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벅X리디북스 소설 기획전 〈에디션 제로〉 기획자의 말
뉴욕의 문학 잡지 '파리 리뷰'에서 발행한 전설적인 인터뷰집 〈작가란 무엇인가〉에서 움베르트 에코는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고 나면 말은 거의 저절로 생겨난다"고 말했습니다. 보르헤스 역시 같은 책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작가는 작품이 스스로 써나가게 내버려 둬야 한다고요.
글은 쓰는 사람이 있어 존재하는 것일 텐데 정작 두 대문호는 글은 저절로 생겨나는 것에 가깝다고 이야기 한 지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작품이 탄생하는 순간 혹은 과정은 그만큼 신비로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낸 세계를 조심스럽게 발굴하는 고고학자에 가까울 수도 있고요. 흙과 먼지로 뒤덮여 아무도 그곳에 존재하는지 몰랐던 유물이 제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인내심을 갖고 모래를 털어내는.
하지만 어떤 세계는 채 탄생하기도 전에 묻혀 버려 잊혀지기도 합니다. 수익이라는 현실적인 벽 뿐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마음의 벽에 부딪히기 때문이죠. 리디북스와 함께하는 기획전 〈에디션 제로〉를 통해 새로운 세계의 발굴이 지속될 수 있게 모두를 그 신비의 현장에 초대합니다.
— 〈에디션 제로〉 기획 김민규 매니저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책을 위해 텀블벅과 리디북스가 만났습니다. 단편집부터 대서사시의 장편소설까지, 초판 (First Edition) 이전의 완성되지 않았기에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창작자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성공한 프로젝트는 추후 리디북스의 지원을 받아 전자책으로 제작됩니다. 다채로운 이야기의 탄생에 함께해주세요.
오래된 역사 속 이야기는 신비로움으로 가득합니다. 〈소도의 예언자〉는 신라의 골품제도에서 신분을 가르는 기준이 '특별한 힘'이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상상에서 시작한 판타지 성장소설입니다. 오랫동안 태어나지 않은 '소도의 예언자'가 바로 자신임을 알게 된 주인공 '오늘'이 새롭게 마주하는 자신의 운명엔 어떤 비밀이 있을까요.
〈멸망의 감정〉 속 희윤에게 세계는 사고로 부모를 잃은 그 순간 멸망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런 그의 앞에 화가인 지은이 나타나 대뜸 그림을 선물해주고 사라집니다. 운명적인 이끌림에 희윤은 지윤에게 자신을 아트 큐레이터라고 속이고 접근합니다. 그런 지윤이 말합니다. 곧, 지구가 멸망한다고. 하지만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서 이미 꿈틀거리는 사랑이 시들 리 없습니다.
한 영화 촬영 현장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피살자는 X 감독. 유력 용의자는 배우 Y이며 그는 현장에서 자살한 채 발견됩니다. 사건을 취재하는 박나연 기자는 그들이 촬영하던 〈심연의 프레임〉이라는 작품이 살인자 연기에 심취한 배우가 감독을 살해하고 자살하는 내용이라는 것을 알고, 이 시나리오가 그들을 실제 살인까지 몰고 간 것이라고 직감합니다.
너무 많은 면접과 그럼에도 주어지지 않는 기회에 지친 영연에게 특별한 취업 제안이 들어옵니다. 그가 다니게 된 회사는 신이(神異)하고 귀이(鬼異)하기에 귀이(貴異)한 물건들과 존재들이 오가는 '신귀(神鬼)물산'. 겉으로는 특별한 것 하나 없는 이 회사에서 영연은 무사히 월급을 받으며 제 몫을 해낼 수 있을까요. 퇴근하고도 다시 또 출근하게 만드는 〈신귀물산 업무일지〉에 답이 실려있습니다.
오염된 대륙으로 인해 고향을 잃은 난민들은 남은 4대륙으로 밀려들고, 특권층은 별도의 인공섬 '공통세계'를 만들어 사는 미래. 과거 '한국'이라 불리었던 가온대에서 태어난 범태리는 숲의 사랑을 받으며 동물과 친하게 지내지만, 그가 이능력자라는 것이 밝혀지며 느닷없이 인공섬 '공통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자연보다는 편리하다는 이유로 도배된 차가운 플라스틱 경쟁 세계 속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그의 고군분투가 〈숲의 엑스〉에 담겨 있어요.
글 김민규
편집 estelle
디자인 최재훈