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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텀블벅 영퍼센트 Sep 24. 2021

[내러티지] 3화
〈여명기〉AJS가 소속사를 차린 이유

웹툰 작가에서 매니지먼트 PD까지,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다

내러티지

만화 속 하얀 네모 칸을 보신 적 있나요? 말풍선과 달리, 캐릭터의 속마음이나 이야기 속 상황을 설명하는 이 칸은 '내러티지(narratage)'라고 부릅니다. 정작 만화 속 캐릭터는 그런 칸이 존재하는지 모르지만, 독자는 이를 통해 캐릭터의 이면은 물론 작가의 의도나 앞으로의 서사를 파악하고 예측하기도 합니다. 텀블벅은 이 내러티지의 영역을 작품 외부로 확장해 가져오고자 합니다. 인터뷰 시리즈 <내러티지>는 전통적인 지면이나 정식 연재 플랫폼은 물론, 다양한 공간을 종횡무진하며 독자적인 길을 걷는 그들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져봅니다.



만화가 AJS

만화가 AJS는 〈여성 주연, 비 로맨스 테마 출판만화 앤솔로지 여명기〉 프로젝트의 최초 기획자로서, 12명의 여성 만화가를 모아 팀을 구성하고 펀딩 진행을 총괄했다. 〈여명기〉는 펀딩 이후 위즈덤하우스에서 정식 출간되었으며, AJS 작가는 문학동네의 앤솔로지 〈여자력〉 발간에도 참여하였다. 개인 작품으로는 〈27-10〉, 〈느린 장마〉 등이 있으며, 현재는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만화연출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본인의 작품을 만드는 작가로서의 활동을 계속하면서도 동료 작가들과의 공동 작업을 기획하고, 나아가 이제는 작가들이 조금 더 협동하여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매니지먼트 회사를 차리기에 이른 AJS 작가. 업무의 경계를 넘어서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된 그의 여정을 들어보았다.




작게 시작한 큰 일, 〈여명기〉 만들기

후원자 4,455명, 모금액 1억 4천만원이라는 큰 성공을 거둔 〈여성 주연, 비 로맨스 테마 출판만화 앤솔로지 여명기〉


〈여명기〉를 만들기로 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시작은 정말 가벼웠다. 여명기 멤버인 뻥, 서각, 마노 작가 셋이서 엔솔로지를 만들었는데 그 책이 참 좋다고 생각했고, 비슷한 책이 더 나왔으면 싶었다. 마침 그 때 멤버들과 만날 일이 많았다. 다음 책도 내달라는 말을 종종 했는데 어느날 '네가 총대를 매주면 우리는 원고를 하겠다'는 말에 주최자가 되어버렸다. 돌이켜보면 어릴 때부터 이런저런 모임을 열고, 함께 책 만드는 일을 주최했더라. 그래서 <여명기>도 '책 내는 게 뭐 그렇게 어렵나' 하면서 너무 쉽게 내가 하겠다고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냥 '동인 행사*에서 팔겠지, 책도 동인 인쇄소**에서 찍겠지' 같은 가벼운 마음이었다.   
*동인 행사 : 개인이 만화·애니메이션에 관련한 창작물을 판매할 수 있는 행사
** 동인 인쇄소 : 동인 시장을 전문으로, 하는 소량 제작이 가능한 인쇄소


참여 멤버가 13명이나 된다. 모두 이미 알던 사이였나?

초기 멤버는 다 아는 사이였는데, 우리끼리만 하는 건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각자의 지인을 한 명씩 영입해 오자고 제안했다. 사실 그래 봤자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긴 했지만... (웃음) '여성주연 비로맨스'라는 주제가 확정된 상태였고, 제안하면 다들 흔쾌히 승락했기에 모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유일하게 웹툰 작가가 아닌 멤버는 13번째 멤버인 디자이너 성정은님이다. 처음에는 서면으로만 의견을 주고받으며 외주 작업자와 고객으로 연락하다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논의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13번째 멤버로 합류했다.

여럿이 함께하는 '조별과제'라서 주최자의 어깨가 무거웠을 것 같다.

조별과제에 비유하자면 우리는 '희망편' 아닐까?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우리 이 프로젝트 잘 되어야 해!'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었지만, 멤버들이 각자 잘하는 것을 갖고 오니 좋은 방향으로 일이 커지더라. 결국 각자가 혼자 했으면 상상하지 못했을 퀄리티로 완성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멤버 뻥님은 공모전이나 지원 사업을 잘 알고 있었다. 버터나이프크루*도 서류업무가 부담되어 생각이 없었는데 '어쨌든 자금은 확보하면 좋다. 내가 서류 업무를 맡겠다.'라며 전담해 줬다. 그렇게 확보한 지원금으로 코멘터리북인 〈총명기〉의 인쇄 자금 및 대담에 참여한 이빈 작가님 섭외비로 쓸 수 있었다. 섭외는 멤버 서각님이 이전에 작가님께 멘토링을 받은 인연이 있어 가능했고, 디자인은 멤버 호산님이 성정은 디자이너를 모셔왔다. 인쇄나 지류를 잘 아는 멤버들이 지류 회사와 인쇄소 관련 업무를 전담해 해냈다.

