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 한국 메이크업 트렌드는 중요한 변화를 맞이했다. 이전 시대의 성숙하고 진한 메이크업에서 벗어나 밝고 건강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트렌드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눈밑에 반짝이는 하이라이터는 이 시기 보편적이고 핫했던 뷰티 아이템으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폭넓게 사용되었다.
20세기말 밀레니엄 시대가 도래하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국내 여가수와 뷰티 매거진 등에서 눈밑 하이라이터 화장이 급속히 유행했다. 특히 당시의 트렌드였던 '밀레니엄 스타일'은 밝고 화사하며 미래적인 이미지를 강조했기 때문에 눈밑을 밝게 표현하는 메이크업이 큰 인기를 끌었다. 대표적으로 엄정화, 이효리, S.E.S, 핑클 등의 인기 여가수들이 이 화장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했고, 잡지에서도 화장법을 상세히 소개하며 대중적인 유행을 이끌었다. 특히 엄정화는 세련된 스타일과 화려한 무대 메이크업을 선보이며 당시 메이크업 트렌드를 주도한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결과적으로 밀레니엄 시대의 독특한 분위기와 맞물려, 눈밑 하이라이터 화장은 당시의 시대적 감성을 대표하는 메이크업 기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중에서 1999년 5월 걸그룹 베이비복스의 멤버로 데뷔한 윤은혜는 15세부터 눈밑 하이라이터로 시작했으니 눈밑 화장의 달인으로 불릴만하다.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여전히 눈밑 하이라이터는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분위기였지만, 점차 '애교 살'처럼 보이는데 주력하는 트렌드로 변화했다. 심지어 애교 살 성형을 하거나 수술 후에도 더 두드러지게 보이기 위해 펄 섀도를 바르는 것이 유행했다. 반면 비교적 점잖은 화장으로는 은은하게 하이라이터 기능에만 충실하게끔 옅게 발랐다.
2012년은 창백한 기운이 난무한 가운데 여성들의 눈가만은 여전히 초롱초롱하고 반짝반짝한 기운이 남아있던 시기였다. 성유리, 황정음 등이 이러한 스타일을 보여주었으며, 다소 어설픈 듯, 허연게 묻는 듯 작위적인 흔적이 유일하게 눈밑에만 묻어나곤 했다.
2013년에는 애교 살 성형이 더욱 폭증했다. 1980년대 말까지 음정희처럼 보조개가 미의 포인트로 각광받았던 것에서 눈밑 애교 살이 미의 필수 아이템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화장도 감쪽같이, 마치 본래 애교 살이 있던 것처럼 연출하는 기법이 발달했다.
2014년, 점차 눈밑이 티 나게 반짝거리면 촌스러워 보일 정도로 식상한 아이템이 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이 부위를 얼마나 자연스럽고 은은하면서 섹시하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화장의 세련됨과 촌스러움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어갔다.
2015년에는 붉은 입술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여성들은 보다 더 하얗고, 보다 더 빨간 립스틱을 바르며 딱 떨어지는 화장에 심취했다. 그 결과 눈 화장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이 시기에 간간이 반짝이를 사용하는 이들은 그저 개인 취향이거나, 나이 들어가는 분들이 화사해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도구로 여겨질 뿐이었다.
2016년에는 눈밑 하이라이터가 젊은 여성들보다는 중년 여성들이 더 선호하는 메이크업 패턴이 되어버렸다. 일반인 중에는 뒤늦게 매력에 빠져서 따라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 무렵 눈밑 하이라이터를 남용했다면 센스 있는 사람은 아니었던 거다.
2017년에는 눈밑 하이라이터가 걸그룹과 중년 여성의 필수 화장으로 자리 잡았다. 중년 여성에게는 생기를 돋우는 아이템으로, 걸그룹 등 가수들에게는 무대 조명 아래서 화려함을 과시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 활용되었다. 이로 인해 여전히 2000년대 화장 스타일이 이 분야에서는 지속되었다.
2020년 이후 눈밑 하이라이터가 그냥 기분에 따라, 혹은 연령에 따라 선택 가능한 화장 패턴으로 인식되고 있다. 꼭 해야 하는 필수 요소가 아닌 선택 사항이 되었다. 다만 현대적인 트렌드는 티 안 나게 은은한 광채만 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눈에 띄게 번쩍거리는 하이라이터는 촌스러워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웨딩 메이크업에서도 과한 눈밑 하이라이터는 지양하는 추세이며 다만 애교 살이 없어서 나이가 들어 보인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특효약처럼 간헐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권장된다.
이처럼 눈매를 또렷하게 집중한 20세기말 화장 스타일에서 점차 반짝반짝 윤이 나면서 화려한 패턴의 화장 스타일이 유행하게 된 것은 동서양에 대거 등장한 걸그룹들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눈밑 하이라이터와 글리터 제품은 무대 조명 아래서 더 화려한 주목을 받을 수 있어 퍼포먼스를 위한 메이크업으로 적극 활용되었다. 눈밑 하이라이터 메이크업은 2000년대 초반의 열풍에서 시작해 점차 변화하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대적 감성과 문화적 흐름에 따라 때로는 필수 요소로, 때로는 선택적 요소로 그 위치가 달라졌지만, 여전히 메이크업 기법으로서의 가치를 잃지 않고 있다. 오늘날에는 트렌드를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 자신의 개성과 매력을 살릴 수 있는 방식으로 메이크업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졌으며, 눈밑 하이라이터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는 도구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