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대별

90년대 연도별 미의 시스템 변화와 진화에 관하여

by 무체

90년대 한국 미의 패러다임 변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스타 시스템의 진화에 있었다. 80년대까지 영화배우에서 브라운관 스타로 이어지던 전통적 스타 시스템이 해체되고, 커머셜 광고(CF)를 통한 스타 등용문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진입 경로의 다양화를 넘어서, 한국 사회가 추구하는 미적 기준과 스타성의 본질적 변화를 의미했다.


80년대 말부터 90년대에 걸쳐 가장 주목할 만한 현상은 CF 모델에서 시작해 정상급 스타로 발돋움하는 사례들의 급증이었다. 삼성전자 광고의 최진실과 그녀의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라는 카피는 당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할 정도의 파급력을 보였다.

art_130539_1570762636.jpg

투유 초콜릿 광고의 이영애, 삼성 마이젯 광고의 전지현, 잠뱅이 광고의 이나영 등은 90년대 미의 패러다임을 바꾼 미인들로 추앙받았다. 이들 모두 CF라는 짧은 영상 매체를 통해 대중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매스미디어의 발달과 소비문화의 확산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CF는 영화나 드라마보다 훨씬 짧은 시간 안에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하는 매체적 특성상, 뚜렷한 개성과 매력을 가진 인물을 요구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보다 다양한 스타일의 미인들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현재는 사라졌다고 해도 무방한, 미스코리아 대회와 슈퍼 엘리트 모델 대회는 90년대 스타 등용문의 또 다른 축이었다. 1989년 오현경과 고현정을 시작으로, 1991년 전혜진과 염정아, 1992년 이승연과 김남주, 1993년 장진영, 1994년 한성주와 김예분, 1995년 최윤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스타가 탄생했다.

이들의 성공은 단순히 외모의 우수성을 넘어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갖춰진 품격과 교양, 그리고 공적 활동에 대한 이해도가 스타로서의 자질과 직결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PG-1990-0448-027.jpg

1990년은 90년대 미적 다원화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김혜수가 영화와 TV를 넘나들며 대세 주연배우로 등극한 이 해는, 단일한 미적 기준이 아닌 다양한 매력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을 알렸다. 대표적인 청순 미인 라인으로 이응경, 오연수, 박순애 등이 해당하였다. 섹시함으로 어필한 스타는 이휘향, 이혜영, 박지영, 강리나, 홍진희, 하유미 등이 있었다. 세련된 도시 미인 이미지로 강문영, 도지원, 조민수, 나현희, 이아로, 송윤아가 있었고 개성 있는 매력으로 오솔미, 곽진영, 유혜정, 이의정, 남주희 등이 속했다.

이러한 분류는 90년대 들어 미의 기준이 단일화된 이상형에서 벗어나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세분화되었음을 보여준다.


1991년은 CF를 통한 스타 등용 시스템이 본격화된 해로, 최진실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동시에 하희라가 '사랑이 뭐길래'에서 보여준 연기력 중심의 스타덤과 채시라의 '여명의 눈동자'를 통한 대체 불가능한 배우로의 변신은, 90년대가 외모와 연기력의 균형을 추구하는 시대였음을 보여준다.


1993년 고현정의 등장과 1994년 고소영의 부상은 90년대 중반 미적 기준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또한, 고현정은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이미지를 완벽하게 벗고 하희라, 채시라, 김희애와는 다른 차원의 최강 연기로 매력을 과시"하며, 미인 대회 출신의 한계를 넘어선 완성형 배우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SSI_20130612143851.jpg


1994년 등장한 이승연은 "최진실, 고소영, 심은하 셋을 합친 최고의 세련 미인"으로 평가받았다. 당대 최고 미인들의 장점을 종합한 완성형 미인의 지위를 차지했다.


1995년 미적 기준은 다음과 같이 상징화되었다. 미모로는 김희선, 스타일은 이승연, 몸매는 이소라로 미의 패러다임은 새롭게 진화 및 정립되었다. 이러한 세분화된 기준은 각 영역에서의 전문성과 개별적 완성도를 추구하는 90년대 후반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다.


1998년 심은하의 리즈 시절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연기도 외모도 내면의 아름다움도 깊이 있게 성숙함이 묻어났다"는 평가는, 단순한 외적 아름다움을 넘어선 내적 성숙미와 연기적 완성도를 추구하는 90년대 후반의 미적 기준을 보여주었다.


1999년은 이나영, 전지현, 김하늘, 송혜교로 대표되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함께, 기존 세대의 완성을 동시에 보여준 해였다. "피부 좋고, 청순하고, 그냥 딱 봐도 여자여자한 배우들"이라는 평가는 2000년대를 맞이하는 새로운 미적 기준의 진화이기도 했다.

동시에 김민희를 비롯한 잡지 모델 출신들의 브라운관 진출은, 개성과 포토제닉을 중시하는 새로운 트렌드의 시작을 알렸다.


이처럼 90년대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단일한 미적 기준에서 다양성의 기준으로의 전환이었다. 청순미, 섹시미, 도시적 세련미, 개성미 등이 동시에 인정받으며, 각각의 영역에서 대표 인물들이 등장했다.


CF, 드라마, 영화라는 서로 다른 매체적 특성이 요구하는 스타성의 차이가 인정되면서, 매체별 전문성을 갖춘 스타들이 등장했다. 이는 스타 시스템의 세분화와 전문화를 의미했다.

또한, 90년대는 단순한 외모 중심의 스타덤에서 벗어나 연기력과 외모의 균형을 추구한 시대였다. 하희라, 채시라, 김희애, 고현정 등은 모두 뛰어난 연기력을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한 스타덤을 구축했다.


90년대 한국 연예계의 미적 패러다임 변화는 단순한 트렌드의 변화를 넘어서, 한국 사회의 문화적 성숙과 다원주의적 가치관의 확산을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였다.

CF 모델 중심의 새로운 등용문은 민주화와 경제성장이 가져온 소비문화의 확산과 직결되며, 미인 대회의 전성시대는 국제화 시대에 맞는 글로벌 스탠더드의 추구를 보여준다.

또한 연기력과 외모를 겸비한 완성형 스타들의 등장은 문화 콘텐츠의 질적 향상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며, 다양한 미적 기준의 공존은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적 토양의 형성을 의미했다.

결국 90년대는 한국 연예계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숙으로, 단일성에서 다원성으로, 모방에서 창조로 전환하는 결정적 시기였으며, 이 시대가 만들어낸 미적 기준과 스타 시스템은 현재까지도 한국 문화 콘텐츠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90년대 한국 미의 패러다임 변화와 스타 시스템의 진화 원문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헤어밴드의 시대별 변천사와 문화 및 패션적 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