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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체 Sep 02. 2024

시대별 편리하게 진화한 파운데이션 스토리


요즘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얼굴에 기본적인 화장은 필수다. 참고로 자외선 차단제도 베이스 화장에 속하니 파운데이션을 발랐다고 해도 무관하다. 대체로 사람들은 화장했니? 하고 물으면 아니 선크림만, 톤업 크림만 발랐어 등으로 화장한 것을 부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얼굴에 로션만 발라도 톤 정리가 되니 화장을 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현대인에게 이러한 기초화장은 흠이 될 것도 흉이 될 일도 아닌 그냥 애나 어른이나 필수로 바르고 다녀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러한 가운데 내 얼굴의 피부톤과 결을 좌우하는 파운데이션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대인은 이러한 파운데이션이 자신의 피부처럼 감쪽같고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전제가 필수다. 그래서 화장이 잘 먹는 것을 매우 중시 여기며 피부에 잘 스며들게 수도 없이 스펀지로 얼굴을 두드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화장법과 피부에 좋은 화장품이 나오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으며 고대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알고 나면 매우 흥미롭다.


먼저 고대시대 파운데이션은 피부를 밝고 매끄럽게 보이기 위해 피부에 흙이나 흰색 크림을 얼굴에 발랐다. 이는 계급과 연관이 깊다. 그래서 피부가 남달리 하얗거나 독특해 보일수록 귀해 보였을 것이고 그것이 곧 특수한 지위와 권력을 상징했다. 그렇다 보니 점점 더 시간이 갈수록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피부를 창백하다 못해 기괴할 정도로 하얗게 칠하고 다닌 것이 유행이었다. 창백한 피부가 고귀함과 부유함을 상징해서 여성이나 남성이나 귀족 왕족 여성들은 납과 백납을 얼굴에 바르고 다녔고 당연히 트러블이 날 수밖에 없으니 더 두껍게 칠하고 거기에 점을 찍거나 붙이는 등 갖은 시도를 했고 끝내는 납중독으로 기절하거나 미치거나 죽어나간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거다.


중세 르네상스 시대에도 창백한 피부가 여전히 이상적인 미의 기준이 되면서 파운데이션은 납덩어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얼굴에 독을 바르고 다녔다. 왕족, 귀족에서 부유층까지 흰 피부를 선호하면서 얼굴에 납을 포함한 하얗게 만들어진 혼합 베이스를 발랐고 특히 엘리자베스 1세 시대에는 베니스 세럼이라는 납 베이스 화장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 하얀 액체가 고풍스럽고 우아한 유리병에 담긴 약병 같은 이미지였다고 하니 최초의 상업용 화장품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18세기와 19세기에 들어서면서 프랑스에서 새로운 형태의 파운데이션이 등장하였는데 이 시기에도 여전히 창백한 피부가 인기였지만 납성분보다는 밀가루와 백색 크림 같은 덜 해로운 재료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제품조차 평민들보다는 부유층에게만 한정적으로 사용가능했다. 그러다 19세기말, 화장품 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납 성분의 파운데이션으로 인체에 치명적으로 좋지 않은 사례가 증가하자 납을 대체하는 비교적 안전한 재료인 아연화를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보다 질 좋은 파운데이션 연구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할리우드 영화 산업이 발전하면서 배우의 메이크업 스타일과 화장품 산업은 더욱 대중화되었다. 그중에서 1914년 분장사 출신 맥스 팩터는 배우들이 카메라 앞에서 보다 아름다워 보이는 피부색을 연출하기 위해 팬 케이크 파운데이션을 개발하였는데 이것이 대 히트를 하면서 브랜드화되었고 배우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발전한 파운데이션은 1930년대로 넘어가면서 보다 다양한 피부톤에 맞게 개발되었고 색상은 옐로 베이스의 자연스러운 컬러를 추구하되 질감은 매우 매트한 것이 보편적 타입이었다. 그리고 1950년대 리퀴드 파운데이션이 처음 등장하여 사용의 편리함을 더했다. 맥스 팩터를 필두로 레브론도 1950년대 리퀴드 파운데이션을 출시하였고 엘리자베스 아덴은 크림 타입 제형을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고 헬레나 루빈스타인도 자연스러운 커버력을 강조한 리퀴드 파운데이션을 출시하면서 한동안 파운데이션은 리퀴드 타입이 여성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다가 1980년대 일반 여성을 위해 개발된 간편하게 휴대하면서 커버력과 지속성을 보장하는 콤팩트형 파운데이션이 크게 유행하였다. 투웨이케이크 혹은 트윈케이크라 불린 이 파운데이션은 파우더를 따로 바르지 않아도 되는 번거로움을 해소하면서 가볍게 발리고 파운데이션처럼 높은 커버력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제형은 전문가의 영역은 아니었고 오로지 일반 여성들에게만 유용한 아이템이었음을 참고하자.


그러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피부 트렌드는 하얗거나 까만 피부색에 국한하는 것이 아닌 건강하고 자연스럽게 윤기가 나는 질감이 선호되면서 가볍고 묽은 제형의 파운데이션을 선호하게 된다.  이는 아티스트와 일반인의 간극이 좁혀지면서 생긴 현상 중 하나로 볼 수 있는데 그러한 시기에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기능을 결합한 BB크림 스타일이 특히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되고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베이스 화장에 손을 대게 하는 데 일조하게 된다. 하지만 비비크림은 본인 눈에만 티가 안 났지 타인의 눈에는 누가 봐도 바른 티가 났기에 대체 제품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다양한 질감과 색감을 추구하면서 cc크림부터 톤업크림 광채 크림을 비롯하여 무스타입, 로션타입, 오일 프리에서 모이스춰 라이저 등 가볍고 무른 제형의 파운데이션이 벅찰 정도로 잔뜩 등장하면서 2010년대 비로소 콤팩트 타입의 파운데이션이 재유행하게 된다. 그러나 기존의 매트한 타입이 아닌 촉촉한 수분베이스로 업그레이드를 하고서 말이다. 이와 같은 타입은 뷰티 제품에 유독 관심이 많은 한국 소비자를 위해 한국에서 처음 개발되었으며 K-뷰티의 성장과 함께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하고 여성들의 화장 패턴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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