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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텀블벅 영퍼센트 May 26. 2021

이렇게 입고합니다,
독립서점의 취향들

아홉 서점의 입고 기준과 아홉 명의 서점 주인의 취향, 아홉 권의 신간

독립출판은 직접 만지고 펼쳐보지 않으면 그 매력을 다 알 수 없기 마련이다. 독립서점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무심해보이는 책방이라도 매대 구석 구석마다 공간 주인의 손길이 닿아 있다. 책방 문을 열고 들어서기 전까지는 어떤 취향의 집합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책방과 함께하고 싶은 작가와 책방을 방문하는 독자에게 사소한 길잡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9곳의 독립서점에 책방의 입고 기준과 취향, 최근 새로 입고한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 한 권을 질문했다. 이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얘기하는 것은 칼로 무 자르듯 정확한 입고 기준을 설명하기엔 어렵다는 점이다. 그만큼 애정하는 책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뜻이기도 할 테다. 아홉 서점의 입고 기준과 아홉 명의 서점 주인의 취향, 그리고 아홉 권의 추천 신간을 소개한다.


1. 프루스트의 서재
2. 마이페이보릿
3. 노말에이
4. 헬로인디북스
5. gaga77page
6. 커넥티드 북스토어
7. 고스트북스
8. 별책부록
9. 더북소사이어티


프루스트의 서재


서울 성동구 무수막길 56 1F


입고 기준과 취향
주제에 대한 관점이 확고한 도서가 좋습니다. 보편적인 이야기도 좋지만, 그렇지 않은 소재에서 공감을 끌어낸다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지요. 개인적으로는 환경을 다룬 책을 좋아합니다. 비건이나 미니멀리즘, 제로웨이스트와 같은 주제는 환경과 함께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주제의 책이 많이 나올수록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늘어간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가끔은 다 떠나서 귀여운 책이 좋습니다. 소재도 주제도 심지어 책 자체도. 귀여운 거 최고…)


최근 기억에 남는 신규 입고 도서
도시농부의 옥상텃밭일지 가지꽃은 보라 오이꽃은 노랑〉(박소연)이라는 소규모출판물입니다. 자신의 옥상에서 텃밭을 일구는 내용인데,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일거리와 수확 작물을 사진과 그림을 통해 재밌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뭐, 이런 것도 키워서 먹을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놀라움을 줍니다.


마이페이보릿


전북 군산시 구영1길 38 1층 마이페이보릿


입고 기준과 취향

마이페이보릿은 영화와 관련된 제품만 취급하는 시네마스토어라서 도서 역시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것들만을 입고하고, 간혹 카테고리를 조금 더 확장하여 음악이나 예술 관련 도서들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대중적인 디즈니나 해리포터, 스튜디오 지브리와 관련된 다양한 도서들부터, 조금 더 제 취향이 반영된 아트북이나 팜플렛, 전문 서적 및 독립출판물들도 꾸준히 소개하는 편입니다. 다른 책방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가끔 부득이하게 입고요청을 거절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취향이 반영된 입고 기준에 맞지 않거나 비슷한 종류의 도서가 이미 있는 경우입니다.


최근 기억에 남는 신규 입고 도서

아무튼 시리즈 중 가장 최근 발매된 아무튼, 장국영>(오유정을 꼽고 싶습니다. 저자가 배우에 대한 애정을 진솔하게 담아내어서, 많은 부분에 동질감을 느끼며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책입니다. 저 역시 장국영이라는 배우를 너무 애정하기도 하고요.


노말에이


서울 중구 마른내로 12 4층


입고 기준과 취향

가장 중요한 입고 기준은 ’내가 읽고 싶은 책인가?’ 입니다. 주관적으로 보여질 수도 있지만, 이 기준 안에는 좀 더 구체적인 질문들이 담겨 있어요. (나 자신을 포함한) 독자들에게 매력적인 책인지, 보편적인 주제를 흥미롭게 표현했는지, 구입하여 책꽂이에 꽂아두고 싶은지, 인상적인 사진/그림/구절이 있는지, 공감이 가는지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기억에 남는 신규 입고 도서

