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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파미 Jul 27. 2016

나는 이탈리아로 간다 with (feat.엄마) 6부

6부. 이탈리아의 또 다른 나라 베네치아.


베네치아에 오기 전 숙소 문제로 한참 고민을 했다. 본 섬 숙소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메스트레에 숙소를 잡고 기차를 타고 온다고 한다. 하지만, 난 고민 끝에 비용을 더 지불하고 그런 수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 

산타루치아 중앙역에 내리면 바로 맞은편에 산 시모네 피콜로 성당이 보이고 물길로 보트들이 지나다니는데, 그 풍경은 이탈리아가 아닌 또 다른 나라에 온 기분을 느끼게 한다. 

바다인데 바다 같지 않은 물길과 짠내를 맡으며 미리 예약해둔 숙소를 찾으러 간다. 헤맬지도 몰라 최대한 역에서 가까운 곳을 잡았기에 배낭도 무겁지 않다. 마침 비도 보슬보슬 내리기에 발걸음을 재촉한다. 

어라? 근데 이상하다. 지도상으로 따져봐도 그 지점을 지난 것 같은데 호텔이 없다. 다시 되돌아가 본다. 몇 번을 반복했지만 못찾겠다. 어깨는 무거워지고 보슬비에 옷은 젖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거지? 분명히 이 근처인데?' 


불안감이 들기 시작할 때 즈음 빽빽한 건물 사이로 가까스로 호텔을 발견했고 그 좁은 입구에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호텔 주인아저씨는 친근했고 방도 깨끗한 편이었다. 다만 모기 때문에 조금 고생을 하긴 했지만 말이다. 

호텔 이름이 독특하기에 도대체 무슨 뜻일까? 하고 찾아보니 "베네치아의 무어인" 이란 뜻인 것 같다.

그렇다면 주인아저씨가 바로 무어인 일 테다. 






오늘은 본 섬 위주로 동그랗게 큰길을 따라 걸으면서 지리를 익혀볼 생각으로 역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길을 걷다 보면 중간중간 옆쪽으로 새는 골목길들이 미로 같은 느낌을 주고, 사이사이 들어오는 바닷물과 그 사이를 헤치며 지가 나는 곤돌라들은 여기가 육지인지 바다인지 강인지 혼란스럽게 한다.

한참을 걷다가 길들이 너무 이쁜 나머지 과감하게 골목길을 들어가 본다. 집과 집 사이를 작은 다리로 건너기도 하고 미로처럼 되어있는 꼬불꼬불한 좁은 골목길을 다니며 어릴 적 추억을 떠올려 본다. 

20분여를 그렇게 다니다 보니 막다른 길이 나왔다. 그러나 나에게는 구글 지도가 있지 않은가? 핫핫핫

구글 지도를 켜니 지금 있는 장소가....어라? 여긴 호텔위치인데?? 


계속해서 내 위치를 클릭해보지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속 다른 위치를 가리킨다. 수많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전파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당황할 필요 없다. 지도 없이 그냥 큰길로 나가면 되니까 말이다.

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정말 큰 오산이다. 절대 안전장치 없이 깊숙하게 골목길로 들어가지 말지어다. 

나는 거의 1시간을 그 미로 속에서 헤매며 막 다른 길만 한 20번은 맞닥뜨렸다. 나의 방향감각에 오류가 발생하며 멘탈이 붕괴됐을 때 즈음 정말 우연히도 밖으로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골목길에서 조각피자를 사 먹고 물길 쪽으로 나가보니 수상버스(바포레토) 정거장인 '실베스트로' 역이다. 곤돌라를 타보려다 너무 비싸서 포기했던 차라 수상버스는 꼭 타보기로 하고 자동판매기에서 과감하게 24시간짜리를 구매했다. 3번만 타도 이익 아닌가? 우선 오늘은 벌써 오후 시간인 관계로 리도섬만 가보기로 한다. 

리도섬으로 가는 버스가 도착하고 배에 오르니 금세 물길을 가르며 출발한다. 정류장이 다가오면 뱃머리를 가까이 대면서 엔진을 끄고 타이어를 붙여놓은 벽면에 배를 부딪히며 밧줄을 당겨 배를 멈춘다. 그 스피드와 정교함이 하루 이틀 다녀본 솜씨들이 아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커브를 돌고 나니 탁 트인 바다와 함께 앞쪽에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이 보이며 너무도 멋진 광경이 펼쳐진다. 얼마 후 베니스 영화제가 열리는 바로 그 리도섬에 도착했다. 워낙 길게 되어있는 모양의 섬이라 약간의 지리정보만 머릿속에 넣고 길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크게 어렵지 않아 길을 잃어버리지는 않을듯하다. 

한참을 아래쪽으로 내려가다 반대편 해변가로 나가보기로 하고 방향을 틀었다. 오오! 근데 이곳은 베네치아에서도 부호들만이 사는 곳인가 보다. 화려한 저택이 즐비하며 그 저택 안에는 유명 자동차들이 보통 3~4대씩 주차되어있다. 

이런 곳에서 살아봤으면 좋겠다 라는 감상도 잠시 곧바로 해변가가 나온다. 엄청나게 긴 모래사장과 빽빽한 방갈로들이 늘어서있지만 아직 개장할 시즌이 아니라서 이 넓은 해변가에 사람은 나와 엄마, 저 멀리 보이는 2~3명의 관광객들, 그리고 몇 명 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스카프를 연신 팔아대고 있는 장사꾼 아저씨. 왠지 짠하다. 





