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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열풍, 지난 30여년간 유행했던 메이크업들

by 무체


유난히 폭풍처럼 유행했다 순간 사라져 버리는 패션 아이템들이 있다. 메이크업 유행 스타일도 그렇고 패션 아이템은 더욱 그렇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스타가 선보인 메이크업이나 패션 스타일은 순식간에 퍼지고, 또 그만큼 빠르게 시들해진다. 지난 30여 년간 한국 여성들의 얼굴을 장식했던 메이크업 트렌드를 되돌아보며, 그 시대의 미적 가치와 사회적 맥락을 함께 살펴보자.


90년대: 성숙함과 여성미의 극대화


가는 눈썹 (1990년대 초~후반)

90년대 초반에서 후반까지 꽤 길게 유행한 얇고 가는 눈썹은 80년대의 짙고 야성적인 눈썹 트렌드에서 큰 변화였다. 점차 가늘고 곡선적인 눈썹이 유행하면서 여성들은 나이보다 성숙해 보이면서도 여성스러움의 극대화를 추구했다. 여성들이 눈썹을 완전히 밀어버리고 새로 그리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는 기술적으로 꽤 어렵고 힘든 작업이었다. 그러나 당시 여성들에게 눈썹을 그리는 기술은 메이크업의 시작과 끝을 좌우했을 정도로 중요한 일이었다


립 아우트라인 (1990년대 중반)

가는 눈썹과 더불어 '립라이너의 시대'라고 할 만큼 입술 화장에 립라이너가 필수였던 시절이 있었다. 립라이너로 먼저 원하는 입술 형태를 그린 후 립스틱을 바르는 순서를 정석처럼 여겼는데, 립스틱의 지속성이 높지 않던 시절이라 시간이 지나면 립라이너 자국만 남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럼에도 립라이너는 입술 형태를 강조하고, 종종 입술을 실제보다 더 크게 그리는 데 활용되었다.


갈색 톤 메이크업 (1990년대 중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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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을 주조로 한 메이크업 스타일은 90년대 중후반을 대표하는 메이크업 트렌드였다. 아이섀도부터 립스틱까지 어둡고 무겁고 성숙한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볼터치도 사선으로 브라운 계열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 시기는 성숙하고 세련된 여성상이 이상적인 미로 여겨졌던 때로, 메이크업도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반영했다.


2000년대 초반: 소녀취향 부상


일명 모찌 화장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90년대 후반부터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찹살떡을 연상케하는 일명 '모찌 화장'은 눈 주변은 하얗게, 뺨은 붉게 강조하는 스타일이었다. 주로 하이틴 패션 잡지 모델들이 선보였던 이 메이크업은 눈 주변의 밝은 하이라이팅이 특징이었다. 이 트렌드는 귀엽고 어려 보이는 이미지를 추구하는 일명 동안 열풍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펄 립스틱과 립글로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중반)

90년대 후반에 펄이 들어간 립스틱이 유행하다가, 물광 화장이 유행하면서 거의 모든 여성들의 입술이 번들거리던 시기가 있었다. 끈적거리는 질감을 감수하고서라도 촉촉해 보이고 윤기가 흐르는 립글로스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유행이 사그라들면서 투명한 립글로스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자취를 감췄다가, 최근에 다시 등장하고 있지만 예전의 지위를 되찾지는 못하고 있다. 대신 촉촉한 립밤 형태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2000년대 중후반: 물광의 시대


물광 메이크업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물광 메이크업이 2000년대 후반 혹은 2010년대 초반 김희애가 유행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2000년대 초반 바비브라운과 같은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를 통해 도입되었다. 초기에는 감각 좋은 도시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다가 점차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2010년대 초중반에 절정을 이루면서 김희애가 이 스타일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삼았을 때는 사실 물광이 한물간 시기였다. 물광 메이크업은 동안으로 보인다는 장점 때문에 40대 이상 여성들의 필수품이 되었지만,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선호도가 크게 떨어졌다.


