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기02_가르치려 들지 말아라

자발적 호구의 표현법

by Tugboat


"

"가르침은 상대에 대한 가장 명확한 '무시'다.

그것은 '나는 알고 너는 모른다'는 오만이며,

'나는 위에 있고 너는 아래에 있다'는 수직적 선언이다."






이것만은 말하지 말아라; 가르치려 들지 말아라


지난 글에서 우리는 '충고'가 얼마나 예의 바른 폭력인지 이야기했다.
그런데 오늘 다룰 '가르침'은 차원이 다르다. 훨씬 더 악질적이다.
얼핏 보기엔 비슷한 말처럼 보여도 말이다.


충고는 적어도 동기 자체는 '호의'일 때가 많다.

"이게 너한테 더 나을 것 같아"라는, 일종의 착한 오지랖이랄까?


하지만 누군가를 '가르치려 든다는 것'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무지하다 보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마치 자신이 초월자라도 된 듯, "이 미개한 중생을 내가 갱생시켜야겠다"는 오만한 마음이 깔려 있다.


내 경험이 정답이라는 착각에 빠져 상대를 '교화'시키려 한다. 그 결과는 어떨까?
상대는 고개를 끄덕였을지 몰라도, 마음속으로는 당신을 경멸할 것이다.


당신이 지금 누군가를 가르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린다면, 바로 당장 멈춰야 한다.

당신의 그 '가르침'이 당신을 얼마나 우스운 꼴로 만드는지 여기 충격적인 사례가 하나 있다.




당신의 '정답'은 언제든 틀릴 수 있다: 평양냉면의 교훈


당신이 전문가라고 자부하는 영역에서도 당신은 틀릴 수 있다. 아니, 우스운 사람이 될 수 있다.


한때 '평양냉면 마니아'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곳의 자칭 전문가들은 '평양냉면 먹는 법'을 성전처럼 규정해 놓았다.


"평양냉면은 '슴슴한 맛'으로 먹는 것이다.
식초나 겨자, 설탕을 치는 건 평양냉면을 모욕하는 무식한 짓이다."



그들은 이 기준으로 타인을 비난했다.

누군가 냉면에 양념을 치면 "먹을 줄 모르는 놈"이라며 가르치려 들었고 혀를 찼다.

그들의 세계에서 그것은 절대적인 진리이자 '법'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반전이 일어났다.

남북 교류 행사의 일환으로 방북 사절단이 평양의 옥류관(본토 원조 맛집 격)을 방문한 모습이 TV에 중계된 것이다. 화면 속 옥류관 주방장은 이렇게 말했다.


"랭면은 이렇게 먹어야 맛입네다."


그리고는 식탁 위에 있던 식초와 설탕, 양념장을 냉면에 듬뿍, 아주 잔뜩 쳐서 비벼 주었다.

소위 '전문가'들이 기겁하던 바로 그 '무식한 방법'이었다.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그 커뮤니티에 있던 '평양냉면 먹는 법'에 대한 훈계 글들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함부로 가르치려 들지 마라.

당신이 신봉하는 그 지식과 신념이, 진짜 '원조' 앞에서는 비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섣불리 가르치려 들면 '무례한 사람'이 되거나, 옥류관 사건처럼 '우스운 사람'이 될 뿐이다.




신념의 영역은 '전쟁터'다


특히 당신이 가르치려 드는 주제가 '신념'의 영역(정치, 종교, 누군가에 대한 팬심 등)이라면 더더욱 입을 다물어야 한다.

이곳은 팩트의 영역이 아니다. "네가 아는 게 다 틀렸으니 내 말을 들어"라는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왜? 상대방도 당신만큼이나 자신이 옳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검증 따위는 필요 없다. 신념은 사실의 진위나 옳고 그름을 앞선다.


그러니 대화 당사자 간에 어지간한 힘의 차이가 있지 않은 이상, 이것은 대화가 아니라 전쟁이 된다.

설령 힘의 차이로 상대가 묵묵히 듣고 있다 해도, 그는 교화되는 중이 아니다.

그저 모욕감을 견디고 있을 뿐이다.


상상해 보라.


나와 정반대의 정치 성향을 가진 직장 상사가, 회식 자리에서 몇 시간 동안 당신을 앉혀두고

"자네가 세상을 몰라서 그래"라며 일장연설을 늘어놓는다.

당신은 반박 한 마디 못한 채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


어떤 기분인가? 체할 것 같지 않은가?


당신이 누군가에게 당신의 종교나 정치적 견해를 설파할 때,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이 정확히 그것이다.

그것은 설득이 아니라 고문이다.




가르치려 들지 말고 존중하라!


'자발적 호구'는 이 위험한 도박을 하지 않는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만큼, 상대방도 옳다고 믿고 있음을 인정한다.

본인이 믿고 가치를 두는 영역을 '존중'해 주는 것.

그것이 관계의 주도권을 쥐는 가장 현명한 태도다.


내가 말을 좀 잘한다고 해서, 우리 편 목소리가 크다고 해서 상대의 신념이 꺾이지 않는다.

영원히 평행선을 그릴 이야기로 분위기만 망치고 '비호감' 마일리지만 쌓을 뿐이다.


당신은 당신의 선택에 따라

'평양냉면 전문가'처럼 당신의 잣대로 남을 비난하고 가르치려다 우스운 꼴을 당할 수도,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함으로써, 적어도 '적'을 만들지 않는 현명한 전략가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제발 부탁한다.
정치, 종교, 그리고 남의 취향에 대해서는 그냥 '절대' 입을 열지 마라.
그것이 당신의 품위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다음 글에서는 세 번째 금기, '이기려 들지 말아라'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논쟁에서 이기는 것이 왜 비즈니스와 관계에서는 완벽한 패배가 되는지,

그 역설적인 손익계산서를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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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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