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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텀블벅 영퍼센트 Oct 01. 2021

가을과 나의 노래들

[믹스테잎] 이대로만 흘러가길 바라는 마음 담은 전진희의 글과 음악

Mixtape

용기내어 녹음한 첫 곡부터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까지, 음악의 여정은 다양한 형태로 이어집니다. 

<믹스테잎> 시리즈는 뮤지션의 진심을 음악과 함께 담는 기획입니다. 



전진희 

싱어송라이터, 피아노 연주가. 

밴드 하비누아주 리더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으며 정규 두장과 EP 네 장의 앨범을 발매, 제13회 한국 대중음악상 최우수 팝음반 부분을 수상했다. 2017년부터 솔로 활동을 시작하여 싱어송라이터로서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하고,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녹음과 라이브 세션, 작곡 및 편곡자로서 참여하고 있다. MBC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음악감독을 맡았으며, 2021년 피아노 즉흥 프로젝트 앨범인 《Breathing》과 싱글 《낮달》에 이어 EP 《summer,night》을 선보였다.


인스타그램

전진희 사운드 클라우드

전진희 피아노 [Breathing] 앨범과 악보집 프로젝트

전진희 EP 〈한숨 Sigh〉

혼자 이곳에 앉아 얘길 해 
모든 슬픔은
내게서 비롯된 거라고
잘 사는 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알고 싶지만 
아무도 알지 못하네 
스쳐가는 바람에 후 한숨을 
상처를 날려 보내면 
다시  불어오는 바람에 후 한숨을 
미련을 날려 보내면 
다시  스쳐가는 바람에 후 한숨을 
상처를 날려 보내면 
다시 불어오는 바람에 후 한숨을 
미련을 날려 보내면 
다시


Track 1. 바람이 불어오면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바람의 결을 좋아한다. 여름의 끝이기도 한 바람의 결은 마치 끝과 시작이 결국 같은 모양으로 이어지는 듯한 삶의 모양과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니 내 곡의 대부분이 가을에 만들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소란했던 여름이 끝나고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바람이 불어오면 유독 고요해지는 생각을 발견한다. 고요해질수록 더 선명해지는 마음속의 말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아프게 하곤 하는데, 이 곡을 만들었던 날이 그랬던 것 같다.

잘 사는 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여전히 알 수 없고 몇 해가 지난 지금의 가을도 비슷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전진희 EP 〈왜 울어(with 코듀로이)〉

왜 울어
달이 저렇게 밝은데
왜 울어 별빛은 널 향해 반짝이고 있어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길은
널 다시 주저앉게 하고
외로운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네 슬픔 알지 못해도
괜찮아
오늘 밤은 달빛 아래서
별빛의 노랠 들으며
꿈꾸게 될 거야
괴롭고 무거운 짐은 내려놓고
숨겨둔 너의 미소를 만나는
오늘 밤
괜찮아
오늘 밤은 달빛 아래서
별빛의 노랠 들으며 꿈꾸게 될 거야
괴롭고 무거운 짐은 내려놓고
숨겨둔 너의 미소를 만나는
오늘 밤


Track 2. 너의 마음도 빛이 드리워지길


사랑하는 이가 가장 가까운 데서 아파하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건 내가 아픔을 경험하는 것만큼 힘겨운 일이었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결국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아픔과 슬픔이기 때문에 곁에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면서 느끼는 절망감 때문인 듯했다.

나는 너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지만 이 가을의 밤을 동그란 달과 흩어진 별들이 밝게 비춰주듯 어두워진 너의 마음도 빛이 드리워지길 바라며 만든 노래다.