술 취한 듯한 뺨 화장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자연스러운 물광 메이크업이 유행하면서 메이크업의 색조 포인트는 뺨에 집중되었다. 피부결이 가벼워지면서, 뺨을 붉게 하는 것은 동안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얼굴이 작아 보이게 하는 효과를 주었다.

전체적으로 블링블링한 소녀 느낌의 화장이 유행하면서, 얼굴의 색조는 붉은 뺨과 투명하거나 살짝 붉은 글로스로 집중되었다. 이 시기에는 눈화장이 자연스럽게 덜 강조되고, 눈썹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핑크 립스틱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여성들의 짙고 노숙해 보이는 화장이 사라지고 동안 메이크업이 유행하면서 핑크 립스틱도 자연스럽게 트렌드가 되었다. 이 시기에는 전국이 '펑키한' 여성들로 넘쳐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대: 극과 극의 공존


스모키 화장 (2010년대 초반)

2010년대 초반에는 스모키 메이크업이 대대적으로 유행했다. 거의 모든 연예인이 스모키 화장을 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스모키 화장은 예쁘다기보다 멋있는 스타일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 '예쁨'에 목마른 연예인들은 금세 화사한 메이크업으로 회귀했다. 당시 스모키 화장이 유행한 명확한 이유 중 하나는 당시 유행하던 핑크 립스틱과의 조화였다. 핑크 립과 스모키한 눈매는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극적인 매력을 이루었다.


일자 눈썹 (2010년대 후반)

2010년대 후반, 갑자기 일자 눈썹이 대세가 되었다. 특별히 누군가를 모방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갸름하고 청순한 얼굴형이 '강남 미인형'으로 선호되면서, 그에 어울리는 일자 눈썹이 트렌드가 되었다.

특히 성형을 많이 한 셀럽들의 경우, 이마가 돌출되고 동글동글한 이미지 때문에 둥근 아치형 눈썹보다 일자 눈썹이 더 어울리는 경우도 있었다. 어쨌든 많은 여성들이 '예쁨'과 상관없이 일자 눈썹을 채택했고, 이는 어려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남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결과로 이어졌다.


레드 립컬러 (2010년대 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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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여성들이 선호하던 립스틱 컬러가 짙고 어두운 빨강이었다면, 2010년대 후반 여성들을 사로잡은 색은 밝고 선명한 빨강이었다. 흰 피부와 깨끗한 이미지를 배경으로 붉은 틴트가 유행하다가, 점차 선명하고 지속성이 뛰어난 레드 립스틱이 대세가 되었다. 이 트렌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셀럽은 아마도 수지일 것이다. 그녀의 흰 피부와 완벽한 입술에 어울리는 붉은 립스틱이 많은 여성들에게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2020년대 애니메이션과 sns의 영향


언더 블러셔 (2020년대 초반)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전의 볼 빨간 화장이 아닌, 눈 밑이 불어지는 언더 블러셔 화장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스타일은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면서 동안 효과가 있다고 여긴 탓 같다. SNS와 애니메이션 영향으로 볼 수 있는 이 스타일은 기존의 메이크업 문법을 깬 독특한 취향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곧 지나가게 되지 않을까 한다.



트렌드의 순환과 그 의미

메이크업 트렌드는 단순한 색과 형태의 변화가 아니라, 그 시대의 이상적인 여성상과 미적 가치관을 반영한다. 90년대의 성숙하고 도시적인 이미지에서 2000년대의 소녀 같은 순수함, 2010년대의 대담함과 자연스러움까지, 트렌드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순환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트렌드가 유행하든, 자신의 개성과 얼굴형에 맞는 스타일을 찾아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결국 가장 아름다운 메이크업은 트렌드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를 자신에게 맞게 재해석하는 데서 비롯된다.


1990년대 뷰티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 연도별로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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