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호구'가 호구 잡히지 않는 방법

자발적 호구를 위하여

by Tugboat

“‘자발적 호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면 진짜 중요한 게 있다.

진짜 호구 잡혀서는 안 된다는 것.

지킬 것은 확실히 지키는 이기적인 이타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




이기적인 이타주의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


'자발적 호구'는 이기적인 이타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물론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만큼 어색하게 들릴 수 있다. '호구'와 '이기적'이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이런 걸 역설법이라 하던가? 하지만 그런 표현법 같은 걸 말하자는 게 아니다. '자발적 호구'는 실제로 이기적인 면모를 갖춰야만 한다.


생각해 보자. 애초에 우리가 '호구'를, '을'을 자처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호구가 체질이라서? 노비의 피가 혈관 속에 흘러서? 천만에. 이해관계 속에서 조금 더 유리한 거래를 하기 위해서 아닌가? 거래 상황에서 몸을 낮춰 작은 것은 내어주고, 더 중요한 것을 얻기내기 위함이다. 즉, 갑질이 고픈 사람들에게 기꺼이 '을'을 자처해 주어 정서적 만족감을 주고 실질적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 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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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 '중요한 것을 챙겨야 할 시점'에서 발생한다. 물론 상대가 '법'을 지키고 경우를 아는 사람이라면 괜찮다.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정당한 몫을 나눌 것이다. 오히려 고마운 마음에 양보를 해올 가능성도 있다. (노림수대로 말이다.) 다만 그렇지 못한 사람 때문에 내가 적극적으로 내것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 문제다. 역시 '호구'라는 단어와 '내 몫을 가져간다'는 말이 이율배반적이기 때문이다.


계속 호구로 남아 있자니 마음 좋은 패배자가 되어 다 빼앗길 것이고, 잘못 발톱을 드러내면 기만자로 낙인찍혀 지금까지의 인내와 노력이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자발적 호구'로 남으면서 '내 몫은 놓치지 않을 것'인가? 어떻게 '호구'와 '이기적'이라는 정반대 개념을 양립시킬 것인가?




제대로 거절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법


그 솔루션 첫 번째는 '잘 거절하기'다. '자발적 호구'는 노예가 아니다. 거절 따위 용납되지 않는 사람이 아니란 얘기다. 아니, 오히려 제대로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사실 고용주조차도 거절 못하는 직원은 원하지 않는다. 다만 어렵게 쌓은 이미지를 지키면서 거절해야 하니 그게 쉽지 않을 뿐이다. '거절'과 '호구'도 썩 어울리는 단어는 아니거든. 그래서 잘 거절해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그리고 거절의 이유는 나의 한계 탓으로. 딱 무능해 보이지 않을 선까지만 이면 좋다.


예를 들어 "지금은 제 다른 업무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서 도와드리기 어렵지만, 다음에 꼭 다시 이야기해 주세요"라고 말해 보라. 어쩔 텐가? 내 역량이 달려서 여력이 없다는데, 그래도 시간 나는 대로 꼭 돕겠다고 하는데. 막무가내일지 모르는 요청에 이렇게나 정중하게 이야기하는데.


두 번째는 '도움 요청하기'다. 이제 단순히 거절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보자. 주는 만큼 받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관계는 '주고받음'이 균형을 이룰 때 건강하게 유지된다. 상대방이 받기만 하는 관계가 되지 않도록, 상대방에게도 작은 도움을 요청해 보는 건 어떤가? 이는 상대방에게도 베풀 수 있는 기쁨을 주는 효과도 있다. 세상은 남의 것을 뺏는 데 혈안이 된 악인들로만 가득 찬 것이 아니다. 서로 부담되지 않는 수준으로 베풀 기회를 주고, 그 호의에 대해 감사 인사를 하자. 상대는 괜히 수고를 들였다는 불쾌감보다, 별것 아닌 일에도 감사를 받게 된 데 대한 좋은 감정으로 나에 대한 호감이 더 커질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들이 쌓이면 결정적인 순간에 큰 양보를 받을 토대가 될 것이다.


"제가 요즘 이런 부분을 고민하고 있는데, 혹시 조언해 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물으면, 누구나 기꺼이 도움을 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더불어 나를 낮추고, 상대방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위험 부담 없이 해결할 치트키가 있으니 바로 '핑계대기'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냐고? 내 뒤에 있는 사람들을 앞세워 보라는 거다. 팀원, 친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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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너무 많은 양보를 하면 우리 회사 팀원들이 어려워져서요…"


"이번 연봉 협상에서 제가 포기하는 부분만큼 우리 가족들이 고생하게 됩니다."


어떤가? 못 들어줄 만큼 이기적이라 느껴지는가? 다른 누군가를 대변해 협상할 때는 조금은 적극적이어도, 조금은 공격적이어도 이해받을 수 있다. 자기 자신만 책임질 때는 호구가 되던 이가, 다른 사람이 피해 보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은 그렇게 밉게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협상이라기보다 남을 돌보는 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아니라 팀원을 위해, 가족을 위해 했던 싸움이었기에 '자발적 호구'의 이미지 또한 지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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