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처음이지?
책을 읽다 보면 어느 날 이런 순간이 온다.
어제까지만 해도 술술 넘어가던 문장이
갑자기 무겁게 느껴지고,
책장을 넘기는 손끝에서 작은 망설임이 생긴다.
심지어 책상에 앉아도
책과 눈이 마주치지 않는 날도 있다.
그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왜 갑자기 재미가 없지?”
나도 그런 시간을 많이 겪었다.
삼천 권을 읽었다고 해도
독서 슬럼프는 찾아왔다.
어떤 때는 한 달 넘게 책을 붙잡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 시절엔
‘내가 독서와 멀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긴 시간 동안 독서를 이어오고 나니
그때의 고민이 오해였다는 걸 알게 됐다.
독서의 재미가 사라지는 건 실패가 아니라 ‘리듬의 변화’라는 것.
우리는 늘 같은 마음으로 살지 않는다.
어떤 날은 명확하고,
어떤 날은 흐리고,
어떤 날은 조용하고,
어떤 날은 마음이 어딘가 붕 떠 있다.
삶이 리듬을 타듯,
독서도 자연스럽게 오르내림을 가진다.
영국 작가 매트 헤이그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매일 같은 사람이 아니다.”
이 말은 독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매일 다른 내가 책을 읽는데
책이 매일 같을 수는 없었다.
그러니 재미가 없어지는 건
당신이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니다.
당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예전엔 설레던 문장들이
이제는 조금 심심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신의 마음이 더 깊은 것을 찾기 시작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랬다.
슬럼프가 올 때마다
책을 억지로 읽기보다
잠시 책에서 멀어져
산책을 하거나, 글을 몇 줄 쓰거나,
평소 좋아하던 음악을 들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책을 펼치면
이상하게도
책의 문장들이 훨씬 더 선명하게 와 닿았다.
마치 마음이 쉬고 돌아와
새로운 눈으로 나를 돕는 것처럼.
슬럼프는 독서를 멈춘 기간이 아니라
‘다음 독서로 넘어가기 위한 정비 시간’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나는 슬럼프를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당신도 그렇다.
지금 재미가 없다고 해서
독서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
마음은 늘 돌아온다.
그리고 돌아오는 마음은
예전보다 더 단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