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비극, 에우리피데스의 알케스티스, 메데이아, 힙폴뤼토스 세 작품을 담은 을유문화사에서 출간한 책. 이것도 그냥저냥 읽기는 했는데, 이상하게 젊어서는 심리와 철학에 깊은 관심을 두더니 나이가 드니 신화와 역사에 관심이 가는 이유를 모르겠다.
에우리피데스의 이 세 작품은 신들의 인간적인 모습과 개입에 관한 이야기다. 대체로 영웅의 몰락과 인간 심리 묘사를 담았지만, 그냥 신들의 후일담을 듣는 기분으로 읽긴 했다. 물론 세 작품 모두 주인공은 인간이지만 신들은 그들의 운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간이 당신을 치유하겠죠, 죽은 자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29.
명심하세요, 우리 모두는 죽음이란 빚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31.
흔히 노인들은 죽기를 기도하지만 쓸모없는 짓이오. 노령과 장수의 시간을 그토록 비난하면서도, 정작 죽음이 다가오면 누구도 죽고 싶어 하지 않소. 43.
아드메토스: 노령은 얼마나 뻔뻔한가.
페레스: 그녀는 뻔뻔하지 않았지만, 네놈은 그녀의 멍청함을 알아챘지. 45.
모든 사람에게, 내가 판단해 보니, 인생은 정말로 인생이 아니라 불행이라네. 49.
여자가 자기 남편과 불화하지 않는 것, 그것이 가장 커다란 구원이 되는 겁니다. 72.
이아손: 지금, 처음이 아니라 전에도 여러 번 확인했고. 거친 성깔이 얼마나 대책 없는 불행인지. 91.
인간 세상에 퍼진 가장 무서운 질병은 바로 몰염치다. 잘도 나타나셨군. 내가 당신에게 악담을 퍼붓고 나면 내 영혼은 가벼워지나 내 말은 당신의 짐이 되겠지. 92.
절제가 날 사랑하기를, 절제는 신들의 가장 아름다운 선물, 무시무시한 여신 퀴프리스시여, 99.
병에 걸린 것이 간병하는 일보다 더 나아요. 전자는 단순하지만, 후자에게는 정신적 고통과 손이 분주한 수고가 뒤따르니까요. 150.
우리는 무엇이 옳은지 알고 그것을 인식하지만 실천하려고 애쓰지는 않아요. 어떤 이는 태만 때문이고 어떤 이는 올바름 대신에 어떤 쾌락을 선호하기 때문이지요. 삶의 쾌락은 여럿입니다. 이를테면 '오랜 수다'아ㅗ '여가' 이 둘은 즐거운 해악이고, 또한 '절제'가 있어요. 159.
죽음이란 밤의 거뭇한 필연이 나를, 불운한 자를 잠재워 주길. 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