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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그릿 Aug 23. 2021

매주 반복되는 월요일 리셋

일요일 밤마다 대청소를 한다. 아침 일찍 하면 편했을 걸 꼭 밤늦게까지 미루고 미루다 월요일을 몇 시간 앞두고서야 겨우겨우 하고 마는 것이다. 아이들은 집 구석구석에 흩어진 장난감들을 주워 모아 제자리에 갖다두게끔 한다. 한 주간 쌓인 때를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기 직전에 황급히 씻어버리는 모양새다.

직장인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월요일은 제일 회사 가기 싫은 날이면서 한 주를 리셋하는 날이기도 하다. 월요일 아침은 제일 스트레스면서도 동시에 리셋 기회로 쓰인다. 이런 월요일 아침을 생각하는 일요일 밤은 두렵기도 하는 한편 설레기도 하는 이상한 상태가 되곤 한다. 내가 꽤나 감성적이고 감상적인 인간인 까닭에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 핑계로 주말엔 완전한 잉여인간이 되는 듯도 하다. 어차피 월요일에 리셋할 거니까, 책도 안 읽고 글도 안 쓰고 운동은 뭐 평소에도 안 하고. 그 어떤 생산적인 활동도 굳이 하고 싶지 않아진달까. 사실 다 핑계일 뿐이지만.

주말에 잉여가 되는 까닭도 리셋한 마음이 수요일쯤만 되어도 급격히 꺼지기 때문이다. 작심삼일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몸이 안 좋아져서, 아파서, 그냥 귀찮아서, 하기 싫어져서. 보통 체력이 달려서가 제일 큰 이유인 것 같다. 한 주의 결심이 3일짜리 조촐한 발버둥이 되고, 그 짓이 매주 반복되는 핑계는 수도 없이 많다.



돈과 성공이란 주제에 끌리면서 가장 많이 접한 주제가 루틴이다. 성공한 사람들, 부자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일련의 행위들을 매일같이 반복하더라, 그게 그들의 성공 습관이네 어쩌네, 요즘은 리추얼이라고도 하더라. 습관을 넘어 루틴이 되었다가 의식의 영역까지 넘어간 모양이다. 작년에 쓴 관련 포스팅이 생각난다. 정상에 있는 이들의 특별한 루틴에 관한 글이다.

이들의 습관을 내 인생에 적용하면 오토 파일럿 모드로 부와 성공에 다다를 수 있을까. 또 불필요한 망상에 빠진다.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들과 같은 환경이 아니니 같은 습관을 반복할 수 있을 리 만무하고, 일단 그들처럼 꾸준히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가 든다. 매번 망상 끝에 허무감에 빠지고 마는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하지만, 또 인생 그런 것 아니겠나 싶기도 하다.

매번 마음이 양갈래로 벌어진다. 달리고 싶다가도, 그게 가능하겠나 생각하기도 하다가. 이런 신변잡기를 굳이 왜 적지 하다가도, 굳이 적어야겠다 싶기도 하다. 어쩌면 애초에 변함없이 흔들림없이 몇날며칠을 밀고나갈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환상인지도 모르겠다. 완벽이란 없듯, 완전한 성공 습관 따위가 존재할 리 만무하다는 생각에 다다른다. 핑계고 자기합리화일 수 있지만, 나란 인간은 이 정도로 생각해둬야 그나마 마음이 편해지고 가벼워져 굼뜬 발걸음을 한 발짝이라도 뗄 수 있는 그런 인간인 것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내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 남들의 기준에 억지로 나를 끼워맞출 필요가 있을까. 아무도 안 보는 글을 적으면 어때, 내가 쓰면서 이렇게 생각이 정리가 되는 것만으로도 개이득이다. 매주 리셋하고 작심삼일이면 월요일마다 말고 주중에 한 번 더 하지 뭐. 하고 마는 것이다.

누군가는 목숨을 걸어라,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앞으론 영영 불가능한 국면에 들어선다 떠들어대지만, 그것도 그들만의 논리라 치부해버리자. 나는 나, 매주 반복돼도 그만이다. 그러니 일단 오늘도 리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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