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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폰토그래퍼 김두혁 Sep 07. 2015

일곱 살 '최연소 폰토그래퍼'의 첫 폰카출사기

사진 속엔 어른은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숨어있었다!

일곱 살 '최연소 폰토그래퍼'의 첫 폰카출사기 프리뷰 15초


비 예보가 있었던 일요일, 하지만 예보와는 달리 - 구름은 많았지만 - 맑은 날씨가 찾아왔습니다. 이러한 일요일 오후를 그냥 보낼 수는 없기에 오늘도 폰카를 들고 제주를 여행하며 사진을 찍어보기로 했습니다.


저도 아빠랑 같이 갈래요!


일곱 살 아들이 함께 길을 나서겠다며 자기에게도 카메라를 하나 달라고 해 - 평소에도 폰으로 사진을 찍기는 하지만 그냥 막 셔터를 누르는 스타일이기에 - 터치해서 초점을 맞추고 사진 찍는 방법을 간단하게 설명해주고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아빠와 아들이 함께 떠나는 폰토그래프 여행

마방목지에서 폰카로 사진을 찍는 아들


목적지는 서귀포의 '소천지'로 정하고 길을 나서 중간중간 차를 세워 들르며 폰카로 제주의 모습을 담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만을 '작업'이라고 표현해야 더 맞겠네요. 그 이유는 다음 이야기를 통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어린이가 바라 본 세상은 달라요!


오늘의 주제는 일곱 살 폰토그래퍼의 작품입니다. 반나절 동안 총 117장의 사진을 직접 찍고, 사진의 선정과 보정은 아빠와  함께했습니다. 사진을 고르며 더욱 놀라웠던 것은 사진 속에 담긴 이야기였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 다른 이야기! 그 속에는 일곱 살 아이만의 이야기가 숨어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살짝 들여다 보실래요? (참고로 제가 찍은 사진은 흑백으로 처리하였습니다.)



어른과는 다른 '우리 동네'이야기

언제 찍었는지 몰라요


이 사진은 언제 찍었냐고 물어보니 자기도 모르겠답니다. 제가 운전을 하고 있을 때 찍은 사진 같은데, 우연히 찍은 사진 치고는 예쁜 블러 효과가 나왔습니다. 아마도 초점이 근접해 있는 상황에서 셔터를 누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동네슈퍼
우리 동네라서요


동네이 있는 오래된 슈퍼입니다. 저도 이용해 본 적이 없어 지금도 영업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들에게는 작은 가게가 신기했나 봅니다. 간판을 중심으로 빛이 예쁘게 퍼져있네요. 어른이라면 그냥 지나쳤을지 모를 작은 풍경을 담는 것도 아이들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LPG충전소에 있었던 강아지 석상
귀여워서요!


차에 LPG를 충전하기 위해 들른 충전소, 갑자기 잠깐 다녀오겠다며 폰을 들고 내리더니 찍어 온 사진입니다. 처음엔 화장실에 가려는 줄 알았는데 좋아하는 강아지를 찍으러 간 거였네요~


하얀코스모스
앗! 내 신발이다~ 이건 말고요!


하얀 코스모스를 찍고 싶었다던 아들, 하지만 자신의 신발이 찍힌걸 보고는 '이건 안 되겠다' 했지만 아빠가 꼬셔서(?) 선택한 사진입니다. 아들의 작은 발걸음도 담긴 것 같아 저는 마음에 드는 사진입니다.


코스모스가 아닌 낙엽이 주인공
색깔이 달라서 찍었어요!


초점이 코스모스에 맞지 않은 사진! '아빠가 초점을 맞추는 방법을 가르쳐 줬는데...'하며  궁금해하던 중에 "코스모스가 아니고 이거 이거~ 이걸 찍은 거예요!"라는 말에 머리를 한 대 맞은듯한 충격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코스모스를 잘못 찍었구나'라고 생각할 텐데.... 그것은 어른만의 갇힌 시각임을 깨달았습니다. 이 사진의 주인공은 코스모스가 아닌 바로 낙엽이었습니다.



제주마방목지에서 친구를 만나다

풀을 뜯고 있는 제주마
말아~ 내가 주는 밥도 먹어!!


말이 풀을 뜯어 먹는 모습이 신기했나 봅니다. 사진을 찍더니 주변에 있는 길지 않은 풀을 어렵게 뜯어 말에게 주면서 내가 주는 밥도 먹으라고 말을 건넸습니다. 저였다면 그냥 사진만 찍고 지나쳤을 테지만 아이에게는 밥을 먹고 있는 말도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친구가 되고 싶은 아기말
아기말과 친구하고 싶어요


"아빠~~ 조용히 하세요!"라며 저를 향해 속삭였습니다. 어디선가 조그만 말이 오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살금살금 걸어가 사진을 찍는 아들, 아기말과 친구가 되고 싶어 찍었다고 합니다. 저는 말을 타고 초원을 달려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아이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었던가 봅니다.


