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반, 한국 화장품 시장은 외국 브랜드의 그림자 아래 있었다. 국내 제품은 기술력에서 다소 뒤처진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시기였다. 그러다가 하나의 제품이 이러한 통념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바로 이영애가 광고한 마몽드의 '밍크 브라운' 립스틱이다.
1993년 출시된 이 립스틱은 출시 한 달 만에 200만 개라는 경이로운 판매고를 올리며 한국 화장품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이는 단순한 히트 상품을 넘어, 한국 여성의 메이크업 문화를 바꾼 혁명과 같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영애가 처음부터 압도적인 미인으로 인정받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마몽드의 전속 모델로 활동하기 전, 그녀는 유덕화와 함께한 투유 초콜릿 광고로 알려졌지만 '이렇다 할 이슈를 일으킨 배우'는 아니었다. 오히려 당시 고현정의 '순' 화장품 광고나 김남주의 '라끄베르' 캠페인이 대중의 기억에 더 선명했었다.
당시 이영애는 혜성같이 나타나긴 했지만 신규 화장품 브랜드 마몽드 전속 모델로서 "당당하고 활기찬 여성 이미지"를 강조하며 꾸준히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뿐이다. 그러다가 바로 밍크 브라운 립스틱 광고를 하면서 그녀의 위상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놀랍게도 이 제품의 성공은 "립스틱 컬러가 너무 예뻐서" 이뤄진 면이 컸다. 제품이 모델을 빛낸 드문 사례였던 셈이다.
그렇다면 밍크 브라운 립스틱이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립스틱은 그저 "펄이 들어간 부드러운 질감의 칙칙한 갈색 립스틱"이었지만, 당시 "와인, 레드 일색의 립스틱 컬러"에서 벗어난 "아주 신선한 컬러"였다. 이 새로운 컬러는 한국 이십 대 여성들의 입술을 순식간에 덮어버렸고, 그렇게 "어딘가 아프거나 창백한 브라운 계열의 화장"이 90년대 초중반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되었다.
밍크 브라운의 성공은 단순한 색상 변화를 넘어, 한국 여성들의 메이크업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이 변화의 중심에 이영애가 있었다. 이영애는 이 성공을 발판으로 "국내 최고의 미인 배우로 등극"하며 3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위상이 공고한 듯 보인다.
돌이켜보면, 그때는 몰랐으나, 지금 보니 그 시절 이영애가 정말 너무 예뻤다. 당시에는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그녀의 아름다움과 상품성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재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초반을 기억하자면, 다른 건 몰라도 이영애의 밍크 브라운 립스틱은 선명하게" 남아있다. 이것이 바로 강력한 브랜드와 제품이 가진 힘이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시절을 경험한 이들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제품, 그것이 바로 마몽드 밍크 브라운 립스틱이다.
외국 화장품 브랜드의 스테디셀러가 "몇십 년 동안 지속되는 걸 감안할 때" 밍크 브라운 역시 한국 화장품 역사에서 상징적인 제품으로 남겨둘 가치가 있다. "밍크 브라운의 귀환"이라는 슬로건으로 이영애를 다시 모델로 세우고, "90년대 메이크업 스타일을 유행시키는 마케팅"은 분명 많은 이들의 향수를 자극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추억 소환용으로라도 하나 사두고 싶은 마음이 있다. "아, 그래, 이 컬러였지" 하면서 바르는 재미는 90년대를 경험한 여성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감성이다. 이것이 바로 강력한 브랜드 헤리티지의 힘이며 마몽드 밍크 브라운 립스틱이 지닌 문화적 가치라고 확신한다.
한국 화장품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 아이코닉한 제품의 귀환은, 단순한 복고를 넘어 한국 화장품 산업의 자부심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