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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텀블벅 영퍼센트 Oct 01. 2021

그럼에도 계속해서
책을 만드는 사람들

시행착오도 있지만 내 이야기를 나만의 방식으로 들려줄 수 있어 행복합니다

소피 카사뉴브루케는 “우리는 모두 완성되지 않은 한 권의 책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책으로 쓰지만 않았을 뿐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마치 복사, 붙여넣기를 한 것처럼 똑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은 없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눈 감는 그 날까지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고 살아간다.


그 이야기는 활자화되면 한 권의 책이 되고, 그저 흘려보내면 한 사람 인생의 궤적이 된다. 그 궤적은 누군가에게 방황하는 순간 길을 알려줄 지도가 될 수도, 그냥 흘러가는 강물이 될 수도 있다. 나만의 이야기도, 지식도, 경험도 모두 마찬가지다. 한 권의 책이 되어 누군가의 손에 닿기 전까지는 한 사람의 마음에만 남을 뿐이다.


하고 싶은 나만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빈 메모장을 열더라도 커서가 깜빡일 때마다 겁이 나고, 두렵고, 무섭기 마련이다. 세상 어디에도 나의 글을 읽어주는 사람은 없을 것만 같고, 괜한 짓을 하는 것만 같다. 몇 번이나 메모장을 열었다 닫았다 그러다 결국 열어보지도 않게 됐을 땐 먼저 한 발자국 내디딘 사람들의 이야기로 다시 메모장을 켤 용기를 얻어보는 건 어떨까.


1. 버드인페이지
2. warm gray and blue
3. 야옹서가
4. 가랑비메이커(문장과장면들)


버드인페이지



처음으로 만들었던 책은 무엇인가요. 또 기획하게 된 이유나 계기가 궁금합니다.

꽃잎 수채화 블랙이에요. 처음부터 책이라는 형태를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가장 첫 상품인 <모두의 꽃잎 수채화 KIT>를 진행하고 난 다음 인쇄 절차와 기술에 대해 자세히 접할 기회가 있었고, 종이를 매개로 만드는 상품이라면 책의 형태가 대량 생산에 적합하고 더 매끄럽게 독자를 의도한 대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저는 사실 텍스트로 된 콘텐츠보다 색채나 이미지, 사물의 물성에 더 매료되는 사람이에요. 글보다는 그림과 색채, 물감의 질감, 그리는 과정과 모습 등에 더 흥미를 가지고 있었죠. 인쇄기술을 적용하면 미술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더 쉽게 수채화가 주는 아날로그의 매력적인 감각을 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꽃잎 수채화 블랙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책을 만들 때 했던 실수가 있다면요.

사실 저희는 만들기 까다로운 책들을 많이 만들고 있어요. 첫 책뿐만 아니라 모든 책을 만들 때마다 혹시나 잘못될까봐 지금도 악몽도 많이 꾸면서(가끔은 그 악몽이 현실로 실현되기도 합니다.) 만들고 있습니다. 첫 책을 만들 때는 지금보다 더 내공이 없어서 제작 과정 내내 말 그대로 안절부절 전전긍긍했던 것 같아요. 인쇄소를 찾으러 충무로에 무작정 가, 보이는 인쇄소마다 들어가서 물어보던 중에 이 종이에는 검정 배경을 인쇄할 수 없는 종이라는 말을 들어 좌절해보기도 했습니다만, 이제는 '여기서는' 할 수가 없다는 말이라는 것을 알 정도로 내공이 쌓였습니다. 감회가 새롭네요. 여하튼 친절히 상담해주시는 인쇄소를 알게 되어 첫 책을 찍게 되었는데요. 첫 책을 받아서 펼치자 마자 머리에 확 피가 빠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분명 사철제본이라서 잘 펴질꺼라고 실장님이 그러셨는데, 막상 받아본 책은 너무 뻣뻣한 책이었거든요. 사철은 분명 사철인데 사철된 종이 등에 풀이 한번 더 발라져 있더군요. 그 뒤로는 무조건 샘플을 준비해 가져와서 실장님과 커뮤니케이션을 더 확실히, 여러 번 체크한 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계속 책을 만드는 이유가 있을까요.

