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1 해결책은 ‘발명’이 아니라 ‘선택’이다

기획은 처음이지?

by 에밀


많은 사람들이 기획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가 ‘해결책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해결책을 떠올리는 순간 특별한 창의성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새로운 아이디어,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발상, 완전히 새로운 구조. 하지만 실제 기획의 현장에서 오래 일해 본 사람들은 알고 있다. 해결책은 새로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 중에서 ‘고르는’ 일이라는 사실을.


좋은 해결책은 번뜩이는 천재성에서 나오지 않는다. 문제를 제대로 보고,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짚어내면 해결책은 자연스럽게 좁혀진다.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해결책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문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를 바르게 정의했다면 해결책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명료하고, 이미 세상에 있는 경우가 많다.


전략의 대가 마이클 포터는 “전략이란 무엇을 할지 선택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결책을 발명이 아니라 선택이라고 보았다. 선택에는 기준이 있고, 기준은 문제 정의에서 나온다. 기획자는 천재 발명가가 아니라 선택의 전문가다.


해결책을 선택하는 방식은 여러 분야에서 동일하게 작동한다. 한 글로벌 소비재 기업에서는 신제품 출시가 계속 실패하고 있었다. 내부에서는 혁신 부족, 마케팅 예산 부족, 경쟁사 공세 등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다. 그러나 외부 분석 결과 문제는 ‘제품 콘셉트의 일관성 부재’였다. 소비자 조사를 깊이 들어가 보니, 소비자들은 새로운 기술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익숙한 기능을 더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원하고 있었다. 해결책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기존 제품의 사용 흐름을 단순화하는 것이었다. 이 간단한 선택이 매출 반등을 이끌었다.


기획에서 해결책은 늘 문제의 크기와 닮아 있다. 문제를 크게 보면 해결책도 거창해야 한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해결책은 작고 구체적이며 실천 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어 ‘직원들의 피로도가 높다’는 문제는 너무 크다. 문제를 나누고 핵심 원인을 찾으면 해결책은 작아진다. 불필요한 회의가 많다, 승인 과정이 길다, 업무 도구가 비효율적이다 등. 여기까지 오면 해결책은 발명이 아니라 선택이다.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 IDEO는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항상 이렇게 말한다.

“문제의 본질을 보라. 해결책은 그 주변에 있다.”

IDEO가 새로운 제품을 만들 때 완전히 새로운 해결책을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은 기존의 방식을 조금 더 나은 선택으로 바꾼다.


해결책 선택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현실성이다. 기획은 현실 위에서 움직인다. 아무리 좋은 해결책이라도 실행할 자원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예산, 시간, 인력, 기술, 조직 문화, 리스크 등을 고려해야 한다. 해결책은 최선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최선’이어야 한다.


또 하나의 기준은 효과 대비 비용이다. 어떤 해결책은 효과는 크지만 비용도 크다. 반면 어떤 해결책은 적은 비용으로도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고객 이탈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CRM 시스템을 도입하는 대신 문의 페이지의 흐름만 개선해도 충분한 경우가 있다. 비용 대비 효과를 기준으로 보면 이런 선택이 훨씬 현명하다.


해결책은 또한 사람의 행동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시스템만 바꾸는 해결책은 오래가지 않는다. 행동이 바뀌어야 문제는 사라진다. 예를 들어 생산 라인에서 불량률을 줄이는 데 작업자의 실수 패턴을 바꾸는 해결책이 기계 교체보다 효과적일 때가 많다. 도요타의 ‘카이젠’ 방식은 이런 작은 행동 변화를 핵심으로 한다.


해결책이 지나치게 복잡하면 실패 확률도 높아진다. 그래서 좋은 기획자는 해결책을 선택할 때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해결책은 당장 누가 어떻게 실행할 수 있는가?”

실행 가능성이 낮다면 그 해결책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실행 없는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개인의 삶에서도 해결책은 선택이다. 운동 계획을 세울 때 대부분 사람들은 너무 거창하게 잡는다. 새벽 운동, 식단 조절, 주말 러닝 등. 그러나 지속되기 어렵다. 해결책을 바꾸면 다르다. “매일 15분 걷기”라는 해결책은 작지만 지속 가능하다. 해결책은 발명이 아니라 선택이어야 한다.


결국 해결책은 여러 대안 중에서 문제에 가장 잘 맞고, 실제로 실행 가능한 대안을 고르는 일이다. 기획은 선택을 통해 현실을 만드는 과정이다. 문제를 명확히 본 뒤 조건에 맞는 선택을 하는 순간 기획은 현실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keyword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