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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책을 읽는다는 건, 결국 나를 다시 만드는 일

독서는 처음이지?

by 에밀


 독서를 오래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경험을 하게 된다.

 책이 단순히 지식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책은 조용하지만 꾸준하게,

 내 삶의 어떤 방향을 조금씩 바꿔놓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 변화를 잘 느끼지 못했다.

 책을 읽는다는 건 그저 생각을 조금 정리하고,

 잠시 마음을 쉬게 하는 정도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알았다.

 책을 읽는다는 건 내 안의 ‘나’를 천천히 다시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나는 독서를 시작하고 15년 동안

 총 삼천 권 정도의 책을 읽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책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설명하라고 한다면

 단 하나의 문장으로도 충분하다.

 “책은 나를 다시 쓰게 했다.”

 그 말이 가장 맞다.

 책은 나를 바꾸지 않았고,

 대신 ‘내가 나를 바꾸는 법’을 알려줬다.


 처음 독서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나는 그냥 보통의 사람이었다.

 생각이 어지럽고, 감정이 울퉁불퉁했고,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던 평범한 사람.

지금의 나와 비교하면

그때의 나는 참 조급했고, 참 흔들리기 쉬웠다.

지금도 완벽하지 않지만

그때의 나와는 분명 다르다.

그 차이를 만든 건 거창한 변신이 아니라

책을 읽으며 조금씩 새로 쓰인 ‘나의 내면’이었다.


 책이 나를 바꿔준 방식은 생각보다 아주 단순했다.

 책은 가르쳐주지 않았고,

 뒤에서 떠밀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곁에 있었다.

 내가 혼란을 느낄 때는

 혼란의 이유를 비춰주고,

불안을 느낄 때는

불안이 지나가는 길을 보여주고,

삶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는

내 마음 구석구석에 쌓인 먼지를 털어주었다.

책이 해준 일은 결국 ‘비추는 것’이었다.


 어떤 날은 한 문장 때문에 멈췄다.

 그 문장을 이해하려고 생각이 조금 깊어졌고,

그 생각을 따라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의 골짜기가 조금 넓어졌다.

그 넓어진 마음은

이전보다 조금 더 단단했으며,

조금 더 부드러웠고,

조금 더 나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변화가

독서의 진짜 힘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책은 나를 ‘새로운 사람’으로 바꾼 게 아니라

내 안에 이미 있던 가능성을

천천히 꺼내준 것이었다.


 독서를 통해 내가 가장 많이 배운 건

“생각하는 힘”이었다.

AI 시대가 되고,

기술이 너무 빠르게 발전하면서

나 역시 흔들렸던 적이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럴 때일수록 책이 더 필요했다.

왜냐하면 생각은 기술이 대신해줄 수 없는

‘인간만의 무기’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고,

그래서 지금 책을 처음 읽는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말해주고 싶다.

책을 읽는다는 건 나를 다시 만드는 일이라고.


 책은 단순한 밑줄도,

좋은 문장도,

유명한 작가의 사상도 아니다.

책은 우리의 마음을 천천히 두드리는 도구다.

천천히, 조용히, 깊게.

그래서 책을 읽는 순간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비로소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씩 ‘다시 쓰여지는 나’를 경험한다.


 지금 책을 읽고 있는 당신도

변화의 순간에 이미 들어와 있다.

당장은 실감나지 않겠지만

조용히, 아주 천천히,

책이 당신의 마음 어딘가에서

새로운 문장을 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어떤 날

당신도 스스로 말하게 될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건, 결국 나를 다시 쓰는 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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