저희는 책을 콘텐츠를 담는 그릇이라기 보다 책의 물성 자체를 상품으로 보고 만들고 있어요. 콘텐츠를 만든다기 보다는 종이의 물성을 이용하여 독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희가 내는 주된 책이 컬러링북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사람들이 이걸 보고 이렇게 행동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것을 느껴줬으면 좋겠다 하는 것들을 저희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풀어내어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점이 책을 계속 제작하고 있는 동인인 것 같습니다.


만들고 있는 혹은 최근 만든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꽃잎 수채화 하얀입니다. 특수 코팅 기술을 도안에 활용하여 수채화 컬러링을 쉽게 만든 제품이에요. 도안 바깥의 배경은 물론 도안 속 꽃의 수술, 나뭇잎맥, 열매에 맺히는 빛 등 에 코팅을 해놓아서 슥 칠해도 흰 무늬가 생겨나며 예쁘게 수채화 컬러링이 완성되죠. 초등학교 때 스케치북에 흰 크레파스로 그리고 수채화를 칠하는 것과 같은 방법이에요. 다만 저희의 기술은 코팅된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발전된 기술이죠. 도안의 외곽선을 따라 형태를 꼼꼼하게 칠해야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면 초보자도 수채화 색채 자체에 집중하게 되어 색을 훨씬 다채롭게 사용하고 즐기게 되더라구요. 수채화 컬러링이라는 소재를 택했을 때부터 생각해왔던 최종 구상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만들기가 까다롭다는 사실이 늘 저희를 힘들게 할뿐이죠.



warm gray and blue



처음으로 만들었던 책은 무엇인가요. 또 기획하게 된 이유나 계기가 궁금합니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입니다. 2016년, 우울증을 겪으며 '나와 같은 병을 앓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궁금했습니다. 우울증을 겪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하나의 책이 되어 또다른 아픈 이들에게, 그들의 주변인들에게 읽힌다면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텀블벅 프로젝트를 열어 이야기를 전해줄 인터뷰이들을 구하고, 책을 완성했습니다.


첫 책을 만들 때 했던 실수가 있다면요.

인디자인을 다룰 수는 있었으나 책을 만들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별색 인쇄'에 대한 개념은 없었으나 검은색과 파란색 두 색만을 사용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작업을 완료하고 인쇄소에 방문하고서야 별색 인쇄 작업 방식을 알게 되어 하나하나 다시 수정하고, 또 일주일 동안 인쇄소 근처에서 숙박을 하며 인쇄에 대해 배운 기억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계속 책을 만드는 이유가 있을까요.

누군가 읽어주고 어떤 식으로든 피드백을 남겨주는 것에 큰 동력을 느껴요. 책을 만드는 동안에는 컨텐츠를 다듬고 디자인을 하는 지지한 시간을 보내고 또 인쇄 사고가 날까 조마조마 하면서도 인쇄되어 나온 책을 쥘 때의 기쁨, 그리고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쥐어지고 읽힐 때의 기쁨이 지금까지 계속해서 책을 만들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만들고 있는 혹은 최근 만든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최근작으로는 삶이 두려워 사람들을 찾은 이야기를 담은, 김현경의 〈오늘 밤만 나랑 있자〉가 있습니다. 〈일일 다정함 권장량,〉 〈취하지 않고서야〉 등을 쓴 송재은이 매일 쓴 글을 모은 산문집 〈오늘보다 더 사랑할 수 없는〉을 엮고 있습니다. 또, 글쓰기 어플리케이션 '씀'에서 발행되었던 강은우의 〈최대흐림〉의 개정판 작업도 진행 중이에요.


