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처음이지?
책을 읽다 보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음이 멈출 때가 있다.
문장은 계속 흐르는데, 나는 그 자리에 잠시 머무르게 된다.
글을 따라가던 눈이 멈추고, 어느 한 문장이 나를 붙잡는 것이다.
그때 마음속에서 조용히 질문이 생긴다.
“나는 왜 이 문장에서 멈춘 걸까?”
독서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한다.
처음에는 이 질문이 불편할 때도 있다.
분명 책을 읽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나 자신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가 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왜 이런 문장을 좋아하는지,
왜 어떤 문장은 금방 넘기고 어떤 문장은 오래 바라보는지,
책을 읽다 보면 그 이유를 나 스스로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바로 그 지점이 독서의 본질이었다.
책이 나에게 말을 건 순간, 나는 비로소 ‘읽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독서를 시작했을 때,
가장 크게 느꼈던 변화는 지식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질문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지?”
“왜 나는 늘 바쁘기만 할까?”
“지금 내 마음이 원하는 건 뭘까?”
이 질문들은 책에서 직접적으로 나온 문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들이었다.
마치 책이 나와 진짜 대화를 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어떤 책은 단순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도
내 마음에 묘하게 오래 남는 경우가 있다.
어떤 책은 완벽하게 설명한 문장으로 가득해도
이상하게 나와 연결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 차이를 만든 건 ‘질문’이었다.
어떤 책은 나를 흔들고,
어떤 책은 나를 위로하고,
어떤 책은 나를 조금 부끄럽게 만들었는데,
그 모든 반응은 질문에서 시작됐다.
『어린 왕자』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디엔가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내 안에도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우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우물을 찾는 과정이 결국 책을 읽는 일과 닮아 있었다.
책 속의 문장들이 우물의 위치를 정확히 알려주지는 않지만
어디쯤 파야 할지, 어느 방향이 더 깊을지
조용히 안내하는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독서를 오래 하다 보니 이런 사실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책은 답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나에게 질문을 만드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그 질문이 내 삶의 방향을 바꿔놓는다.
내가 좋아하는 방향으로, 내가 되고 싶은 모습으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쪽으로 조금씩 기울어진다.
질문은 나를 흔들지만, 동시에 나를 세운다.
그 흔들림 속에서 내 세계가 조금씩 자라난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우리가 성숙해진다는 건
질문을 덜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다른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어린 시절엔 “왜?”라는 단순한 질문을 했다면,
성인이 되어서는 “어떻게 살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책은 그 모든 질문의 여정을 함께하는 친구였다.
당신도 책을 읽다 보면
분명 그런 질문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당신을 불안하게 만들 수도, 위로할 수도,
새로운 길로 데려갈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 질문이 ‘나를 흔들었다’는 사실이다.
흔들렸다는 건 움직였다는 뜻이고,
움직였다는 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니 책을 읽다 마음이 잠시 멈춘다면
그 순간을 두려워하지 말고
조용히 그 질문을 바라보자.
그 질문은 당신이 새로운 방향으로 가는 데 필요한 첫걸음일지 모른다.
질문이 생긴다는 건, 당신이 드디어 책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대화는 언제나 당신을 더 나은 쪽으로 데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