쓰레기 작업일지〉(피스모아)가 가장 눈에 띕니다. 작년 한 달 넘게 지속된 장마를 경험하면서, 일상생활과 책방 운영에서 비닐, 플라스틱 등 쓰레기를 너무 많이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고민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특히 책방 이사를 하면서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를 목격하고는 불쾌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쓰레기 작업일지〉는 “이미 지구에 많은 상품이 차고 넘치는데 또 다른 과잉 상품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라는 디자이너, 생산자로서의 고민에서 시작한 책입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프로젝트의 생생함, 지구를 위해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까지. 친환경적인 영감을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헬로인디북스


서울 마포구 동교로46길 33


입고 기준과 취향

책방 인스타그램에 입고 도서 소개를 올릴 때 사용하는 해시태그 중 하나는 “#세상은넓고책은많다”. 책은 ‘읽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깬다거나 ’책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주제나 판형을 탈피한 책들이 있다면 책방을 찾는 손님들에게 소개해주고 싶다. 1장의 전지를 직접 하나씩 접어 만든 가내수공업 그림책, 글자 없이 아이콘과 픽토그램으로만 쓰여진 책, 페이지마다 달려 있는 그림을 페이지 밖으로 밀어 올릴 수 있는 색다른 팝업북, 페이지를 찢어야지만 읽을 수 있는 책 등등. 책의 색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가지각색의 모습을 갖춘 책들, 언제나 환영합니다.


최근 기억에 남는 신규 입고 도서

몇 개월 전의 일이지만, “이 책은 꼭 우리 책방 손님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라는 충동이 강하게 든 책이 애린 왕자〉(최현애 역)였다. “중요한 기는 눈에 비지 않는다카이”, 경상도 사투리로 재해석한 <어린 왕자>의 새로운 번역본으로 대형서점, 동네서점 할 것 없이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기발한 기획도 마음에 들었지만 <애린 왕자>의 번역가이자 발행인이기도 한, 경상도 포항 출신의 출판사 대표가 “이기 서울말 아니라고 틀린 거는 아니자나.”라며 고향 친구들을 위해 이 책을 만들었다고 밝힌 서문이 좋았다.


gaga77page


서울 마포구 망원로 74-1 지하 1층


입고 기준과 취향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공간적 제약 때문에 받고 싶은 책을 못 받을 때도 많고, 어떤 시기에는 쏟아지는 책을 모두 껴안기도 합니다. 입고를 반려했던 책이 다른 책방에서 만났을 때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고, 그럴듯한 소개에 홀려 받은 책이 생각했던 것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취향은 하나의 선이 아니라 큰 두께를 가진 길게 늘어선 면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일정한 방향성과 색깔은 있지만 그 커버리지가 꽤나 넓을 수 있음을 뜻하는데요, 결국 입고 기준을 하나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는 말을 빙빙 돌리고 있는 겁니다. 그래도 이거 하나는 말씀드리고 싶네요. 우리 책방에 맞지 않는 책은 있을지언정 틀린 책은 없습니다. 아마도.  


최근 기억에 남는 신규 입고 도서
최근 가장 재미있게 보고 있는 책은 마이너리티 프레스에서 나온 책들입니다. 축구 용어해설집〉〈축구 성지의 계보〉부터 〈이동국 전북 현대의 레전드가 되기까지〉까지, 축구라는 하나의 주제로 책을 만드는 1인 출판사입니다. 저는 하나의 일을 꾸준히 해오는 사람들에게 경외심을 느낍니다. 모두가 장인(匠人)이 될 수는 없지만 시간이 주는 근육은 무시 못 합니다. 책을 만드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의 주제와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는 출판사에게는 언제나 진심 어린 응원의 박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커넥티드 북스토어


1호점(세운상가점)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159 3층 외부 바열 328호 / 2호점(을지로점) 서울 중구 인현동1가 15-7 1층


