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해결책은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게 고

기획은 처음이지?

by 우노단주

3-2 해결책은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게 고르는 것’이다


해결책을 찾는 단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빠지는 함정이 있다. 바로 “해결책은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믿음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최대한 많이 적어두고, 그중에서 가장 좋아 보이는 것을 고르는 방식. 겉으로 보면 창의적이고 풍부한 기획 과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획의 본질과 맞지 않는다. 기획은 아이디어 공장도 아니고, 발명 대회도 아니다. 기획은 문제에 맞는 해결책을 ‘정확하게 고르는’ 과정이다.


해결책을 많이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기준을 만드는 일이다. 기준이 없으면 어떤 해결책도 좋아 보이고, 기준이 있으면 어떤 해결책이 살아남을지가 명확해진다. 해결책은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문제에 맞게 ‘선택 가능한 상태’여야 한다. 좋은 기획은 해결책의 개수로 평가되지 않는다. 좋은 기획은 해결책의 정확성, 실행 가능성, 현실성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전략 컨설팅 회사들—맥킨지, BCG, 베인—은 해결책을 많이 만드는 방식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이들은 문제를 좁히고, 문제에 맞는 조건을 정의하고, 그 조건에 따라 해결책을 평가한다. 즉 해결책을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조건에 맞게 선택”한다. 여기서 가장 큰 오해가 풀린다. 해결책이란 무한한 가능성이 아니라, 문제가 허용하는 선택지의 집합이다.


역사적으로도 해결책 선택은 발명이 아닌 ‘조건의 정교화’에서 나왔다. 아이폰의 터치 UI가 그랬다. 스티브 잡스가 멀티 터치를 발명한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기술 중에서 “사용자 경험을 가장 직관적으로 만들 수 있는 선택”을 한 것이다. 기술은 이미 있었고, 선택만 남아 있었다. 해결책은 기존 세계 안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기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 중 상당수는 ‘해결책을 많이 만든’ 조직에서 발생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만들어내고, 새로운 전략을 계속 발표하고, 다양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문제를 정확히 보지 않기 때문에 해결책이 본질과 어긋난다. 예를 들어 미국의 대형 유통기업 JC페니는 실적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혁신 아이디어를 도입했다. 세일 방식 변경, 브랜드 재정비, 매장 구조 개편 등. 그러나 이 모든 해결책은 실패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문제는 ‘고객층의 가격 민감도 변화’를 보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해결책이 많을수록 오히려 본질을 놓쳤다.


반대로 해결책을 적게 만들고, 대신 정확히 고른 조직은 성공 확률이 높다. 일본의 도요타는 문제 해결을 위해 아이디어를 많이 만드는 것보다 “조건을 정한다”는 방식을 선호한다. 예를 들어 생산 라인에서 불량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수십 가지 해결책을 나열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묻는다.

·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 비용은 적어야 하는가?

· 작업자의 행동을 변화시켜야 하는가?

· 공정 흐름을 단순하게 해야 하는가?

조건이 정해지는 순간 해결책의 범위는 자연스럽게 좁아진다.


또한 해결책 선택에서 매우 중요한 기준은 증거 기반(evidence-based) 접근이다. 해결책은 ‘좋아 보인다’는 감정으로 선택하면 실패한다. 사실·데이터·행동 패턴·비용 구조 등 다양한 증거를 기반으로 선택해야 한다. 의료 분야에서도 ‘근거 기반 의사결정’이 강조되는데, 비즈니스 기획도 동일하다. “근거 없는 해결책”은 기획의 가장 큰 적이다.


해결책이 많아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해결책이 문제보다 먼저 등장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문제를 보기 전에 해결책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에서 업무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하자. 사람들은 즉시 “툴을 바꾸자”, “외주를 늘리자”, “팀을 재편하자” 같은 해결책을 말한다. 그러나 문제 정의 없이 나온 해결책들은 대부분 잘못된 방향이다. 해결책이 아니라 ‘반응’일 뿐이다.


해결책을 선택할 때 도움이 되는 방식 중 하나는 결정 기준을 미리 만드는 것이다. 이를 “선택 필터”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필터를 만들 수 있다.

· 실행 비용이 낮아야 한다.

·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 30일 이내 실행 가능해야 한다.

· 고객 행동에 직접 영향을 미쳐야 한다.

필터를 통과하는 해결책만 남기면 기획의 품질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해결책은 많을 필요가 없다. 필요 조건에 맞는 해결책 하나면 충분하다.


해결책 선택에서 또 하나 중요한 기준은 ‘의도와의 정합성’이다. 즉 “이 해결책이 우리 조직의 방향성과 일치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예를 들어 비용 절감이 목적이라면 자동화보다 프로세스 단순화가 먼저다. 고객 경험 개선이 목적이라면 내부 효율화보다 행동 변화를 만드는 해결책이 우선이다. 해결책은 목적에 맞아야 한다.


개인의 삶에서도 해결책을 고르는 방식은 동일하다. 예를 들어 ‘시간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수십 가지 해결책을 만든다. 시간표 작성, 집중 앱 사용, 아침형 인간 도전 등. 그러나 문제 정의가 좁혀지고 조건이 정해지면 해결책은 단순해진다. 진짜 해결책은 “해야 할 일을 줄이는 것”,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것”, “회복 시간을 확보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해결책을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맞는 해결책’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해결책은 발견되는 것이지 발명되는 것이 아니다. 문제와 조건이 해결책의 범위를 정하고, 기획자는 그 범위 안에서 가장 적절한 하나를 선택할 뿐이다. 선택은 기획의 능력이고, 능력은 기준에서 나온다. 문제를 정확히 본 사람은 해결책을 찾지 않는다. 해결책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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