하비누아주 앨범 청춘 〈바람부는 날〉

불어오는 바람에 그대가 생각나 
차가운 손끝으로 바람을 만지네
그대 떠난 그 날도 바람이 불었지
맑은 하늘 한 켠에
슬픈 빛을 보았지
우우 시간은 흐르고 
우우 내게서 더 멀어지는 널 
우두커니 난 바라만 본다 
이 바람 속에서
두려워 상처 받을까 
두려워 버림 받을까
나는 매일 너의 눈빛을
읽어 내려 했지 
후회 섞인 흐린 숨을 고르며 
그 날을 기억해
우우 시간은 흐르고
우우 내게서 더 멀어지는 널
우두커니 난 바라만 본다
이 바람 속에서
그리운 그대여
우우 바람결에 노래해
난 널 영원히 잊지 않을 거라고
기억할 거라고


Track 3. 함께 흩어지는 듯한 기분


제목 그대로 바람 부는 날을 담아낸 곡. 인트로에서 들리는 피아노 패턴은 가녀리게 시작되는 가을 바람을 연상하며 만들었고, 인터루드의 편곡은 가을이 짙어지며 살을 붙여가는 바람의 모양에 내 마음도 함께 흩어지는 듯한 기분을 연상하며 만들었다.

불어오는 바람결에 후회도, 미련도, 그리움도 다 뱉어버리고 싶은 마음이었고, 결국 그 마음들은 영원히 당신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했다.


전진희 breathing 〈breathing in october ii〉


Track 4. 이 음악처럼만 흘러가주길


올해 초 발매한 앨범 《breathing》은 사운드 클라우드에 즉흥적으로 녹음한 피아노 음원을 업로드 하면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열두 달의 계절이 담긴 즉흥곡들을 수록했는데 10월은 〈breathing in october〉과 〈breathing in october ii〉로 두 곡을 수록했다.

10월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곡식이 익어가는 따스한 빛이 좋고, 가벼운 겉옷의 옷깃을 슬며시 여미게 만드는 약간 싸늘해진 바람도 좋다. 그 빛과 바람을 머금고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생각에 푹 잠기는데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그 생각들도 좋다.

〈breathing in october ii〉는 비교적 최근에 만든 즉흥곡이었고, 프로젝트의 첫 곡에 비해 작은 평화를 느낄 수 있는 곡이었다. 개인적으로도 들을 때 가장 마음이 편해지는 곡이어서 앨범에 10월만 두 곡을 수록했다.

발매하고 이 곡에 대한 어느 리뷰에 ‘내 삶이 이 음악처럼만 흘러가주길’ 이라고 적혀있는 걸 봤다.

그리고 나도 같은 마음을 갖게 되었다.


전진희 EP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

초록빛 계절엔 네가 생각나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
단 한 번만 단 한 번만
너를 볼 수 있다면
그 여름 우리를
좀 더 담아올 텐데
다시 한번 선명하게
사랑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슬픔도
난 견뎌낼 텐데
단 한 번만 단 한 번만
너를 만날 수 있다면
그 여름 우리를
좀 더 담아올 텐데
다시 한번 선명하게
사랑할 수 있을까
푸르른 그 날의 우리들 처럼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


Track 5.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고


앞서 적었듯이 가을이 인상적인 이유는 여름의 끝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인데, 이 곡을 만들 때 그런 마음을 담아냈다. 뜨거웠던 사랑은 말 그대로 뜨겁게 지나가고 겪어내느라 어쩌면 그 안에서 사랑의 형체를 발견하지 못했다가 다 지나가 버리고 난 후에야 내가 그렇게나 사랑했구나. 알게 되고 그 후에 남은 감정들을 또 견뎌내며 사랑의 모양을 가늠해보곤 했다. 그 과정이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는 계절의 흐름과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했고 노래로 만들었다.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고, 나는 영원히 그 푸르름을 그려내며 살아갈 것이다.


전진희 summer,night


Bonus Track. 마지막 인사


짧은 글을 쓰는 동안 가을이 곁에 있는 듯 느껴졌고, 가끔 이번 가을에는 어떤 이야기를 적어내고 싶은지 생각에 잠겨버렸다.

삶은 쉽지 않지만. 기다렸던, 사랑하는 계절을 마주하며 느끼는 그 작고 큰 기쁨 따위가 아마도 살아갈 힘을 낼 수 있게 만들어 준다고 믿으며 이번 가을도 마음껏 사랑해주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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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estelle

디자인 최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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