입고 기준과 취향

저는 독립출판물을 기성 출판물에선 보기 어려운 판형이나 참신한 주제로 제작된 책으로 처음 접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전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독특한 판형, 재밌는 주제를 가진 책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커넥티드 북스토어의 입고 기준이 되진 않습니다. 커넥티드 북스토어는 세운상가에 1호점, 을지로 인쇄 골목에 2호점이 있습니다. 한 서점의 공간이 두 군데가 되었다면, 지점별로 다른 큐레이션을 통해 손님들에게 방문하는 재미를 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호점은 에세이나 소설 등의 텍스트, 2호점은 그림, 사진, 판형이 다양한 도서 등 비(非) 텍스트 도서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독립출판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전시 등 다양한 기획을 하고 있고, 저희 기획과 함께할 수 있는 주제를 가진 책이나 작가에 대해 관심을 많이 둡니다. 그런 차원에서 입고 신청이 들어오면 도서의 글과 사진을 더욱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입고를 결정하는 입장에서 어떤 책일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정성스럽게 만들어 보내주시는 다양한 내용의 책 소개와 이미지입니다. 요청주시는 모든 도서를 입고할 수 없어 매번 죄송합니다. 다만, 많은 입고 신청서를 보다 보니 책 소개가 한 눈에 알아보기 어렵다면 아무래도 선뜻 입고가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 기억에 남는 신규 입고 도서

독립출판 작가들 가운데 단기간에 책을 여러 권 만들어내는 작가는 흔치 않습니다.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열망이 있어야 가능하겠죠. 〈도망친 곳에서 만난 소설〉, 부끄러움은 사람을 구할 수 없다〉〈당신의 인생 어딘가〉 이렇게 세 권의 소설을 발표한 ‘임발’이라는 작가가 있습니다. 독립출판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소설' 장르에서 단연 두각을 드러내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글을 읽은 한 손님은 '밥 같은 글을 쓰는 분'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글을 쓰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파란색, 빨간색, 노란색으로 각각 구성된 세 권의 책을 저희는 '임발 유니버스’라고 이야기합니다. 이것들이 작가의 세계관을 지속할 수 있는 분명한 이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스트북스


대구 중구 경상감영길 212 3층


입고 기준과 취향 

입고에 있어 정해진 규정이나 기준이 있지 않습니다. 다만 기존에 다루어진 내용이더라도 신선하고 재미난 방향으로 접근 및 풀어낸 출판물이라면 적극 입고하여 소개하고자 해요. 출판물의 완성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겉모습으로 보여지는 것 이외의 숨어있는 가치나 매력 그런 것들에 좀 더 집중하고자 하는 편입니다. 


2017년 책방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특별히 입고의 기준이 달라진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에 찾아주신 손님이나, 2021년 지금 찾아주시는 손님들 모두 공통점을 발견하실 거라 생각해요. 그랬으면 좋겠고요. 


입고 요청을 왔을 때는 최대한 많은 자료를 보내주시면 검토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때론 추가 자료를 요청하기도 합니다. 입고 요청이 들어오는 출판물에는 제작자의 소중한 노력과 시간이 담겨 있기 때문에 가능한 자세하고 세밀하게 입고 검토를 하는 편입니다. 책의 수치적인 정보 외에, 실제 구현된 모습이나 콘텐츠가 담긴 내지 자료 등을 좀 더 보내주신다면 입고를 결정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최근 기억에 남는 신규 입고 도서

〈엄마의 마음 아빠의 생각〉(정지연)이라는 책입니다. 항상 가까이 있지만 엄마, 아빠라는 호칭으로만 느껴지던 우리의 부모님들의 진심 어린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도서입니다.


삶을 살아가는 동안 문득, 사실 어린 나와 지금의 나는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부모님은 어떨까요. 부모님들도 젊음이 넘치던 시절이 있을 텐데 그들도 그때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실까요? 이 책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모님과 삶을 관통하는 여러 가지 질문들을 주고받음으로써 그들을 한 명의 개인으로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책의 저자 정지연 작가가 전해주는 질문 팁을 읽고, 부모님에게 직접 몇 가지 질문들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별책부록



서울 용산구 신흥로16길 7


입고 기준과 취향

운영자들의 주관적인 생각과 취향이 반영되기 때문에 입고 기준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기란 조금 어려운 일인데요. 마음을 붙잡는 문장이나 페이지가 있는지, 만듦새가 좋거나 디자인이 흥미로운지와 같은 요소들이 입고 기준이 되기도 하고요. 때때로 달라지는 운영자들의 관심사가 입고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화면 구성과 조합에 대해 관심을 갖던 시기에는 사진 또는 그림을 콜라주 작업한 책을 입고하고, 일과 삶의 방식에 대해 고민을 하던 때는 관련 에세이나 인터뷰집을 입고한다거나, 스태프의 비건 지향적인 생활을 알게 되었을 때는 비건 요리책, 동물권에 대한 책을 입고하는 식으로요.


