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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텀블벅 영퍼센트 Sep 27. 2021

곳곳에 놓인 작은 허브숲

[FRAME] 김헤니의 ⟨이리저리 헤맨 사람의 레시피⟩

FRAME

사각 프레임에 담긴 무궁무진한 시각과 상상력. 창작자들의 비전(Vison)을 프레임을 통해 만나 보세요. 


김헤니 HENY KIM

프랑스로 요리 유학을 떠났다가 앙굴렘EESI에서 만화를 배우고 돌아왔습니다. 만화 '헤니의 시도'에 이어 '이리저리 헤맨 사람의 레시피'를 쓰고 그립니다. 여성적 글쓰기와 라캉 정신 분석에 관심을 두고 공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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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의 다발을 나타내는 프랑스어인 '부케-bouquet'는 우리나라에서는 신부가 결혼식 때 가지고 들어갔다 친구에게 던져주는 꽃다발로 통용되지만, 원래는 ‘작은 숲’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 이라는 뜻이 있다. 예를 들어 와인이 부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해당 와인의 향기가 '꽃 한 다발이나 작은 숲을 연상시킬 만큼 풍부하다'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향기는 우리에게 특정한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모든 감정은 기억들로부터 오는데 후각은 우리 뇌의 기억을 담당하는 영역과 가장 밀접하게 닿아있는 감각이다. 어쩌면 사랑과 혐오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정보들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시각에 의지한 생김새보다는 냄새에서 오는지도 모른다.


익숙한 냄새를 맡았을 때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향기와 연결된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을 보면 시간이 지났기에 잊었다고 생각한 기억들이 우리 몸 구석구석에 위치한 작은 숲들처럼 숨겨져 있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앞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을 오래 두려워 해왔지만, 어쩌면 냄새를 맡을 수 없게 되는 것이야말로 나를 나 자신으로 만들어주는 기억을 모조리 잃어버리게 할 사건이 될지도 모르겠다.


요리에 향을 더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작은 잎 안에 놀랄 만큼 많은 향을 지닌 허브를 요리에 더하는 것이다. 민트 잎을 따서 손바닥 위에 올린 뒤 짝, 하고 손뼉을 치면 초록의 자그마한 잎 안에 서로 붙어있던 입자들이 폭발하듯 터져 나온다. 허브는 열을 가하면 쉽게 향과 색을 잃기에, 서너 가지 허브를 생으로 섞어서 옅은 초록과 짙은 초록이 어우러진 작은 숲을 만든 뒤 요리의 마지막에 곁들인다. 허브의 큰 잎들은 돌돌 말아서 채를 썰고, 줄기 끝의 가장 작은 잎들은 따로 모아두었다가 장식용으로 사용하면 풍부한 향과 아름다운 잎의 형태를 전부 즐길 수 있다.


재료

처빌 민트 고수 각각 한 다발씩

허브 부케   

1. 서너가지의 허브를 뿌리를 자르고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뒤 물기를 뺀다.

2. 줄기 끝의 작은 잎들을 플레이팅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게 미리 떼어둔다.

3. 굵은 잎과 줄기는 얇게 잘라서 섞는다.

4. 완성된 요리 위에 3을 한움큼 곁들인 뒤 작은 잎들로 장식한다.



활용예   

1. 아침 식사시 요거트나 계란요리에 곁들인다.

2. 샐러드 위에 올려 생생한 향을 더한다.

3. 점심 샌드위치나 타르틴의 마무리 요소로 사용한다.

4. 저녁 식사에도 구운 생선이나 조개류 위에 근사한 작은 숲들을 곁들인다.

5. 남은 허브 부케는 마요네즈나 버터에 더해 소스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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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글  김헤니 

편집 estelle

디자인 최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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