각자가 해당 영역에 있어서 전문가였기에, 그들의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게 주최자로서의 내 역할이었던 것 같다. 덧붙이자면 각 멤버로 하여금 '여명기에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미 모든 멤버들이 너무 열정적으로 맡은 바를 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자잘한 일은 멤버들에게 분담하기 보다는 '그냥 내가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했다.   
*버터나이프크루 : 여성가족부의 지원사업




사공 많은 〈여명기〉 호는 어떻게 바다로 갔을까



주최자로서 겪은 시행착오도 있었나?

과한 배려는 오히려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인쇄 분야는 전혀 모르는데 처음에는 주최자라는 이유만으로 디자이너와 제지 회사 사이에서 중간 연락책을 맡았다. 그러다보니 디자이너와 제지회사에서 각자 상정하는 기준을 잘못 전달해서 실수할 뻔 했다. 애초에 제지회사와의 의사결정은 디자이너에게 다 맡겼어야 했는데, '그걸 완전히 맡기는 건 너무 큰 부담을 드리는 것 아닐까?'하고 과한 배려를 했던 것이다. 주최자는 멤버가 역할을 잘할 수 있게 서포트하는 데에 집중해야지 막연한 의무감에 어중간하게 직접 하려고 드는 건 도움이 안 되더라.


일을 진행하면서 지키고자 했던 원칙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회의 시간은 반드시 2시간이 넘어가지 않게 하자는 룰이 있었다. 각 회의별로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 할지, 어떤 것을 최종 결정해야 하는지 미리 공유하고 회의를 시작했다. 그리고 2시간 이상 지나도 결정나지 않을 것 같으면 그냥 이야기를 끊고 다음 미팅으로 넘기거나, 단체 메신저방에 투표를 붙여서 정리했다. 아무래도 여러 사람이 모여 있다 보니 발언이 적극적인 사람이 있는가하면 과묵한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팽팽하게 의견이 좁혀지지 않을 때는 그렇게 한 박자 쉬고 메신저를 통해서 최종 의사를 결정하거나, 다음 회의 때까지 다들 충분히 고민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나누니까 의외로 쉽게 결정되기도 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하나로 조율하기 어렵거나, 진행이 더뎌지는 상황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럴때일수록 멤버 모두가 최대한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게 중요한 것 같다. 다행히 준비하는 데 1년 정도의 시간이 있었기에 천천히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회의가 길어지면 끊어주는 규칙이 있는 것이 여기에 도움이 많이 됐다.

일 진행이 더뎌진다고 느껴질 땐 다른 일을 한꺼번에 하는 게 나의 팁이다. (웃음) 〈여명기〉 진행 당시 다른 일을 몇 개씩 걸쳐서 했다. 한가지 일만 하면 애착이 가서 그게 너무 소중하고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니까. 그러다보면 관련한 작은 일에도 크게 신경이 쓰이더라. 이 일도 있고, 저 일도 있고 또 다른 것도 있고... 그런 식으로 신경이 분산되니까 이 일 기다리면서 다른 일 하고, 또 연락오면 다시 그 일 하는 식으로 가벼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처음 하는 창작자를 위한 팁이 있다면?

〈여명기〉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게 많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여명기 2〉는 아예 처음부터 모든 업무를 나열해서 텀블벅 이전의 준비과정과 텀블벅 진행 이후의 과정으로 계획을 분할했다. 그렇게 전반부와 후반부 업무를 구분해서 보고 각자 맡은 일의 부하를 확인하면 조금 더 균형을 맞춰 일을 나눌 수 있겠다 싶었다. 이걸 〈여명기〉가 끝나고나서야 알게 됐는데 써먹지 못하면 아까울 것 같아 〈여명기 2〉를 기획한 측면도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들을 포함해 계획을 짜야 하는지 궁금하신 분은 내 업무메일*로 연락을 달라. 지인이 텀블벅을 열고 싶다고 조언을 구하길래 '아예 이걸 문서화하면 나중에 쓸 일이 있겠다' 싶어서 문서로 정리해 두었다.

〈여명기〉처럼 멤버 모두 본업이 따로 있는 상황이라면, 이 프로젝트가 '부업'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것도 중요하다. 본업이 바쁜 사람은 배려하고 전·후반부에 맡은 역할을 가늠해서 가능한 균등하게 업무를 맡기는 것. 본업 외의 에너지를 분산해서 하는 일임을 확실히 인지해야 프로젝트성 업무가 원활히 돌아가는 것 같다.   