야옹서가


처음으로 만들었던 책은 무엇인가요. 또 기획하게 된 이유나 계기가 궁금합니다.

〈히끄네 집〉이에요. 15년간 기자로 일하면서 짬짬이 고양이 책을 쓰다가, 고양이의 행복에 도움이 될 책을 지속적으로 출간하기 위해 2017년 고양이 전문 출판사를 창업했습니다. 창업 전 텀블벅에서 네 차례 펀딩을 성공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첫 책은 출판사의 정체성을 함축한 주제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성묘 입양 에세이를 기획했어요. 보통 어린 고양이는 입양이 잘 되는 편이지만, 다 큰 고양이는 후순위로 밀리거든요. ‘고알못’이던 사람이 길고양이를 만나 가족이 되면서 ‘성장’과 ‘치유’라는 키워드가 자연스럽게 녹아나길 바랐는데, 그게 바로 <히끄네 집>이었어요. 첫 책이지만 대중적으로도 성공해서, 출간 직후 교보문고 국내도서 종합 1위까지 올랐고 한 달 만에 1만 5천 부를 찍으며 파란을 일으켰죠.


첫 책을 만들 때 했던 실수가 있다면요.

수요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히끄네 집〉은 초판을 3천 부 찍었는데, 일주일 만에 품절돼 난감했던 적이 있어요. 제가 제작 경험이 많았다면 1쇄 나가는 속도를 보고 출고 첫날에 빨리 2쇄 준비를 했을 텐데, ‘다음 쇄가 더디게 팔리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나흘째 되던 날 재주문했거든요. 양장은 제작 기간이 오래 걸려서 빨라도 일주일은 기다려야 다음 쇄가 나오기 때문에, 결국 서점에서 품절 사태가 두 번이나 일어났어요. 그 뒤로 4, 5쇄는 아예 연달아 찍었죠. 1인 출판사에서 제작한 책이 〈히끄네 집〉처럼 빠른 속도로 팔리는 건 굉장히 드문 경우라서 출판계에서도 흥미롭게 지켜보셨는데요. 저희 출판사도 어느새 4년차로 접어들어 11권을 출간했지만 초판 부수는 늘 고민이어서, 요즘은 안전하게 1천 부를 기본 제작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계속 책을 만드는 이유가 있을까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점차 성숙해져 간다고는 하지만 이사, 결혼, 출산 등 중요한 인생의 기로에서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유기동물이 꾸준히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반려동물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소중한 만큼, 동물 가족들이 나이를 먹고 아플 때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이 될 만한 책을 만들고 싶어요. 이런 책은 구매층이 적어 사전 홍보가 중요한데, 텀블벅을 통해 출간하면서 사전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고 고정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어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올해 초 ‘고양이 말기 간호‧임종 케어’를 다룬 만화책을 텀블벅 펀딩으로 성공리에 출간했고, 오는 11월 같은 작가의 후속작인 ‘길고양이‧유기묘 입양 첫걸음’ 만화책 펀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만들고 있는 혹은 최근 만든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밤을 달리는 고양이〉는 반려동물과 이별을 앞뒀거나 이별한 사람들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17세 노묘를 키우는 집사의 입장에서 ‘비록 만날 수 없어도 우리는 다른 모습으로 영원히 이어져 있다’는 믿음을 드리고 싶어 만든 책이죠. 이 책은 고양이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을 ‘죽음’이 아닌 ‘별이 태어나는 순간’으로 설정하고, 판타지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로드킬을 당한 길고양이, 엄마가 지켜보는 가운데 떠나는 새끼 길고양이, 천수를 누리고 집사 곁을 떠나려는 노묘-세 가지 이별이 사실적인 그림체로 펼쳐집니다. 고양이의 영혼이 별이 되어 하늘로 떠나는 길에는 꼭두소녀와 거대 고양이인 ‘호냥이’가 함께하는데요. 10월 11일까지 텀블벅 펀딩이 진행됩니다.



