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미인 saga

1990년대를 평정했던 스타들

by 무체


1990년대는 한국 대중문화와 트렌드의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난 시기다. 그 시작점에는 SBS 개국과 제1회 슈퍼모델 선발대회가 있었다. 이소라라는 걸출한 스타의 등장은 기존의 미적 기준을 뒤흔들었고, 이 대회를 통해 수많은 스타가 배출되며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알렸다. 또한 1980년대 하이틴 스타들이 성인식을 치르며 옥석이 가려지던 시기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광고 하나로 인생 역전을 이룬 최진실이나 초콜릿 광고로 대중의 뇌리에 박힌 이영애처럼, 잘 만든 광고 한 편이 스타의 운명을 결정짓는 강력한 매체 파워의 시대였다. 강수연, 박중훈의 ‘청춘 스케치’나 이미연, 김보성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같은 청춘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며 10대들의 감성을 대변한 것도 이 시기의 특징적인 사회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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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사로잡은 아이콘과 그들의 스타일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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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은 단순한 인기를 넘어 하나의 ‘신드롬’이었다. 야구선수 조성민과의 결혼이 전국민적 이슈가 될 정도로 그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작고 마른 체형에 귀여운 외모를 지녔지만, 패션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했다. 얼굴 자체의 세련미보다는 탁월한 패션 감각과 작품 선정 능력, 대중의 니즈를 파악하는 영리함이 그녀를 톱스타로 만들었다. 반면 채시라는 가나 초콜릿의 청순한 모델에서 출발해 코리아나 화장품 장수 모델로 활동하며 신뢰감과 미모를 쌓았다. 록스타 신성우와의 파혼이라는 스캔들 속에서도 비난을 비껴가며 건재함을 과시했고, 이후 김태욱과의 결혼으로 안정을 찾았다.


트렌드를 주도한 패션의 여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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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스타일을 논할 때 이승연을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당대 가장 섹시하고 세련된 여성이었으며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었다. 쿨한 성격과 독보적인 스타일을 가졌음에도 무모한 마케팅 선택으로 대중의 질타를 받기도 했으나, 훗날 동대문에서 옷을 팔며 재기를 노리던 그녀의 생활력과 뚝심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고소영은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럭셔리’의 대명사다. ‘엄마의 바다’ 이후 작품 활동보다는 광고 위주의 활동을 이어갔지만, 특유의 세련됨과 당차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여전히 그녀를 부유한 톱스타의 위치에 있게 했다.


스크린을 장악한 여배우들의 매력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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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에서는 심혜진이 독보적이었다.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었지만, 코카콜라 광고에서 보여준 시원한 웃음과 서구적인 몸매는 그녀를 대체 불가한 주연으로 만들었다. 다소 부정확한 발음에도 불구하고 감독 및 스태프와의 케미, 그리고 혼신을 다하는 연기 열정은 드라마 ‘안녕, 프란체스카’에 이르기까지 그녀를 빛나게 했다. 심은하는 정윤희에 비견될 만큼 귀하고 신비로운 배우였다. 배우로서의 정점을 찍고 과거를 청산한 뒤 화가이자 정치인의 아내로 변신한 그녀의 행보는 매우 고퀄리티의 진화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전도연은 비주얼보다는 성실함으로 승부한 케이스다. 뛰어난 미모는 아니었으나 물불 가리지 않는 연기 투혼이 그녀를 조연에서 주연급으로 끌어올렸다.


성형과 개성, 미의 기준이 다양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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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는 성형 미인이 주연급으로 부상한 분기점이기도 하다. 김남주와 오현경의 성형은 획기적일 만큼 예뻤고 성공적이었다. 오현경은 사생활 논란으로 긴 공백기를 가졌으나 용기 있게 복귀해 중년 배우로 활약 중이며, 김남주 역시 결혼과 관련된 화제들을 뛰어난 연기력과 작품 선구안으로 불식시키며 여왕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혜수는 10대 때 데뷔해 50대가 넘도록 톱의 자리를 유지하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유해진과의 열애설 외에는 큰 스캔들 없이 쿨하게 대처하며 롱런하고 있다. 다만, 과도하게 개념 있는 척하는 정치적 행보는 옥에 티로 남는다. 이 외에도 톡톡 튀는 개성의 이의정이나 유혜정 같은 감초 연기자들이 사랑받았다.


비운의 스타와 엇갈린 평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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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잘못 타고난 스타들도 있다. 미스코리아 출신 최윤영은 지금 봐도 매력적이지만 당시에는 너무 육중해 보였던 탓에 빛을 보지 못했고, 도벽 논란으로 씁쓸함을 남겼다. 김지호는 보이시한 매력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인성 논란으로 이미지가 추락했고, 김정은은 로코 여신으로 사랑받았으나 북한의 김정은에게 이름의 유명세를 빼앗기며 뒷방 스타가 된 느낌이다. 옥소리는 청순과 섹시를 겸비한 드문 미인이었으나 결혼과 외도 논란으로 전성기를 마감해 아쉬움을 준다. 반면 유호정은 청순가련한 외모로 남성 팬들을 사로잡았으며 나이가 들수록 기품이 더해지고 있다.


90년대를 정의하는 패션 아이템과 애티튜드


당시 패션은 과감하고도 실험적이었다. 가발과 헤어밴드가 유행했고, 쇼트커트 또한 세련된 멋의 상징이었다. 노출 수위도 상당히 높아 가슴 라인을 과감히 드러내며 섹시함을 무기로 삼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선글라스를 머리 위에 얹는 스타일은 90년대 멋쟁이들의 필수 공식이었다. 훗날 최순실 사건으로 희화화되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머리띠처럼 활용하는 것이 당연한 멋이었다. 또한 베레모의 유행은 돌고 돌아 2010년대 이후 다시 주목받기도 했다. 이처럼 1990년대는 뷰티와 패션, 그리고 스타들의 개성이 폭발하며 한국 대중문화의 르네상스를 이끈 뜨거운 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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