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처음이지?
우리는 살면서 많은 선택을 한다.
어떤 날은 선택이 너무 많아 버겁고,
어떤 날은 선택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 절망스럽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선택의 순간보다 더 힘든 건
‘내가 제대로 선택한 사람인가’에 대한 의심이었다.
나는 오래도록 그 의심 속에 살았다.
스스로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 전의 나는 늘 누군가의 말에 끌려 다니는 사람이었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가 내 행동의 기준이 되었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보다
사람들이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그러니 중요한 순간마다 마음이 흔들리는 건 당연했다.
삶은 늘 ‘선택받는 쪽’에 가까웠다.
그러다 나는 독서를 통해 희미하게나마
‘내 삶을 내가 선택해도 괜찮다’는 감각을 처음 얻었다.
그건 어떤 거대한 깨달음이 아니었다.
단지 오래전에 읽은 한 문장에서 시작되었다.
“당신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문장은 내가 몰랐던 문 하나를 열었다.
마치 방 안에 작은 채광이 들어오듯,
아주 작은 빛이었지만 확실한 빛이었다.
독서는 ‘나도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금씩 늘려주었다.
어떤 날은 한 줄의 문장이
나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되었고,
어떤 날은 인물의 감정 흐름이
내 감정을 정리해주는 거울이 되었다.
어떤 날은 에세이 한 편이
내 마음의 눌린 부분을 눌러주듯 위로해주었다.
그런 경험이 쌓이니,
자연스럽게 내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저명한 작가 알랭 드 보통은 말했다.
“책을 읽는다는 건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사유의 도구를 갖는 것이다.”
나는 그 문장을 여러 번 곱씹었다.
‘더 나은 선택’.
어쩌면 삶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지도 모른다.
나는 책을 통해 그 한 걸음을 배우기 시작했다.
내가 독서를 이어오면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다시 나를 믿을 수 있는 감각’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무너지는 순간은
외부의 상황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을 때였다.
아무리 계획을 세워도 실행되지 않고,
아무리 의지를 다져도 쉽게 흔들리고,
아무리 좋은 말을 들어도 마음에 닿지 않을 때.
그때 사람은 자신을 믿지 못한다.
믿지 못하면 선택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나는 조금씩 달라졌다.
주인공이 좌절을 통과하고 다시 일어나는 장면을 보면서,
에세이 속 누군가가 실패를 고백하는 문장을 읽으면서,
심리학자가 정리한 마음의 구조를 따라가면서,
나는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 인간은 원래 흔들리는 존재구나.”
그걸 깨닫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흔들려도 괜찮다는 걸 인정하자
그 흔들림 속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이 보였다.
독서를 하다 보면
어떤 날은 문장이 나를 울리고,
어떤 날은 문장이 나를 붙잡아주고,
어떤 날은 문장이 나를 앞으로 밀어준다.
그 모든 순간이 모여
조금 더 나은 나를 만든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아, 나는 가만히 읽고만 있었는데
내 삶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구나.”
한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삶은 거대한 변화가 아니라 작은 선택의 연속이다.”
독서는 그 작은 선택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오늘 한 페이지 읽기로 선택한 사람이
내일은 다른 고민을 하게 되고,
그 고민은 행동을 바꾸고,
그 행동은 삶의 방향을 아주 조금 바꿔놓는다.
그 기울기가 계속 이어지면
삶은 어느 순간 전혀 다른 곳에 도착한다.
내가 독서를 권하고 싶은 이유는 단순하다.
독서는 당신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준다.
세상이 주는 선택지가 아니라,
당신 안에 원래 있던 선택지를 꺼내준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감정을 품고 싶은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
책을 읽기 시작하는 순간,
당신은 이미 자신을 다시 믿기 시작한 것이다.
읽는 사람은 결국
자신의 삶을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게 독서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