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아주 조용한 시작들이 모여서

독서는 처음이지?

　책을 쓰는 동안 나는 여러 번 멈춰 섰다.

　처음 책을 읽던 시절의 나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묘하게 흔들렸다.

　그때의 나는 늘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고, 뭔가 근사한 목표도 없고,

　마음은 늘 불안했고, 하루를 먹고사는 일만으로도 벅찼다.

　그런 내가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지금 보면 참 기적 같다.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그렇게 책을 많이 읽으면 뭐가 달라지나요?”

나는 늘 이렇게 대답한다.

“삶 전체가 바뀌지는 않지만, 나를 바라보는 눈이 바뀝니다.”

그 눈이 바뀌면 선택이 바뀌고,

선택이 바뀌면 시간이 달라지고,

시간이 달라지면 결국 삶의 모양이 달라진다.

　나는 이 책을 쓰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던 사실을 다시 떠올렸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다.

책을 한 번 붙잡았다가 바로 내려놓던 평범한 사람이었고,

읽어도 읽은 것 같지 않고,

책장을 넘기면서도 마음은 딴 곳을 헤매던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어느 순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그 변화는 결코 빠르지 않았고, 눈에 띄지도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아주 분명하게 나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당신도 지금 그 출발점에 서 있을지 모른다.

책을 펼치고 싶은데 자꾸만 미루고,

읽고 싶어서 샀지만 아직도 책장에 꽂아둔 채 먼지만 쌓여 있고,

몇 장 읽으면 어느 순간 집중이 멀어져 다시 핸드폰을 잡게 되는,

그 익숙한 패턴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 마음을 나는 안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당신이 책 한 장을 펼치려는 그 마음,

그 조용한 의지가 이미 당신의 삶을 조금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우리는 늘 거대한 변화를 상상하지만,

실제로 우리를 바꾸는 힘은 대부분 작고 단순하다.

오늘의 몇 줄,

오늘의 몇 분,

오늘의 아주 짧은 침묵 같은 것들.

　나는 책을 통해 마음의 속도를 배웠고,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배웠고,

생각을 믿는 법을 배웠다.

무엇보다,

나는 나를 믿는 법을 배웠다.

그것은 너무 늦지도, 너무 이르지도 않은 순간이었다.

당신에게도 그 순간이 찾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책은 완벽한 사람을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 덜 흔들리는 사람을 만든다.

조금 더 자기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든다.

조금 더 깊이 숨을 쉬게 한다.

지친 마음이 잠시 머물 자리를 만들어준다.

　이 책을 읽어준 당신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당신은 이미 변화의 문 앞에 와 있다.

그 문은 화려하게 열리지 않는다.

조용히, 아주 작은 틈으로 서서히 열린다.

그 틈으로 들어오는 빛이 당신의 마음 어딘가를 비추기 시작할 것이다.

　앞으로 당신의 독서가 거창하지 않기를 바란다.

대단한 목표도 필요 없다.

단지 오늘 한 장, 내일 한 장,

그렇게 이어지는 작은 발걸음이면 충분하다.

그 발걸음이 당신을 어디로 데려갈지는

지금은 알 수 없지만,

하나만은 분명하다.

책과 함께 걷는 사람은

결국 자기 삶을 다시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힘은 언젠가

당신이 가장 조용히 필요로 하는 순간

당신을 지켜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