*AJS 작가의 인스타그램 참고




일단 내놓자. 여성의 이야기를 더 많이 보여주자.



〈여명기〉의 큰 성공으로 인해 여성서사·비로맨스 담론에서 일종의 대표성을 띄게 되었다. 독자들 사이에 '여성서사'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이 오가는데 기획자로서는 어떤 생각인가?

이미 슬로건부터 '여성주연 비로맨스 만화 앤솔로지'였기 때문에 대표성을 띄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건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여성서사'를 내건 프로젝트가 이처럼 잘 되었다는 점에서, 성공 사례로 가시화된다는 것 좋은 일이니까. 물론 여성서사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여명기>에 참여한 멤버마다 생각이 다르고,주제를 다루는 방식 역시 다양했다. 그건 읽어주신 독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의미는 여성서사를 테마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모여 하나의 책을 내놓은 그 자체에 있다고 본다. 지금의 나로선 작품 하나하나를 가치판단하기보단 우선 더 많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내놓자. 여성의 이야기를 세상에 더 많이 보여주자.' 그것이 지금 봤을 때 좋은 얘기든 아쉬운 점이 있는 얘기든, 혹은 나중에 봤을 땐 여성서사가 아닌 것 같은 얘기까지도 상관없이. 그래서 멤버들은 서로의 원고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작품이 테마에 누가 될까 걱정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서로를 북돋았다.

관련해서 느낀 또 하나의 장점은 '동시대를 살고있는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 작가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가?'를 가시화했다는 것이다. 소설에는 그런 기획이 많지 않나. '무슨무슨상 수상작'을 보면 그 시대의 트렌드나 비슷한 연령대의 작가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경향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데 만화는 그렇게 한데 모아 보는게 어려워진 시대니까.


책이 완성되고 전달되기까지 약 14개월이 걸렸다. 후원자들의 반응은 어땠나?

프로젝트가 끝난 직후엔 독자의 반응이란 것이 존재하는지도 잊었을 정도로 지쳐 있었다. 준비하는 동안에는 '책이 인쇄되면 천천히 넘겨가면서 제대로 봐야지!'라는 마음에 일부러 원고 내용을 읽지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책이 나오니 너무 지친 상태라 못 읽겠더라. 꽤 지난 후에야 독자의 반응이 눈에 들어왔고, 그제서야 책을 펼쳐봤다.

읽어보니... 너무 좋았다. (웃음) '맞아, 책을 준비하는게 목적이 아니고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서 세상에 내놓는게 목적이었지. 이걸 보려고 내가 이 프로젝트를 했지' 하고 회고할 수 있었다. 그때 프로젝트 마무리 단계를 지나 새로운 장이 열린 느낌이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여명기2는 절대 안 한다. 죽어도 안 할거다' 라고 했는데 말이다. 그날 초밥을 시켜먹었더니 기운이 나서 '여명기2도 해야지' 싶어졌다.


그럼 내년에 나올 〈여명기 2〉는 배달 초밥 덕분에 탄생했다, 이렇게 되는걸까?

힘든게 가시고 나서 만든 책을 읽었더니 너무 좋았기 때문이라고 해 두자. (웃음)




함께 더 높이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작가 AJS에게 〈여명기〉는 어떤 영향을 미쳤나? 이후의 근황을 말씀해주신다면?

올해로 웹툰작가로 데뷔한 지 6년째다. 쉬지 않고 연재를 해 왔다. 리디북스에서 연재하던 〈느린 장마〉도 얼마 전에 완결지었다. 기존의 작업들이 아무래도 개인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강했다면, 〈여명기〉는 내게 확장할 수 있는 용기를 줬다. 일단 필명 앞에 〈여명기〉를 붙여서 소개하게 됐고, '기획자 AJS'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이 좋다. 이전까지 내가 개인적으로 진행했던 일은 아마추어 혹은 동인의 영역이라고 여겼는데, 〈여명기〉는 스케일부터 완전히 달랐다. 제지회사나 인쇄소 등 여러 업체와 협업하는 것은 잘 갖춰진 회사나 준비된 사람만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면 할 수 있는 거구나'라는 걸 그 때 처음 경험했다.

요즘에는 틈틈이 〈여명기2〉도 준비하고 있고, 주 2회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만화연출 강의도 하고 있다. 전보다 다양한 일을 하다 보니 더 많은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새로운 경험도 하게 된다. '내가 만화 아닌 다른 일도 할 수 있구나', '다른 일을 얼마든지 시도해 볼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이 큰 자부심이 된다. 아마 이렇게 '해냈다'는 기억이 죽을 때까지 남을 것 같고, 새롭게 시도해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 같다.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근황이라면 회사를 차린 것이다.


축하드린다! 어떤 회사인가?

