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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텀블벅 영퍼센트 Aug 12. 2021

유발이의 음악은 어디서 어떻게 흘러가는지

[믹스테잎] 음악과 함께 떠나는 싱어송라이터 유발이의 음악 여정


Mixtape

용기내어 녹음한 첫 곡부터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까지, 음악의 여정은 다양한 형태로 이어집니다.

<믹스테잎> 시리즈는 뮤지션의 진심을 음악과 함께 담는 기획입니다. 



유발이

'유발이의 소풍'으로 인디 음악을 하고, 프랑스 유학&공연을 하다가 가수 'MIKA'와 함께 노래 부르고, 현재는 두 아이의 엄마로, 피아니스트로, 그리고 싱어송라이터로 지내는 음악인 '유발이' 입니다. 

공식홈페이지

'마담꾸꾸' 유발이의 재즈 동요 & 사운드북 프로젝트 

마담꾸꾸 카카오톡 오픈채팅



유발이의 음악은 어디서 어떻게 흘러가는지



유발이의 소풍 1집

▪️유발이의 소풍(2010) <봄이왔네>


1 2 3 2 2 3 
창문이 열리고 기지개를 켜고 
핸드폰을 열고 큰 하품을 하고 
아아 봄이 왔네 

노란 머그잔에 흰 우율 따르고 
내 피아노 위에 달력을 넘기고 
아- 봄이 왔네 

이어폰을 꽂고 기타 가방 메고 
핸드폰을 열고 큰 하품을 하고 
하아 봄이 왔네 

노란 자판기에 캔커피를 뽑고 
늘 같은 정류장 그 버스를 타고 
하아 봄이 왔네



Track 1. 무얼 노래하고 싶은 걸까?


언젠가 대학생이던 나는 무대 위 피아노와 함께 앉아 있었다. 그 날도 어느 멋진 싱어(지금은 더 많은 이들에게 멋진 싱어인 선우정아 선배님)의 무대에 반주자로 앉아, 그 공간의 여느 사람들처럼 반짝이는 가수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 피아노 전공 하길 정말 잘했어. 관객들은 표정, 손짓, 몸짓, 사람들은 가수의 작은 움직임에 집중하고 반응하고... 보컬은 얼마나 떨릴까. 저 부담감. 정말 대단해. 무대 위 긴장감을 적당히 즐기면서, 보컬의 매력을 제일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고. 때로는 무대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지만 내 친구 피아노가 앞에 있는데 뭐, 두렵지 않잖아. 피아노 연주를 선택하길 정말 잘했어!’ 


몇년 후 피아니스트로 하루 하루 지내던 나는 작은 일탈을 계획했다. 작사 작곡 한 노래를 내가 부르고, 이왕이면 사람들 앞에서 부를 기회를 만드는 것까지 실천에 옮긴 것이다. 우연히 어느 대회에서 상을 받고 수상을 위해 ‘팀 이름이 어떻게 되죠?’ 라는 물음에 망설이다 이렇게 말했다. "유발이의 소풍이요."



Track 2. 그렇게 소풍이 시작되었다. 


정말 소풍가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된 ‘싱어송라이터’의 길은 생각보다 재미났다. ‘언어’로 표현된 나의 생각들이 ‘음악’을 만나 누군가에게 전달되었다. 하루하루 두근거리고 신나는 모험. 영화 속 주인공들 부럽지 않은 하루하루였다. 소박한 소풍길에 만난 사람들, 그들은 하나같이 개성있고 멋진 사람들이었다.





유발이의 소풍 3집 

▪️C'est la vie(2014) <어느날 내게 Me Too>



어느 날 내게 
세모가 찾아와서는 
내게 말해 
넌 참 세모나구나 

어느 날 내게 
네모가 찾아와서는 
내게 말해 
넌 참 네모나구나 

동글동글동글동글 
동그라미가 굴러 와서는 
내게 말해 
넌 참 동그랗구나 

반짝반짝반짝반짝 
별님이 내게 말해 
넌 참 별거구나



Track 3. 파리에서 살기 


반짝거리는 사람들이 반짝이는 눈으로 나에게 다가와 친구가 되었다. 빨간 구두를 톡톡 두드리면 열리는 도로시의 다른 세상처럼 어리숙한 목소리로 무대 가운데 앉아 노래를 부르면, 함께 박수치고 웃고 울고, 꿈같은 시간이 펼쳐졌다. 


그렇게 떠난 소풍은 생각보다 길어졌다. 한 해, 두 해, 새로움으로 가득찼던 날들이 지나 무대 위 나의 얼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익숙해져 갈 즈음, ‘전부터 계획되었던 공부’라는 핑계로 프랑스 여행길에 올랐다. 


생각만큼 낭만적인 날들이었다. 영화에서 보던 세느강변, 에펠탑이 보이는 광장, 울퉁불퉁 보도블럭 도로를 달리며 자전거와 함께 바라본 구시가지의 야경, 잔디밭에 누워 바라본 낮은 파란 하늘(개똥은 조심). 



Track 4. Paris, Lyon, London, Southampton, Cambridge, Essen, Hague, Brussels, even Cairo. 


나의 은인 ‘음악’은 여전히 나를 도우사, 많은 음악 친구들을 만들어 주었고 그 순수한 영혼들의 보호 아래 이 도시 저 도시를 다니며 음악 여행을 다녔다. 


배낭을 메고 혼자 어느 도시에 도착해 준비해두었던 작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함께 한 그들과 어느새 친구가 되고, 다음 여정을 준비하고.






