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기01_충고하려 들지 말아라

자발적 호구의 표현법

by Tugboat


"충고는 가장 예의 바른 형태의 폭력이다.

당신이 '도움'이라 믿는 그 말은,

사실 '너는 틀렸고 내가 옳다'는

오만한 선언일뿐이다."




이것만은 말하지 말아라; 충고하지 말아라

당신은 아마 '좋은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힘든 이야기를 꺼내면, 본능적으로 그를 돕고 싶어 안달이 난다.


누군가 당신에게 아주 민감한 개인사를 털어놓거나, 혹은 답이 없어 보이는 고민을 늘어놓는 상황을 떠올려보라. 당신은 어떤가? 아마 상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무언가 도움이 될 만한 말을 돌려주려 노력할 것이다. 당신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그럴 땐 이렇게 해보는 게 어때?"

"내 생각에는 네가 이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

그것이 '능력'이자 '배려'라고 믿겠지만, 당신은 틀렸다. 당신의 그 선한 의도는 완벽하게 실패했다.


당신이 그 말을 뱉는 순간, 상대는 입을 다물었을 것이다.(당신은 그 사실을 눈치조차 못 챘을 수도 있다.)

겉으로는 알겠다고 했을지 몰라도, 속으로는 마음의 문을 '쾅' 하고 닫아버린 것이다.



왜 당신의 '도움'은 '폭력'이 되는가?

우리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다.


상대방이 당신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

그 사람은 '해결책'을 구하러 온 것이 아닐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언젠가 당신이 그저 "누가 내 얘기 좀 들어주었으면" 하고 바랐던 순간을 기억하는가?

그 사람도 똑같다. 그저 자신의 감정을 배설하고, 공감받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당신은 준비도 안 된 사람에게 '정답'을 들이민다. 이것은 소통이 아니라 '폭력'이다.

"무슨 충고 좀 했다고 폭력까지 되느냐"고 반문하고 싶은가?

'충고'의 본질을 해부해 보자. 충고는 결국 이 문장과 같은 말이다.


지금 너의 방식은 틀렸으니, (옳은) 내 말을 들어라.

이것은 상대를 '부족한 존재'로 규정하고, 당신이 그 위에 서겠다는 '수직적 선언'이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 거슬리는 게 당연하다.



논쟁의 끝에서 당신이 얻는 것

말이 길어지면 상황은 더 최악으로 치닫는다.


당신은 상대가 내 '금쪽같은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으니 답답해진다. "네가 왜 틀렸고, 왜 내 말대로 해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한다. 상대는 "그런 게 아니다"라며 방어하고 짜증을 낸다.


이미 대화는 '상담'이 아니라 '논쟁'이 되었다.


결국 지친 상대방은 입을 다문다. "알겠어, 그렇게 할게."

이것이 당신의 승리인가? 천만에. 상대는 속으로 이렇게 뇌까리고 있다.

'내가 애초에 이 사람한테 이런 말을 꺼낸 게 잘못이지.'


상대는 자신의 '문제'를 잘못이라고 인정한 게 아니다.

'당신이라는 사람'을 대화 상대로 고른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자책하는 것이다.

당신은 논리에서 이기고, 사람을 잃었다.




정신과 의사들은 왜 '듣기'만 할까?

여기서 우리는 '프로'들의 전략을 훔쳐야 한다.


스트레스 클리닉의 정신과 의사들을 보라. 그들은 환자보다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들의 치료 시간 대부분은 그저 '잘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으로 채워진다.


심지어 환자가 적극적으로 "선생님, 그래서 제가 어떻게 해야 하죠?"라고 조언을 구하는 시점에서조차,

그들은 섣불리 정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되묻는다.

"환자분 생각은 어떠세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들은 해결책을 환자 본인이 직접 입 밖으로 꺼내게 만든다.

그리고 거기에 살짝 살을 붙이거나 "좋은 생각이네요"라고 응원만 보탠다.

왜일까? 그들이 잘 몰라서일까?


아니, 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스스로 찾은 답만이 진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그리고 묵묵히 들어준 사람에게 환자는 깊은 신뢰와 고마움을 느낀다는 것을.

이것이야말로 가장 적게 일하고 가장 큰 신뢰를 얻는 '자발적 호구'의 고도의 전략이다.




입을 닫을 텐가, 사람을 잃을 텐가?

어떤가?


당신은 여전히 상대를 '가르치고 고쳐주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되려 상처를 주고 관계를 망칠 것인가?

아니면 의사처럼, 전략가처럼 입을 닫고 그저 들어줌으로써 상대를 치유하고 깊은 신뢰를 얻을 것인가?


오늘 누군가 당신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제발 '해결사' 흉내를 내지 말라.

충고는 상대를 부족하게 보고 그 위에 서려는 행위다.

설사 당신의 의도가 선했더라도 결과는 폭력이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딱 하나다.

"많이 힘들었겠구나. 그래서 어떻게 됐어?"


다음 글에서는 두 번째 금기, '가르치려 들지 말아라'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언뜻 ‘충고’와 비슷해 보이는 ‘가르침’이 왜 더 위험한지 깊이 파헤쳐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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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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