웹툰 작가를 위한 매니지먼트 회사다. 매니지먼트와 계약하지 않으면 작품을 연재하기 어려운 웹툰 플랫폼이나 장르가 있다. 주변 지인의 계약서나 계약 조건을 많이 듣고 봐주는 편이었는데, 불공정한 계약이 많았다. '그럴 거면 차라리 우리가 만들자!' 라고 합심하여 동료 윤혜 작가님과 함께 회사를 차리게 되었다. '최소한 작가를 상식적으로 대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자. 웹툰 플랫폼에서 작품을 하기위해 매니지먼트 회사를 거치지 않을 수 없는거라면, 우리가 만들어서 조금 더 작가들을 챙겨줄 수 있고, 작가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다. 회사명은 'SUMMER.FALL 콘텐츠랩'이고 나의 직함은 PD다. 송은이,김숙 씨의 '비보'에서 영감을 얻었다.


작가에서 매니지먼트 PD로 변신했다. 주로 어떤 업무를 하고 있나?

주로 다루는 업무는 원작(소설)이 있는 작품의 웹툰화 기획이다. 각 업무를 맡을 작가들을 연결시켜 드리고, 작품이 어느정도 갖춰지면 웹툰 플랫폼에 연재 협의를 제안한다. 작품 자체에 대한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다. 사실 회사를 차린 지는 1년 정도 됐는데 공개적으로 얘기한 적은 없다. 처음엔 정말 주변 작가들에게만 알리고 중개하기 시작했는데 일이 점점 커졌다. 서로 알던 작가분이 많이 오시다 보니 이제는 우리가 제도적으로 도와줄 수 있어서 좋더라. 내년 초부터 계약한 작품들을 선보이게 될 것 같다.


'내러티지' 시리즈의 공통 질문이다. 독립적인 작품 활동과 웹툰 플랫폼 작업 사이에서 고민하는 작가들이 많다. 독립 작품은 플랫폼으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인 것일까?

자본이 주도하는 시장에 독립 작품이 그대로 진입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웹툰 플랫폼이 원하는 것은 너무 확고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독립 작품이 상업적인 작품으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라고 말할 수는 없다. 같은 만화를 그릴 뿐, 상업에서 독립, 독립에서 상업으로 이동하는 것은 회사원으로 따지자면 '이직' 같은 개념으로 느껴진다. 독립 작품을 그대로 플랫폼으로 가져가는 작가도 있지만 극소수이지않나. 대기업 웹툰플랫폼은 빠르게 변화하고있고, 작가가 메이저 플랫폼에 진입해도 안정적으로 안착하기는 어렵다.

해외시장 쪽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나도 고려하고 있는 사항인데, 대형 회사들이 열심히 K-웹툰을 알리고 있으니 그 옆에 붙여서, 여러 작가들이 합심해서 가면 자원을 덜 들이고도 진출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작가가 독립적인 작품활동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너무 힘들지 않아야 한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 작품을 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지 않나. 어떤 사람은 돈을 못 벌어도 작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어떤 사람은 생계는 다른 방법으로 유지하면서 취미로 그리기도 한다. 생계를 위한 돈을 취미로 벌 순 없으니까. '작업'은 고통스럽지 않아야한다. 고통을 기반으로 작품을 만들게 되면 오래 갈 수 없다. 다들  작품 하나만 하고 끝내고싶은건 아닐테니까. 계속해서 더 좋은 작품, 더 발전하는 작품을 내놓으려면 자신만의 괴롭지 않고 작품을 계속하는 방법을 찾아야하는 것 같다.

나의 경우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금전이 확보되어야 괴롭지 않았다. 상업적인 작품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것과 완전히 먼 거리에 있는 작품을 하지는 않았기에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주요 업무인 웹툰 연재를 하면서 부수적으로는 〈여명기〉와 같은 프로젝트 단위의 일을 할 수 있었던 편이다.


〈여명기〉에 싣은 〈플랑크톤의 귀향〉에서 주인공은 '집은 멀리 있지만, 높이 있는건 아니기에 갈 수 있다'고 말한다. AJS 작가의 작업자로서의 이상향은 어떤 모습일까?

그저 계속 작업을 하는 것. 어쨌든 관두지 않고 계속 만화를 그리고 있는 사람. 부유하는 플랑크톤과도 비슷할 것 같다. 만약 내 작품을 아무 독자도 원하지 않는다면 여러 모로 힘들 테니까, 어쨌든 내 만화가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만화를 그린 지난 6년이 사실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다. 그런데도 그 짧다면 짧은 시간 속에서도 세상을 보는 시각이 바뀌었고, 그래서 만화를 그리는 스타일도 바뀌게 되었다. 그렇게 계속 달라지는 모습을 앞으로도 독자에게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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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june

편집 김괜저

일러스트 A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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