유발이의 소풍  in 인디 20

▪️인디 20주년 기념 앨범 Part.3 (2015) <어쩌면 안녕(peut-être, Adieu)>


입술에 닿았던 설렘이 
손끝에 닿았던 떨림이 
가슴 속 스며든 향기에 
미소가 머물던 순간이 
눈가에 머물던 슬픔이 
가슴 속 무거운 한숨이 
계절이 떠나는 창가에 

조금은 지친 내 모습이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일지 몰라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일지 몰라 

안녕 안녕 

안녕 안녕



Track 5. 소풍은 끝났고 


자유는 달콤했고 젊음은 찬란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고, 그것을 알았기에 나의 여행은 제법 치열했다. 사막의 밤하늘에서 쏟아질 것 같은 별을 세고, 알프스 산맥 어딘가 봉우리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오로라를 만나기 위해 눈보라에 일주일을 갇혀 있었다. 


끝나지 않는 낮이 있는 여름 밤, 산등성이가 선명히 비추는 호수에서의 수영, 스핑크스와 피라미드, 작아진 빙하, 몇시간 째 같은 풍경의 도로, 쉼 없이 내리는 겨울비, 그리고 사람들. 


제법 분주했던 내 삶의 자유시간을 알차게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더이상 이방인일 수 없다. 소풍은 끝났고, 긴 여행에서 배운 용기로 나는 노래를 불러야 한다. 


빈 악보를 펼치고 펜을 들었다. 아무것도 적을 수가 없다. 나는 누군가에 기억 속에서 어색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 마냥 음악을 다시 쓰는 것이 어색해져 버렸다. 기억나지 않고 기억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돌아옴의 무게와 함께 다시 시작의 설레임과 함께 써 내려가야지. 한 글자, 한 글자.


. . . . . 

. . . . 

. . . 

. . 


자유 안에서도 늘 음악과 함께 했는데, 어떻게 입술을 뗘야 하나. 무슨 말로 시작을 해야 할까. 소풍을 마치고 여행을 마쳐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 거창한 다짐도, 어른스러운 변화도 없는데. 무얼 써야 하나, 무얼 노래해야 하나.






유발이 EP 

▪️'?'(2019) <무얼 노래하고 싶은 걸까?>


살며시 사라져도 좋을 내가 
이 길에 서있는 이유는
스르르 희미해진 어제처럼 
뿌옇게 흩어지지 않고 
노래 부르는 이유는 
그 이유는 무얼까 
그 이유는 무얼까 

뜨거웠던 사랑의 기억도 
식은 찻잔에 따라 
무심한 입술로 
삼켜버리는 내게 
뭐랄까 
무얼 노래하고 싶은 걸까 
무얼 듣고 싶은 걸까


Track 6. '계속 음악하기'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이유는 묻고, 답을 찾지는 않기로 했다. 갈 수 있는 길을 걷고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그렇게 다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싱어송라이터가 되기’, ‘언젠가 파리에서 살기’ 보다 더 멋진 꿈, ‘계속 음악하기’. 전보다 더 신중한 척 하는 생각과 함께, 전보다 더 여유있는 척 웃는 마음과 함께. 낯선 도시, 혼자 걷는 밤길에서의 용기보다, 아쉬운 일상을 두고 꿈같은 언젠가를 향해 떠나는 불안함보다 평범한 하루하루 안에서의 수많은 다짐에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과 함께. 


‘싱어송라이터’라는 낯선 이름표를 단지 10년이 지나간다. 여전히 어색하고 새로운 아침들을 맞이한다. 두려움도 조금 커지고, 자신감도 제법 작아진 평범한 어른의 모습으로 뚜벅 뚜벅 뚜벅 오늘도 걷는다, 어제와 비슷한 하루를. 


그동안 ‘피아니스트’, ‘작사,작곡가’, ‘싱어송라이터’, ‘누군가의 선생님’, ‘두 아이의 엄마’까지 여러 이름이 새로 생겼지만 나에겐 ‘유발이’라는 귀여운 예명이 있으니 있는 그대로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유발이 EP 

▪️마담꾸꾸(2021) <Coucou>


Coucou 꾸꾸 
Il fait beau ce matin 오늘 아침, 날씨가 좋네
Le soleil me sourit et dit 햇님이 나를 보며 방긋 웃어 

Coucou Coucou 꾸꾸 
Je dis bonjour papa 난 아빠한테 인사해. 봉쥬 
Je dis bonjour maman 난 엄마한테 인사해. 봉쥬 
Les jacinthes épanouies me saluent 활짝 핀 꽃들이 나에게 인사하네  

(중략) 

Coucou Coucou 꾸꾸 
Coucou Coucou, ça veut dire ‘Salut, ça va?’ 꾸꾸, 잘 지냈니? 라는 말이야
Coucou Coucou, c’est à dire ‘Comment vas tu’ 꾸꾸, 어떻게 지냈어? 라는 말이지
Coucou Coucou, en fait tu m’as manqué 꾸꾸, 사실 널 보고 싶었어
Track 7. Coucou Coucou, en fait tu m’as manqué 꾸꾸, 사실 널 보고 싶었어 



2021년, 두 아이의 엄마이자 음악인 유발이는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담아 프랑스어로 풀어낸 재즈 동요 프로젝트, ‘마담꾸꾸(Madame Coucou)’를 발간했습니다. 이 과정을 계기로 텀블벅에서 펀딩을 시작하며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았고, 이제는 마담꾸꾸의 음악들이 담긴 ‘사운드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이 글이 당신에게 닿게 되었네요. 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당신.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당신. 나의 음악에 자신의 이야기를 비추어 줄 당신. 기다릴게요, 음악과 함께. 응원합니다. 여러분과 저 모두의 지금을. 


음악인 유발이, 지켜봐주세요, 함께 해주세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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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lotso

디자인 최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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