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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파미 Jun 27. 2016

나는 이탈리아로 간다 with (feat.엄마) 5부

5부. 피렌체의 야경과 시에나의 여유로움을 느끼다.


전날 신청해 놓은 우피치 미술관 투어를 하기 위해 미술관 앞 다비드상으로 갔다. 

표를 끊느라 조금 늦게 만난 가이드님과 약 7명? 정도의 관광객들과 함께 미술관으로 들어가 열강을 들으며 작품들을 감상했다. 그 당시에는 귀에 쏙쏙 들어왔는데 시간이 흐르다 보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보티첼리,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세계 최고의 르네상스 미술관으로 알려져 있다. 

궁전에 들어와서 바라보는 베키오 다리는 또 다른 느낌이다. 저 다리 2층이 이곳과 연결되어 있다니, 왠지 비밀통로를 내가 이용하는 기분이다.






미술관 투어가 끝나고 우리는 고대하던 피오렌티나 티본스테이크를 먹어보기 위해 이곳저곳을 탐색했다. 오랜 탐색과 고민 끝에 베키오 다리 건너편에서 아르노강을 바라보는 전망을 가진 곳으로 결정하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스테이크와 와인 한 병을 주문하고서 강가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 순간만큼은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거의 래어로 나온 스테이크는 듣던 대로 맛은 끝내줬지만, '혼자 다 먹기 힘들어요~' 라고 쓰여있던 수많은 블로그의 말처럼 엄청나게 많은 양(?)은 아니었다. 

혹시나 하고 예상은 했지만 음식값 외에 테이블차지와 뷰차지가 따로 붙어 71유로라는 거금을 지불했다. 하지만 이럴 때 쓰려고 그동안 아껴둔 것이 아니겠는가? (라고 생각해야 편하다)






어느덧 5시가 다 되어가기에 우리는 슬슬 걸어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올라간다. 가는 길이 지그재그로 되어있어 제법 멀고 힘들다. 언덕에 오르니 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진을 치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아직 해는 지지 않았지만 피렌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광경을 어찌 그냥 놔두겠는가! 엄마와 나는 다양한 각도로도 찍고, 셀카도 찍고, 서로도 찍어주고 하다 보니 슬슬 지친다. 야경까지 기다리기로하고 앉아있으니, 각종 국적의 커플들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핸드폰을 내밀어댄다. 심지어 한국 커플이 영어로 부탁한다. 그만 좀 오라고! 특히 커플!!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렸지만 해가 잘 지지 않는다. 슬슬 추워지고 지쳐 그냥 내려갈까도 생각했지만 언제 또다시 올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자 악착같이 기다린다. 마침내 서서히 해는 지고 강 건너편 성당과 건물들에는 조명이 켜지기 시작한다. 아직 완벽한 야경은 아니지만 그 과정이 너무 이뻐서 한참을 바라본다. 내가 어쩌다 보니 피렌체라는 곳까지 와서 이렇게 유명하다는 야경을 볼 수가 있다니, 그 상황이 너무 감격스럽다. 잊지 못할 그 야경을 내 눈과 사진에 열심히 담았다.






오늘 저녁은 한국에서 딱 2개만 들고 온 컵라면을 드디어 개봉하기로 한다. 뜨거운 물이 없어 로비로 내려가서 물을 부탁하니,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뜨거운 물을 데워준다. 스팀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을 받아 컵라면에 붇고 침대에 앉아 먹으니, 라면의 맛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왜 2개밖에 가져오지 않은 것인가? 2개밖에 없어서 더 맛있는 것인가? 국물까지 클리어하고 나서, 바람도 쐴 겸 동네 산책을 나간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공원 벤치에 앉아 이 곳 사람들의 저녁을 즐기는 방법을 구경하고 비슷하게 체험하니 너무 한가롭고 여유롭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피렌체에서의 마지막 날이지만 근처 동네인 시에나에 다녀오기로 한다. 어설프게 입수한 정보를 가지고 버스를 타러 나섰지만 버스 정류장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표를 끊고 타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어설픈 영어로 정류장 근처에 계시는 분들께 물어보지만 영어를 못하신다. 하지만 한 친절한 할머니께서는 내가 안타까웠는지 이탈리아어로 뭘 자꾸 가르쳐주신다. 내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버스와 시에나를 연발하니 알아들으셨다는 듯 길 건너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길 건너편 터널 같은 곳을 지나니 바로 이곳이! 버스 터미널이다. 와후! 유레카! 맞다! 시에나를 가려면 당연히 시외버스를 타야지! 


