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체 May 19. 2024

수퉁의 똥술을 먹은 죄

수퉁의 꿀술이 아닌 똥술을 먹은 대가로 다작으로 승부한다. 팔자려니 한다. 밑도 끝도 없이 무언가 자꾸 써대는 일은 재능도 기술도 아닌 일종의 저주와 다를 바 없다. 빨간 구두를 신고 죽을 때까지 춤을 추듯, 나는 운명처럼 글을 쓰고 있다. 이건 분명 병이다. 손이 머리보다 빨리 움직이는 이 노릇을 어쩌지 못하겠다. 비운의 예언가 카산드라에게 동병상련 느껴지는 건 왜인건지. 이건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 하는 원망과는 거리가 먼, 왜 좋아하는 일을 잘하지 못하고 잘하는 일을 싫어하느냐의 문제이다.


끔찍하게 싫어하던 운동인데 타고난 운동 신경을 장착했던 것처럼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아도 재능을 탑재했다면 오죽 좋았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생의 의지에 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