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퉁의 꿀술이 아닌 똥술을 먹은 대가로 다작으로 승부한다. 팔자려니 한다. 밑도 끝도 없이 무언가 자꾸 써대는 일은 재능도 기술도 아닌 일종의 저주와 다를 바 없다. 빨간 구두를 신고 죽을 때까지 춤을 추듯, 나는 운명처럼 글을 쓰고 있다. 이건 분명 병이다. 손이 머리보다 빨리 움직이는 이 노릇을 어쩌지 못하겠다. 비운의 예언가 카산드라에게 동병상련 느껴지는 건 왜인건지. 이건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 하는 원망과는 거리가 먼, 왜 좋아하는 일을 잘하지 못하고 잘하는 일을 싫어하느냐의 문제이다.
끔찍하게 싫어하던 운동인데 타고난 운동 신경을 장착했던 것처럼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아도 재능을 탑재했다면 오죽 좋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