1인당 7.80 유로라는 꽤 거금을 주고 버스에 올라타니 시에나로 놀러 가는 여행객들이 꽤 많다. 1시간 30여분?을 달려 시에나에 도착하니 메디치 요새가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나 나올듯한 분위기와 웅장한 분위기에 바로 매료가 된다. 주위를 둘러가며 한참을 구경하다 사람들이 향하는 곳으로 따라가 본다.

표지판이 대성당을 가리키고 있다. 시에나 대성당은 엄청나게 큰 규모라고 할 순 없지만 고딕 양식의 느낌이 물씬 난다. 알고 보니 로마네스크-고딕 양식의 대표적인 건축물이라고 한다. 경건한 마음을 뒤로하고 우리는 성당 옆 계단에 앉아 호텔 조식 때 가져온 호밀빵과 과자로 점심을 해결한다. 부스러기가 떨어지니 근처에 있던 모든 비둘기들이 모여든다.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시에나의 좁고 경사 있는 골목길들을 이리저리 아무 목적 없이 한 시간 가량 거닐다 만난 유치원에는 아이들이 뛰놀고 있다. 너무 귀여워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한 소년이 깜찍하게 포즈까지 취해준다. 

'꺄아~ 고 녀석 귀엽네!'






이번엔 캄포 광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우리도 남들처럼 자리 잡고 앉아 사람들 구경을 해본다.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행자들과 학생들, 이곳 시민들이 한가한 시간을 만끽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한참이 지났을 때 한 무리의 학생들이 몰려오더니 갑자기 합창을 하기 시작한다. 제법 잘한다. 사람들이 몰려오고 이 학생들은 선생님으로 보이는 분의 지휘 아래 멋진 화음도 보여주고 몇몇 학생은 본인들의 기량도 뽐낸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기에 나도 덩달아 신이 난다. 


시에나 캄포 광장에서 학생들의 합창!!


https://youtu.be/VCF2o54Ym0w?list=PLNp48vdGYpZmsJ9OVbCiSiTY0bjc75N2E







다른 골목길을 따라 거꾸로 나오다 보니 가죽 가방가게 하나가 눈에 띈다. 뭐에 끌리듯이 가게 안으로 진입했다. 가죽 가방과 지갑 그리고 가죽으로 만든 열쇠고리나 공예품들도 너무 이쁘고 가죽의 질이 너무 좋다. 그런데 품질에 비해 가격이 너무 저렴한 거다. 정말 너무너무 고민하다 아버지 지갑으로만 하나 구입하였다. 45유로 정도였던 것 같다. 정말 잘 샀다를 연발하면서 돌아왔지만 이내 곧 후회하고 말았다. 남들은 비싼 명품도 구입하려고 일부러 가는데, 우리는 엄마, 형, 나를 위한 지갑은 포기하고 말았던 것이 너무 후회가 됐다. 

여행자들이여! 혹시 사 와서 쓸모가 없다 하더라도 여행을 가면 사고 싶은 것은 꼭 사라! 다음에 그곳을 또 갈 확률은 내가 복권에 맞는 확률과 비슷하다. (물론 일본처럼 가까운 곳은 제외다) 


나중에 후회할 것도 모른 채 지갑을 산 뿌듯한 마음에 길을 걷다 보니 익숙한 로고와 운동장이 나타났다. 


아니 이것은 AC 시에나의 엠블럼?? 진짜인가??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가 보니 연습경기를 준비하고 있고, 그걸 보러 온 관중들도 제법 있다. 나도 들어가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으니 이내 경기가 시작된다. 세리에 A에서 지난 시즌에 강등되어 세리에 B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경기를 하는 선수들과 그걸 지켜보는 관중들만큼은 그 열정이 느껴졌다.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30분여를 보다 보니 얼굴이 타는 것 같다. 이걸 왜 보느냐며 투덜대던 엄마가 이제는 돌아가자고 보챈다. 어쩔 수 없이 마지막을 동영상으로 담는다.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AC 시에나는 그 시즌에 세리에 A로 승격을 하지 못한 채 그해 7월에 파산을 했다. 그 뒤 로브르 시에나 SSD로 팀명이 바뀌고 4부 리그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3부 리그 격인 레가 프로에서 활약 중이다. 세리에 B로의 승격을 간절히 바래본다.


AC 시에나의 2부리그때 연습경기 영상~


https://youtu.be/VCF2o54Ym0w?list=PLNp48vdGYpZmsJ9OVbCiSiTY0bjc75N2E







늦은 오후 피렌체로 돌아오는 버스에 올랐다. 한참을 돌아다녔더니 노곤하니 잠이 쏟아진다. 내일은 베네치아로 간다.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던 그 모습이 어떨지 빨리 가서 확인하리라.






6부 베네치아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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