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시간이 멈춘듯한 다호마을의 풍경, 흑백 필름으로 담아보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내리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어디일까요? "공항이요"라고 웃으며 대답할 수도 있지만 공항을 나서 처음으로 만나는 마을을 묻는다면 거의 '모른다'라고 대답할지 모릅니다. 대중교통이나 렌터카를 타고 공항을 벗어나기 때문에 그 누구도 관심 있게 둘러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숨겨진 마을, 다호
공항에서 바라보면 한라산을 향해 쭉 뻗은 길, 서쪽에 있는 마을이 바로 다호마을입니다. 제주공항이 확장되면서 네 번이나 잘라져 버린 마을, 그러다 보니 마을이 아주 작아졌고 공항 주변이라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어 개발이 더딜 수밖에 없는 마을,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마을이 될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무분별한 개발이 계속되고 있는 제주의 모습을 바라보면 무척 마음이 아프지만, 이곳 다호마을에서만큼은 그 아픔을 잠시 잊을 수 있습니다. 평화롭고 고요한 옛 풍경을 간직한 모습을 본다면 말이죠! 그러하기에 옛 풍경과 더 어울릴지 모를 흑백모드로 사진을 담아보기로 했습니다. 흑백으로 담은 다호마을의 풍경을 천천히 감상하며 읽어보는 제주시 마을 여행을 시작합니다.
다호마을은 1500년대 후반 문취응이 이곳으로 이주해 와 현재까지 살고 있으며, 전성기에는 150호가 넘는 가구가 살던 마을이었다고 합니다. 원래 다호 마을의 이름은 '인심이 좋아 살기 좋은 마을'이란 뜻에서 '다위'라 불렸으나 화재가 자주 발생하자 '다호'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문 씨 가문만이 아니라 수군만호를 지낸 김만호가 이곳에 정착하여 그 후손도 살고 있습니다.
다호마을 안 마을회관 근처 팽나무 옆에는 조선시대 정자의 모양을 닮은 건축물이 보입니다. 이 촉대정은 과거에 급제한 선달들이 모여서 활을 쏘면서 무술을 연마했는데 이 자리에 돌로 만든 촉대형 틀을 세우고 활쏘기 연습을 했던 것을 기념하여 1996년 마을에서 세웠다고 합니다.
다호마을길을 걷다 보면 마치 어느 시골 마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마을 한편에 있는 놀이터도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를 만큼 요새 놀이터의 놀이기구는 보이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놀이기구 세 개가 사이좋게 남아있습니다. 녹이 슨 미끄럼틀의 계단이 다호마을의 오랜 역사와 시간을 보여줍니다. 놀이터 담 넘어 귤밭에는 무척 오랜 시간 동안 창고로 사용했을법한 작은 건물도 보입니다.
바로 앞 공항에서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모습을 제외한다면 이곳은 오랫동안 사람들이 찾지 않은 신비의 마을처럼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고즈넉한 제주의 시골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집집마다 담벼락에 심어져 있는 감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감들을 보니 계절의 향기도 물씬 느껴집니다.
돌담 하나, 나무 하나, 담벼락에 매달린 줄기 하나하나 다호마을에서는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늦은 오후에 둘러보기 시작한 다호마을, 무심코 걷다 보니 어느덧 해가 지면서 어두워져 사진은 여기까지 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항과 너무 가까워 제주에 살고 있는 도민들도,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도 어쩌면 쉽게 지나칠 수밖에 없었던 마을~ 나중에 여유를 가지고 더 둘러보고 싶은데 그때 저와 함께 가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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