베네치아 수상버스 (바포레토)


https://youtu.be/SxbwhRnGfco?list=PLNp48vdGYpZmsJ9OVbCiSiTY0bjc75N2E
      


리도섬 해변가 맛보기


https://youtu.be/TVqeeVs9m3M?list=PLNp48vdGYpZmsJ9OVbCiSiTY0bjc75N2E




해변가 모래를 밟으며 (이곳 모래는 푹푹 빠져서 걷기가 매우 힘들다) 바닷가를 한참 바라보다 올 때와는 다른 길로 정류장 쪽으로 향했다. 동네 집구경 가게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정류장이지만 그냥 가려니 뭔가 허전하다. 목이 말라 근처 식당에서 맥주나 한잔씩 하기로 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주인장 아저씨가 큰소리와 과한 액션으로 반겨준다. 음? 이런 적이 없었는데? 내가 그렇게 반갑단 말인가?

아뭏든 나도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고 맥주 2잔을 시키니 직접 가져다주시기까지 한다. 맥주 가격도 다른 곳보다 저렴하다. 1잔에 3유로씩인데, 목이 말라서였을까? 너무 맛있다. 심지어 1잔에 취기까지 오려고 한다. 날은 서서히 저물어 가고 기분도 좋고 한잔씩 더 마시자고 했더니, 엄마가 빨리 돌아가잔다. 응 아니 왜? 이제 7시 정도밖에 안됐고 버스는 12시 30분까지 있어요~라고 설명하며 더 마시자고 했지만 숙소 근처가 아니라서 그냥 불안하다고 한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숙소 근처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고르고 고르고 또 골라 한집을 들어갔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메뉴는 거기서 거기. 피자 한판과 스테이크 비슷한 거(?)와 맥주를 2잔 시켰다. 나름 큰 가게였지만 음식 맛은 아쉽다. 게다가 문 닫는 시간이 다가왔기에 맥주를 한잔 더 시켜도 되느냐고 물어봤더니 'Sure'라고 고개까지 끄덕이며 맥주를 가져다준 것까진 좋았으나 곧바로 안쪽 테이블부터 의자를 올리며 가게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아니 이게 무슨 상황인가. 맥주 줄 때는 언제고 얼른 나가라 이건가? 직접적으로 대놓고 얘기하진 않았지만 무언의 압박이 더 불편하다. 

엄마와 나는 불평을 마구 쏟아내며 맥주도 조금 남긴 채 가게를 나왔다. 그래서인지 리도에서의 환대가 더 아쉬웠다.







다음날 오전 시간은 대충의 지리도 익힐 겸 투어를 신청했다. 본 섬을 크게 한 바퀴 도는 코스였는데 나름 골목골목의 아기자기함을 느끼며 에스프레소도 한잔할 수 있었고, 리알토 다리에서는 북적대는 사람들 틈 사이에서 어떻게든 사진도 찍었고, 산 마르코 광장에서는 가장 오래된 카페인 플로리안을 들어가지는 못하고 바로 근처에 앉아서 연주를 들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곳 상인들의 시장에서는 처음 보는 과일들과 각종 생선들이 즐비했다. 그리고, 가면축제는 지났지만 길거리에는 가면을 쓰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았고 가게에서 파는 신기한 가면들은 발걸음을 사로잡았다. 'Don't touch please!' 라고 쓰여있는 곳에선 정말 만지지 않고 사진만 찍어주었다.

무라노 섬의 유리공예가 유명하다기에 여러 가지 유리제품을 파는 가게에 들러 고민 끝에 작은 잔을 2개 사왔지만, 역시 너무나 후회했다. 이렇게 이쁘고 유니크한 제품은 이곳에서 밖에 살 수 없는데 왜 겨우 2개만을 샀을까? 라고...

아직 여행력이 짧았을 때라 기념품보다는 여행경비가 더 중요하게 생각되었나 보다. 







식사를 마치고 직접 무라노 섬이나 부라노 섬에 가보기로 하고 정류장으로 나갔다. 아니 근데 이게 무슨 하늘의 장난이란 말인가?

오늘 수상버스가 파업이란다. 티켓을 자판기에서 산 것이 실수였다. 판매하는 곳에 가보니 오늘 파업을 할 것이라고 커다랗게 써붙여놨는데 미리 확인하지 못해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만 것이다. 

결국 무라노 섬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둘러보지 못한 본 섬 왼편을 나름 샅샅이 다녀보기로 한다. 계속 걸어야 했기에 조금 힘들기도 했지만 관광객들이 뻔히 가는 코스가 아니기에 이곳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것 같아 오히려 뿌듯한 기분이 든다. 

어제 먹었던 골목길 피자가 저녁으로도 괜찮겠다 싶어 2조각을 포장으로 싸와서 샐러드와 함께 먹으니 환상의 하모니가 아니던가.







2박으로는 너무 짧았던, 수상버스가 파업을 해서 더욱 아쉬웠던, 베네치아의 마지막 밤을 그렇게 보내고 내일은 마지막 도시로 간다. 물론 당연한 코스라 여겨지는 밀라노가 아닌 바로 옆 파도바라는 곳이다. 아직도 왜 그때 마지막을 파도바로 선택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가장 편안하고 조용하게 이탈리아의 마지막을 마무리하기엔 더 없이 좋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7부 파도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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