가랑비메이커(문장과장면들)



처음으로 만들었던 책은 무엇인가요. 또 기획하게 된 이유나 계기가 궁금합니다.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2015.10.31 초판 출간 후 2020.09.29 개정판 출간). 시인을 꿈꾸던 학창 시절을 지나 국문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매일 꾸준히 썼던 글의 목적이 처음부터 출간은 아니었습니다. 머릿속에서 맴돌던 생각과 전하고 싶은 감정들을 글로 표출하지 않을 수 없어 쓰기 시작한 게 시작이었어요. 처음에는 손바닥만 한 노트 위에 아무도 모르게 쓰인 이야기였고 그다음에는 몇몇 사람들에게만 읽히는 사적인 문학이었다가, 조금 더 욕심과 용기를 내어 온라인 채널에 글을 게재하기 시작하며 비로소 낯선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죠. 방 안에 갇혀 있던 글들이 조금씩 관심을 받기 시작하며 독자분들로부터 독립출판 요청을 받게 되었어요. 그때 처음 독립출판을 알게 됐죠. 출판을 결심하기까지 여러 망설임이 있었지만 책을 내기도 전에 먼저 많은 응원을 보내준 독자들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첫 책의 표지 촬영과 디자인을 제 오랜 독자 중 한 분이 직접 해주시기도 했고요.


첫 책을 만들 때 했던 실수가 있다면요.

글만 쓸 줄 알았던 시절이라 인쇄에 대해 무지했어요. 인쇄 출력용 파일에서는 색상 설정을 RGB를 CMYK로 변환시켜야 한다는 것도 모를 정도였어요. 그 탓에 모니터 색상과는 전혀 다르게 출력된 표지를 보며 고개만 갸웃거려야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설정값을 수정해야 하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 인쇄소만 바꿔가며 표지를 8번이나 출력을 했고, 문제의 원인을 알게 되고 나니 허탈함과 동시에 공부를 해야겠다는 열의가 생겨 인쇄와 디자인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그 덕분에 새로운 책을 만들 때마다 실수가 줄기 시작했고 집필 외 편집과 디자인에 대한 지식과 즐거움이 커지기 시작했어요.


그럼에도 계속 책을 만드는 이유가 있을까요.

2015년 늦가을, 처음 내 이름으로 출간한 첫 책을 손에 쥔 날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마냥 기쁘기보다는 두려움도 컸어요. "사람들이 이 책 하나만으로 나를 평가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손을 떠난 책들이 더 멀리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아서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메일이나 메시지로 전해오는 진심 어린 응원의 말들은 긴 밤을 지새우며 글을 쓰고 여러 과정을 거쳐 책을 제작하는 수고로움을 넉넉히 감내할 힘이 되어주더라고요. 글을 쓰는 일은 철저히 혼자였지만 책을 내는 일은 함께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함께하고 싶어서 혼자만의 시간 속에 들어가 책을 만들게 되었고, 그 시간들이 모여 지금은 1인 출판사를 운영하며 더 많은 책을 만들고 새로운 작가의 글을 엮게 되었답니다.


만들고 있는 혹은 최근 만든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가장 최근에 출간한 책은 9월 말에 출간된 〈언젠가 머물렀고 어느 틈에 놓쳐버린〉 이라는 장면집입니다. 2017년에 독립출판으로 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가 절판 이후 새로운 글들과 사진을 엮어 개정증보로 출간하게 되었어요. 지극히 사소하게만 보이는 우리의 일상도 한 편의 영화가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집필한 짧은 서사집입니다. 연말에는 제가 운영하고 있는 출판사 문장과장면들에서 새로운 작가 썸머의 데뷔작이 텀블벅을 통하여 선보일 예정입니다.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가장 순수한 열망을 커다란 주제로 품고 있는 에세이와 위트 있는 리워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강남 스토리지북앤필름에서 전시를 통해 선 공개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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