말이 누워서 잠자요


잘 서있다가 갑자기 눕는 말, 저에게도 신기한 모습이었지만 일곱 살 아이에게도 놀라운 모습이었습니다. "아빠~ 말이 누워서 잠자요!"라고 외치며 셔터를 연신 누르던 아들. 제가 보기엔 등이 간지러운지 계속 뒹굴거리는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하얀말도 꼭 찍어야 해요!
하얀 말이에요


다시 차를 타고 출발하려고 차를 향해 돌아가는 중 갑자기 "아빠~ 잠깐만요!"하고선 막 달려가더니 찍고 온 사진입니다. 하얀 말이 한 마리만이 아니었는데 왜 다시 찍으러 갔는지 아직도 궁금합니다. 일곱 살 어린이의 마음속은 너무 깊은 것 같았습니다.


이 말의 이름은 '삼'


숫자 '3'을 찍은 사진만 열 장 가까이 되기에 사진을 왜 찍었는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나중에 볼 때도 말의 이름을 안 까먹으려고요. 이 말의 이름은 '삼'이에요!"란 말을 듣고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말을 관리하기 위해 새겨놓은 각각의 숫자들이 일곱 살 어린이가 보기엔 말의 이름으로 보였던 것 같습니다.




길 건너 다시 마방복지


제주마방목지는 5.16 도로를 가운데로 양쪽에 넓은 초원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한쪽씩만 개방하는데 이 날은 양쪽 다 말을 방목하고 있었습니다. 건너편에 말들을 보더니 저기에도 꼭 다녀와야 한다며 손을 꼭 잡고 끌고 갔습니다. 길을 건너고는 혼자서 말이 있는 곳으로 뛰어간 일곱 살 폰토그래퍼!


가까이 와서요


헉! 사진을 보고는 저도 놀랐습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찍다니... '무섭지 않았냐?'란 말에 "말이 나한테 가까이 와서 그냥 찍었어요!"라며 태연하게 대답을 했습니다. 일곱 살 어린이가 찍은 사진 치고는 제주마를 가까이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말똥은 아빠 거예요


이런~ 말의 응가까지!! 이 사진을 찍은 이유를 물었더니 "아빠~~ 이거 이거!! 똥은 아빠 거예요~"라며 선물로 찍은 사진이라고 합니다. ^^


얘 말고 얘
얘 말고 얘를 찍은 거예요


엄청 큰 말 엉덩이를 보고는 웃으며 "아들아~ 말 엉덩이는 왜 찍었어?"라는 질문에 '휴~~~' 한숨을 쉬며 "얘 말고 얘를 찍은 거예요~"라며 뒤에서 풀을 뜯고 있는 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가까이 있는 모습만을 주인공으로 생각하는 제 모습이 부끄럽기까지 했습니다.



소천지에 도착했지만 사진은...

게를 찾느라 정신없는 아들

한라산만 넘으면 잠드는 아들! 제주마방목지에서 다시 출발해 소천지에 도착할 때까지 차에서 곤히 잠들다가 깨어났습니다. 소천지에서 찍은 사진은 제가 찍은 사진밖에 없습니다. 소천지에선 왜 작품이 없냐고요? 아들에게는 소천지의 풍경보다 바위 사이로 보이는 '게'가 더 인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찍어 준 아빠의 설정샷
제가 사진 찍어줄게 걸어오세요~


이미 설정샷도 알아버린 일곱 살 어린이! 아빠 사진도 하나 찍어준다고 '저기부터 걸어오세요~'라며 제가 걸어오면서 팔을 펼치는 동안 찍은 사진입니다. 빛이 별로 없던 곳이라 사진이 흔들리긴 했지만 저에겐 최고의 인물사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사진이니까요!! ㅋ



보목포구에서 낚시에 빠지다

낚시하는 사람들
저도 낚싯대 사주세요


보목포구에 도착하니 낚시를 하시는 어른들이 많았습니다. 사진을 한 장 찍더니  낚시하는 어르신들 한 분 한 분께 인사를 드리면서 "안녕하세요? 물고기 많이 잡혀요?", "안녕하세요? 어떤 물고기 잡으셨어요?"라며 15분을 넘게 여기저기 누비고 다니더군요. 이 사진을 찍은 이유를 나중에 물으니 자기도 이렇게 낚시를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낚시에 맛 들이면 안되는데...'라는 걱정이 살짝 들었습니다. ^^


보목포구에서 바라본 섶섬
저기엔 구미호가 살아요!


저도 보목포구에서 바라본 섶섬이 무척 아름답다고 느꼈는데 아들도 그랬나 봅니다. 하지만 이 사진을 찍은 이유를 듣고는 제 상상은 무참히 깨졌습니다. 얼마 전 애니메이션에서 - 우리가 생각하던 귀신 같은 구미호가 아닌 무척 귀엽고 예쁜 게다가 착한 - 구미호를 본 적이 있는데 저 섬에서 그 구미호가 살고 있을 것 같아서 찍었다고 합니다.



일곱 살 아들과 함께한 폰토그래프 여행을 마치며...


그냥 아빠와 함께 가고 싶어 따라나서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에 결과물에 대해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저에겐 자기만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아들의 모습을 본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고, 같은 시선이라도 그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는 너무 순수하고 놀라운 일곱 살 폰토그래퍼의 이야기가 어떠셨나요? 앞으로도 아들과 함께 폰토그래프 여행을 자주 떠나 봐야겠습니다.


혹시 스마트폰을 떨어뜨리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아빠의 모습은 없애기 위해 튼튼한 케이스를 하나 사고 말입니다.



9/9 브런치'Editor's Pi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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