이렇게 개인적이고 사소한 것들이 모여 모호한 기준을 만들지만, 같은 주제더라도 새로운 시각을 제안한 책, 보다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책, 소장하고 싶을만큼 아름다운 책, 또는 애써 공들여 만든 흔적이 보이는 책이라면 꼭 책방에 입고해 많은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어집니다. 


최근 기억에 남는 신규 입고 도서

비건 일러스트 레시피북 <베지 컬러스>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1호 〈Red편〉에 이어 최근 2호 〈Yellow편〉이 책방에 입고되었습니다.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독립출판 시장에서는 여전히 부족하게 느껴지는 비건 레시피북이어서 더욱 눈에 띄었는데요. 건강한 식재료들을 컬러로 분류해 일러스트로 소개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비건 요리를 도전하면서 차근히, 친근하게 식재료부터 집중해 살펴볼 수 있는 점이 좋았고, 간결한 책 디자인과 따뜻한 일러스트는 비건이 아닌 사람도 소장하고 싶을만큼 아름답습니다.


〈베지 컬러스〉 시리즈는 모두 텀블벅을 통해 제작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별책부록 온/오프라인에서 시리즈 두 권을 모두 만나실 수 있습니다.


더북소사이어티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22 2층


입고 기준과 취향

사실 일관된 기준은 없습니다. 예술 전문 서점이기는 하지만 현대 예술이 워낙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다 보니 저희 서점은 그 어떤 주제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특정 주제만으로 입고 여부가 결정되지도 않습니다. 형식적으로 고민을 한 책들을 개인적으로는 선호하는 편입니다. 꼭 파격적인 디자인이나 제작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고요, 기왕에 종이에 인쇄를 한다면 그 과정에 있어서 고민의 흔적이 보이는 책들을 좋아합니다. 다만 저도 취향을 가진 사람인지라 관심이 가는 주제가 있긴 합니다. 책이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책들도 좋아하고요. 장인이 만든 듯한 아주 아름다운 책도 좋지만, 완전히 반대 지점에서 스테이플러로 제본된 진(zine) 같은 것도 좋아합니다. 저희 서점은 점점 이 두 가지 방향으로 가는 책들만 남는 것 같아요. 


최근 기억에 남는 신규 입고 도서

너무 많죠. 저희는 총판을 거치지 않고 모두 직거래를 하기 때문에 '그냥' 들어오는 책은 없습니다. 그래서 북소사에 어떤 책이 있다면 뭔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중 어제 싱가포르에서 들어온 책을 하나 소개할게요. 음식이 범죄였을 때: 1970년대~80년대 싱가포르 감옥에서 음식〉이라는 책인데, 사실 제목에 모든 설명이 다 들어있는 것 같아요. 당시 싱가포르 감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격했다고 해요. 


수감자에 대한 복지도 좋지 않아서 수감자들 상당수가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리 자체가 불법이라 자신만의 음식 도구 같은 것을 몰래 만들어 썼나 봐요. 이 책은 당시 수감자로 있었던 8명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그들이 조리했던 음식을 재현해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도구도 만들어 보는, 그런 음식-감옥 책입니다. 특히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그 당시 싱가포르의 현실을 음식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통해 절묘하게 끌어냈기 때문입니다.


제작에도 엄청나게 신경 써서, 책 자체가 매우 아름답기도 하고요. 프렌치 바인딩으로 제본되어 있는데, 초창기 책의 제본 방식인 프렌치 바인딩은 보기에는 불편하지만 최근에는 책에 볼륨감을 주거나 클래식한 느낌을 주기 위해 주로 활용됩니다. 더불어 접힌 안쪽 면에 이미지와 내용을 배치해서, 책을 통해 비밀스러운 감옥 세계를 엿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사실 이 책은 화면보다는 직접 손에 들고 봐야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인식할 수 있죠. 이러한 책이야말로 종이책을 파는 서점이 여전히 필요하고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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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홍비
편집 랏소

이미지  아홉 곳의 독립 서점

일러스트 최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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