그럭저럭 잘 버티고 살아갈 수 있었을 터인데.... 그 괴로움을 어떻게 견딥니까. 483.
너는 하나이 세상이 시작되어 끝나는 것을 보았고, 마치 두 번째 뿌리에서 싹이 나오는 것처럼 또 다른 한 사람으로부터 또 하나의 세상이 시작되는 것을 보았다. 앞으로도 네가 볼 것은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 인간으로서의 너의 시력으로는 무리인 것 같구나.... 493.
... 이렇게 세상은 선한 자들에 대해서는 극히 악의적으로 대하고 악인들에 대해서는 호의적으로 대하는 가운데 자신의 무거운 짐 아래에서 허덕이고 신음하며 흘러가다가, 의인들은 숨을 돌리고 악인들은 보응을 받는 날이 도래할 것이다... 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