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면적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스타 루돌프 발렌티노

1895년 5월 6일 이탈리아 남부 지역에서 지나치게 잘 생긴 아이가 태어났다. 루돌프 발렌티노란 아이 아버지는 수의사였고 어머니는 프랑스 태생의 다정한 미인이었다. 유복한 가정에서 장난기 가득한 유년시절을 보낸 그에게 아버지가 갑자기 말라리아로 사망하면서 시련을 맞게 된다. 루돌프는 사춘기를 심하게 앓았고 반항심 가득한 채 기숙학교에 다니다 18세에 자기 몫의 유산 4000달러를 가지고 가출하였다. 뉴욕으로 간 그는 탱고를 배우고 상류층과 어울리며 재산을 순식간에 재산을 탕진하였고 노숙자 생활부터 웨이터는 물론 남창 생활도 하였다. 그는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고 우아한 마스크와 현란한 춤 솜씨로 상류층 여성들과 어울렸다. 그런 과정에서 칠레 출신 사교계 명사 블랑카 여사를 만났고 그녀의 스폰을 받았다. 이 사실을 안 블랑카 남편은 그를 간통죄로 신고하여 루돌프는 체포되었고 블랑카 부부는 이혼 소송 중에 블랑카는 남편 잭을 살해하였고 루돌프는 혐의 없음으로 풀려났다.

복잡한 사생활에 얽힌 루돌프는 샌프란시스코로 도망치다시피 하였고 그곳에서도 여배우 노먼 케리의 스폰을 받고 할리우드 배우로 입성하게 된다. 1917년 단역 배우를 시작으로 커리어를 쌓기 시작하였고 1919년에는 어머니를 잃고 상심한 마음을 달래는 차원에서 여배우 진 애커와 결혼하였다. 하지만 진 애커는 동성애자로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라벤더 결혼을 한 것이었고 함께 잘 여자가 필요했던 루돌프는 결혼한 지 6시간 만에 관계를 종료했다. 하지만 둘의 이혼은 3년을 끌게 되었고 그런 와중에 루돌프는 영화 춘희의 미술감독이자 배우 나타샤 람보와 사랑에 빠졌다. 당시 나타샤도 동성애자로 여배우 나지모바와 교제 중이었는데 루돌프를 만난 후 멕시코에서 결혼했다. 아직 이혼이 성립되기 전이라 당시 중혼을 허락하지 않은 이탈리아에서는 루돌프를 감옥에 가뒀고 그는 만 달러의 벌금을 내고 풀려났다. 그리고 진 애커와 이혼이 완료된 후 나타샤에 정식으로 결혼했지만 그녀는 아이 낳기를 거부하여 둘의 관계는 3년 만에 끝이 났다.

나타샤를 깊이 사랑했던 루돌프는 실연의 상처가 깊어서 자살 시도까지 했고 숱한 여배우들과 스캔들을 만들면서 방황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1921년 영화 '족장'이 크게 히트하면서 그는 영화 흥행을 넘어 문화적 신드롬으로 세계적 스타가 되었다. 이후 찍은 영화 '쉬익(Sheik)'은 매력적인 호색한이란 의미로 그를 상징하는 별칭이 되었다. 1922년 영화 '혈과 사'에서 투우사로 등장한 그의 모습에 여성 관객들은 엄청나게 열광하였고 대체 불가의 배우로 등극하게 된다. 그리고 그를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 족장의 속편을 찍던 중 그는 갑자기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병원에 실려갔다. 처음에는 맹장인 줄 알고 수술을 했으나 궤양이 악화된 것이고 대수술을 받고 회복 기미를 보였으나 1926년 8월 23일 2차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하였다.

 그렇게 허망한 죽음에 대중은 오열하였고 그의 장례식장에는 10만 명 이상의 여성들이 운집하면서 절규하였다. 거기에 불을 붙은 사건이 있었는데 그의 연인이던 폴라 네그라가 4000송이의 장미를 그에게 바치며 오열하고 실신하자 이를 본 여성들이 더욱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여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후 팬들이 가져온 수만 송이의 장미가 그의 무덤을 덮었고 그의 죽음이 믿기지 않은 팬들은 자살과 독살설이란 음모론이 확산되면서 10여 명의 팬들이 그를 따라 목숨을 끊었다.

그의 불행의 원인 중에는 저주에 걸린 반지 때문이라는 음모론이 난무하였지만 대중의 폭발적 관심과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인해서 상황을 믿기 싫은 군중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해서 번진 얘기가 아닌가 싶다. 불과 31살의 나이로 사망한 루돌프 발렌티노는 1920년대 할리우드 최초의 아이돌 스타로 기록됐다. 또한, 그는 대중문화에서 스타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죽음 이후에도 그를 능가할 신드롬을 일으킨 배우는 없었으며 영화와 대중문화의 영원한 아이콘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